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뒤로 새로 태어난 별들 지나가

초거대 블랙홀이 은하 중심에서 떨어져 나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의 상상도. 블랙홀이 우주 공간을 헤치고 가면서 앞에 있는 희박한 가스를 압축한다. 이로 인해 온도가 높은 파란 별들이 새로 태어난다. 이 그림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블랙홀 뒤로 이어진 20만년 광년 길이의 별 ‘항적운’을 관측한 것을 토대로 했다

블랙홀 뒤로 새로 태어난 별들 지나가

우주 소식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별들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모습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얼마나 찰나적이고 왜소한가... 이런 데에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요.

온갖 감정이 교차합니다.

 

일본 최초의 우주인인 아키야마라는 사람은 우주에 가보고 난 뒤, 깨달은 바가 있어 산골로 향했다고 하죠. 자기 손으로 뭔가를 일구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랍니다. 

 

저도 우주를 대하면, 뭔가 경건해지면서도, 우리 인간의 삶의 무상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번 소식도 그렇습니다. 블랙홀과 별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보시죠!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초거대 블랙홀(black hole)이 은하 중심에서 떨어져 나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이 사상 최초로 포착됐습니다.

블랙홀 뒤로 배가 지나간 항적처럼 별들이 탄생하는 불꽃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의 피터르 반 도쿰(Pieter van Dokkum)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에 “지구로부터 110억광년(光年,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서 태양 질량의 2000만배에 해당하는 초거대 블랙홀이 근처 은하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모습을 관측했다”고 밝혔습니다.

 

블랙홀은 별이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고 극도로 수축한 천체를 말합니다. 지구 정도 질량이 블랙홀이 되면 지름이 1㎝로 수축됩니다. 이러면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엄청나게 강해 ‘검은 구멍’이란 뜻의 영어 이름처럼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블랙홀 사이의 충돌로 은하 중심에서 밀려나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은하 사이에서 밝게 빛나는 직선을 관측했습니다. 반 도쿰 교수는 “직선은 작은 은하의 중심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며 “은하에서 뭔가를 발사해 놀라운 속도로 우주에 거대한 물질을 실어 나르는 것과 같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영상이 배가 지나가고 바다에 남은 항적이나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생긴 비행운처럼 블랙홀이 지나간 모습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랙홀이 주변 가스와 충돌해 별들이 탄생했고, 이들이 빛나는 모습이 항적으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질이라도 주변에 가면 모두 집어 삼키던 블랙홀이 반대로 새로 별을 만드는 생산적인 현장을 처음 포착한 셈입니다.

 

블랙홀 뒤로 이어진 선은 길이가 20만광년에 해당됐습니다. 우리은하의 지름 두 배에 해당하는 길이입니다. 초거대 블랙홀은 한때 은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4000만년 전 은하를 떠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는 은하에서 서로 다른 블랙홀들이 충돌하면서 하나가 밖으로 튕겨 나온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작은 은하 두 개가 뭉쳐지면 중심에 있던 블랙홀들이 새로 생긴 대형 은하의 중심에서 서로를 공전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이는 사실로 입증됐습니다. 이때 세 번째 블랙홀이 끼어들면 공전 궤도가 교란되면서 블랙홀들이 은하 밖으로 튕겨 나갈 수 있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영상. 네모 안에 있는 사선은 20만광년 길이로, 젊은 별들이 밝게 빛나는 모습이다. 사선 왼쪽 아래에는 초거대 블랙홀이 있다고 추정된다. 이 블랙홀은 사선 오른쪽 끝이 가리키는 곳에 있는 은하로부터 떨어져 나와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면서 주변 가스를 압축해 별들을 탄생시켰다.

 

◇은하 주변 가스와 충돌해 별 탄생시켜

블랙홀이 은하 밖으로 날아가면 주변 가스층과 충돌합니다. 이로 인해 별의 탄생을 촉발해 그 뒤로 밝게 빛나는 항적이 남습니다. 연구진은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포함해 다른 여러 우주망원경으로 추가 관측을 해 이 같은 시나리오를 확증했습니다.

 

허블 영상에서 블랙홀은 밝게 빛나는 별 기둥의 앞쪽 끝에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이곳에는 전기를 띤 산소들이 뭉쳐져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블랙홀이 떠나온 은하 밝기의 거의 절반 정도였습니다. 이는 블랙홀이 은하를 둘러싼 가스층에 초속 1600㎞로 충돌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14분에 갈 수 있는 엄청난 속도입니다.

반 도쿰 교수는 “블랙홀 앞에 있는 가스는 엄청난 속도의 운동에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밝게 빛나는 부분이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가스를 가열한 모습이거나, 아니면 블랙홀을 둘러싼 강착원반에서 에너지가 발산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착원반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물질들이 주변에서 압축된 상태를 말합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2019년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들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포착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우주의 심연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지나가면서 생긴 항적은 은하를 둘러싼 가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은하 주변의 가스층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반 도쿰 교수는 “은하를 둘러싼 물질로부터 생겨난 별들이 늘어진 모습을 관측했다”며 “이를 통해 은하가 살고 있는 거대한 물질 저장소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