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 금지종인데...밀수중 적발된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국립생태원 CITES 동물 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는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국제거래 금지종인데...밀수중 적발된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애완동물 불법거래가 극성이라고 합니다.

 

멸종위기종이나 희귀동물일수록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키울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이 키우면 이 동물들의 멸종을 가속화시킬 뿐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자연의 다양성을 해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죠. 그러니 이런 동물을 밀수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통제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알비노 그물무늬비단뱀 등이 단속에 걸렸는데요. 알비노는 색소가 결핍된 아주 희귀한 생명체를 말합니다.

 

이런 동물들은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예 이런 동물들은 키울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 소식 볼까요.

지난 1월 31일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지 못하는 '알비노'로 온몸이 노랗고 하얗게 물든 그물무늬비단뱀입니다.

1월 20일께 밀반입 중 적발됐고 검역을 거쳐 현재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동물 보호시설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 뱀이 처음 생태원을 찾았을 때는 똬리를 틀었을 때 명함 한장보다 조금 큰 크기였습니다. 3개월령 내외로 추정됐습니다.

 

CITES 동물 보호시설에서 살게 된 지도 두 달. 지금은 몸길이 1ｍ에 몸무게 470ｇ의 어엿한 청소년 뱀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물무늬비단뱀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며 몸길이가 1.5∼6.5ｍ까지 자라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뱀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실내 체험 동물원 전시를 위해 수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뱀도 동물원에 갈 운명이었을 겁니다. 허가 없이 밀수되는 과정에서 들켜 결국 보호시설로 가게 됐지만 말입니다.

 

2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그물무늬비단뱀은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국제보호종입니다.

CITES는 국제적 멸종위기 동식물을 보호 등급에 따라 부속서Ⅰ, Ⅱ, Ⅲ로 분류합니다.

 

부속서Ⅰ에 오른 종은 상업적 거래를 원칙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부속서Ⅱ에 등재되면 국제거래를 할 때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부속서Ⅲ에 속한 종은 '당사국이 관할 안에서 과도한 이용을 방지하고자 국제거래 규제를 요청한 종'으로 일부 국가에서 사고팔 수 없습니다.

 

현행 야생생물법은 CITES 동식물을 수출·수입·반출·반입하려면 허가받아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ITES 동식물 밀수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밀반입된 CITES 동식물은 대체로 안락사됐습니다. 극히 일부만 공공 동물원으로 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불합리한 일이네요. 왜 귀중한 동식물을 안락사 시킨단 말입니까.

 

2021년 9월 생태원에 보호시설이 문을 연 뒤로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보호시설에 들어온 CITES 동물은 40종 216마리에 달합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1마리, 작년 184마리입니다. 올해는 아직 그물무늬비단뱀 한 마리만 보호시설 문을 두드렸습니다.

부속서Ⅰ에 속한 인도별거북과 버마별거북부터 부속서Ⅱ에 오른 물왕도마뱀과 초록나무비단뱀까지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문제는 보호시설 규모입니다.

생태원 CITES 동물 보호시설은 면적이 2천162㎡로 최대 580마리를 수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이미 보호시설 80%가 CITES 동물로 차 있습니다.

 

아직 보호시설을 더 만들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대신 수용할 여건이 되는 공공 동물원으로 일부 개체를 분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보호시설 추가 건립보다 중요한 것은 CITES 동식물 밀수를 줄이는 일입니다.

김동혁 국립생태원 CITES동물관리부장은 "야생동물은 야생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소유하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궁극적으로는 보호시설이 (있을 필요가) 없어지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