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물질 빨아들이며 '강착원반' 생성하는 블랙홀 모습 첫 포착

블랙홀의 부착원반과 제트를 나타낸 상상도.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블랙홀이라는 거... 정말 한 30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그 모습을 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요.

과학이 발달하고 고성능 장비가 나오면서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정말 경이로운 시대를 살고 있네요.

 

100년 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은 그냥 상상의 존재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해'로써, 그냥 방정식 상으로만 가능하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천체'로 알려져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도 블랙홀이 있는 것이 알려져 있고, 우리 은하는 그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대단한 발견이죠.

 

이 블랙홀은 중력이 하도 세서 빛조차도 탈출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괴물이죠. 그런 존재가 우리 우주에 수없이 많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럼 소식 전해드릴까요.

한국과 미국 등 국제적 연구팀이 M87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부착원반(강착원반) 구조를 최초로 포착했습니다. 

블랙홀은 그 자체로는 빛을 내지 않는데요. 블랙홀이 근처 기체를 중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이 부착원반에서 빛을 내게 됩니다. 즉 블랙홀은 스스로 빛나지 않지만 이 블랙홀을 둘러싼 부착원반이 빛을 내는 거죠.

 

이번 관측으로 인해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어떤 방식으로 끌어들이는 지 등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국제 공동연구팀이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 간섭계 등을 활용해 M87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7일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블랙홀 관측 자료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물질을 흡수하는데요.

이 물질들은 블랙홀 중심부에 부착원반 구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 존재를 추측하기만 했죠.

하지만 부착원반 구조를 이렇게 영상화한 적은 처음입니다.

 

천문연은 "이번 관측으로 부착원반에서 나온 빛이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M87과 같은 무거운 타원 은하의 블랙홀들이 주변의 물질들을 천천히 흡수한다는 기존의 예측 또한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관측한 M87 블랙홀. 천문연 제공

 

저 위의 사진을 보시면 가운데 검은 물체는 블랙홀이고, 그것을 밝은 부분의 부착원반이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네요... 경이롭습니다!

 

연구팀은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를 동시에 포착했는데요, 이 역시 최초라고 합니다.

이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력의 제트를 만들어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밖에 3.5밀리미터의 빛 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하는 관측 결과도 추가로 내놨습니다.

이번 연구는 121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천문연의 박종호 선임연구원, 변도영 책임연구원, 정태현 책임연구원, 김재영 경북대 교수 등 총 네 명의 연구자가 참여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박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 예측만 무성했던 블랙홀 부착원반을 사상 최초로 직접 영상화해 존재를 증명했다는 점에서 블랙홀 연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결과"라며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시켜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 역시 "이전에는 블랙홀 자체의 실존을 증명했다면 이번 관측영상은 블랙홀 바로 주변의 복잡한 천체물리학적 과정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