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玩火自焚 - '불장난하다가 타 죽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by 석아산 2022. 8. 1.
반응형

얼마 전 중국의 웨이보에서 어떤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총알과 포탄이 그야말로 비오듯 쏟아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밤하늘이 환해질 정도였지요. 지난 28일 중국 핑탄해사국(平潭海事局)이 실시했던 실탄 사격 훈련입니다.

문제는 사격 훈련을 한 장소가 중국 푸젠성(福建省) 핑탄섬(平潭島)이었다는 겁니다. 대만(타이완) 북부 신주현(新竹縣)과 불과 126km 떨어진 중국-대만 최단거리 수역입니다.

 

 

왜 이렇게 중국은 무력시위 비슷한 훈련을 실시한 걸까요. 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보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입니다. 

지난 2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소개하는 형태로 "만약 미국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중국 군대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계속 대만행을 고집할 경우 무력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이렇게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알력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데요.

 

그런가 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8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을 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지난 29일 겅솽(耿爽) 주 유엔 대표도 안보리 회의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不要玩火自焚"(여기서 玩火自焚은 중국어로 읽으면 '완후워쯔펀'이고 한자로 읽으면 '완화자분'입니다. <좌씨전>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로, '불을 가지고 놀다가 자신을 태워 버린다'는 뜻입니다.)

 

우와... 정말 시진핑 국가주석, 수위가 높은 발언이네요. 한 나라의 정상이 이렇게 다소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말을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에게 했다는 것은 참 이례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말로만 그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중국은 지난 25~29일 실시된 대만의 연례 군사 훈련, 한광(漢光)훈련 중에 대만 주변 해역에 군함을 보내고 여러 차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를 출격시켰습니다. 30일 있었던 핑탄섬에서의 대규모 실사격 훈련도 그 연장선인 셈입니다.
인민해방군의 공보 담당 조직 웨이보 계정은 창군 95주년 영상을 올리면서 "전투 대비"라는 다소 섬뜩한 용어까지 썼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토록 반대하는 걸까요.

중국 정치 전문가인 이홍규 교수(동서대 중국연구센터 소장,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은 대만을 수복되지 않은 자국의 영토라고 간주하고 있습니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미국 대통령 유고가 되면 부통령에 이어 승계 서열 2위에 해당되는 그러니까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이죠.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방관하게 되면 중국이 주권국가로서 대만을 인정하는 셈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방관만 할 경우, 전 세계에 중국은 하나만 존재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생각하는 하나의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이지만, 미국과 대만의 생각은 또 다르지요.

 

 

중국이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면서 펠로시 의장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9일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는 "저는 언제나 제 순방 일정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보안 문제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했고, 31일 출국길에 올린 트위터에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만 행선지로 발표했을 뿐 대만 방문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 걸음 물러나는 모양새인데요... 글쎄요, 이러다가 또 불시에 대만에 방문하게 된다면...

이렇게 다소 누구러진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에서 또 중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유화적인 태도는 오히려 자기 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쪼록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하여...중국과 대만의 긴장 수위까지 높아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거의 붕괴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요즘 상황이네요.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