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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일본의 2001년 아카시시 압사 참사와 그 대응

by 석아산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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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그것도 인재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뼈저리게 반성하여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이태원 참사로 인하여 앞으로 재난 대책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본 등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안전 대책을 강화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에 2001년 일본에서 있었던 압사 사고와, 그것을 경험하고 난 뒤 일본은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아카시시 압사 사고란, 지난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시 인근 육교에서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어린이 9명을 비롯해 11명이 숨진 사건입니다.

 

당시 이 육교 위의 인구 밀도는 1제곱미터 당 13~15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1제곱미터당 4명이 넘어가면 걷기 어려워지고, 10명이 넘으면 자기 발로 서있기조차 어렵습니다. 

 

이 사고로 70대 노인 2명과 어린이 9명이 전신 압박에 의한 호흡 곤란으로 숨지고, 무려 247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아카시시 경찰서의 혼잡 경비 계획서에 따르면 당시 육교에는 경찰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효고현 경찰들이 폭주족 대책을 중시하면서 폭주족 경비 요원은 강화한 반면, 혼잡 경비 인력 마련에는 소홀한 탓입니다.

 

성폭력과 마약 등 치안을 위한 인력에 200명을 배치하고, 경비 인력은 평시 수준으로 마련한 이태원 사태와 비슷한 대목입니다.

 

아카시시 참사 유족들도 21년 후 발생한 우리나라의 이태원 참사를 애도했다고 하네요. 당시 두 살배기 둘째아들을 잃은 시모무라 세이지(64) 유가족회 회장은 고베신문에 "같은 사고 유족으로서 국가는 다르지만 마음이 아프다"며 "생존자 중에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가 발병하는 경우가 있을까 걱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동병상련의 심정인 것이지요.

 

일본은 이 아카시시 사건으로 인해서, 2005년 11월 경비업법을 개정했습니다.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서는 안 된다는 일본 국민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지요.

기존 상주경비와 교통유도경비에 더해, 혼잡 경비를 신설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경비와 교통통제를 하고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 경비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효고현 경찰의 '혼잡 경비 안내'에 따르면 사전에 인파가 몰릴 것이 예측 가능한 행사일 경우 혼잡 경비 대상입니다.

불꽃놀이나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이 대표적이며 100만명이 몰리는 시부야의 핼러윈 행사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경비가 필요한 이유는 '개개인이 모여 군집을 이루면 위험도가 높아진다', '익명성 때문에 이성을 잃어 범죄 확률이 높아진다' 등이 꼽힙니다. 혼란과 무질서가 겹치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예상보다도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터널과 계단, 중간에 빠져나갈 길이 없는 좁은 골목 등을 위주로 경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도 돼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일방통행을 원칙으로, 인파가 멈추지 않고 유연하게 이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경찰 지침입니다.

 

이런 조치로 인해서, 2013년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일본이 호주에 승리를 거둔 경기 때 경찰의 인력 배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입니다.

 

당시 일본 경시청의 'DJ폴리스'는 3만여명이 모인 시부야역 앞에 출동해 확성기를 잡고 "이런 좋은 날에 화를 내고 싶지 않다", "일본 대표팀 같은 팀워크를 발휘해 천천히 움직이라"며 교통 통제에 나섰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이날 군중은 경찰 지시에 따라 이동하면서, 부상자나 소동을 일으키는 이들인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경찰은 몸싸움이 벌어질 경우 등을 대비하여 사전에 구급차와 경찰차 통로를 마련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대책을 세웠다고 하네요.

 

지난해 8월 11일에는 교토에서 열린 불꽃놀이를 보러 카메오카역에 사람이 몰리기도 하였는데요. 이때 경비 인력이 역 입구에서 단호한 어조로 "멈춰라", "나는 당신의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음... 정말 혼잡이 극에 달했을 때는 이런 간단명료하고 단호한 어조가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태원로에서도 공권력이 개입하여 "멈춰라", "앞에 사람이 있다, 밀지마라", "천천히 이동하라"라고 유도하였으면... 아마 피해는 많이 줄지 않았을까하는... 뒤늦은 생각을 해봅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자 핼러윈 행사를 앞둔 일본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일본 경찰은 시부야에 경찰력을 배치했습니다.

시부야구는 이 지역에서 심야 음주를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또한 공원과 도로 등 일부 지역에서 한시적으로 야간 노상 음주를 금지해 분위기 과열을 막습니다.

 

편의점과 백화점 등 근처의 점포에도 핼러윈 기간 동안 주류 판매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의 경우, 그리고 우리의 이번 참사를 발판으로 삼아 우리나라가 안전 면에서도 최고의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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