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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이야기

세균 세포 안 길쭉한 깡통이 들어 있어 잠수함처럼 기능한다

by 석아산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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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세포 안 길쭉한 깡통이 들어 있어 잠수함처럼 기능한다

세균 세포 안 길쭉한 깡통이 들어 있어 잠수함처럼 기능한다

세균 세포 안 길쭉한 깡통이 들어 있어 잠수함처럼 기능한다는 매우 신기한 소식을 접하고, 빨리 전해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가져왔습니다.

 

세균들은 보통 물이나 습기찬 곳에 있잖습니까. 녹조 같은 것은 해양에 있구요.

 

그러한 환경에서 부력을 얻고 떠 있어야 하는 세균들이 어떠한 구조물을 가지고 있는지는 지금껏 미스테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팀이 그 정체를 밝혀낸 것이죠. 대단합니다! 자, 그럼 소식 보실까요.

세균 세포 속에서 부력((浮力)을 조절하는 공기주머니가 길쭉한 깡통 모양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cyanobacteria)에서도 굵기만 다를 뿐 거의 똑같은 모양의 공기주머니가 관찰됐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연구팀은 최근 '셀(Cell)'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세균의 '기체 주머니' 즉 기포(氣胞, gas vacuole, GV)' 구조와 합성 과정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습니다.

세균의 공기주머니모식도

GV는 물고기의 부레나 잠수함·선박의 평형수(ballast) 칸막이처럼 물속에 사는 세균이 부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세포 내 작은 주머니를 말합니다. 이 속에 기체가 차면 세균이 부력을 얻게 됩니다.

대장균 안에 GV가 있는 모습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법으로 발견

연구팀은 이번에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방법으로 물이나 토양, 사람의 장 속에 사는 바실러스 메가테리움(Bacillus megaterium)란 세균과 아파니조메논 플로스ㅡ아쿠애(Aphanizomenon flos-aquae)란 남세균의 GV의 형태를 관찰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작은 단백질이 모여 스스로 GV 껍질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바실러스 세균의 GV가 길쭉한 원통이고, 원통 양쪽 끝을 원뿔(고깔)이 막는 모양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균의 GV는 원통 지름이 평균 55.5nm(나노미터, 1nm=100만분의 1㎜), 남세균 GV의 지름은 평균 87.1nm로 관찰됐습니다.

GV의 길이는 0.1-1㎛(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로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런 GV는 GvpA라는 '해마((海馬)'처럼 생긴 단백질이 수천 개 모여서 만들어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길이 3.2Å(옹스트롬, 1Å=0.1nm), 분자량 7000달톤(Da)인 이 단백질이 블록 장난감처럼 켜켜이 연결돼 원통형 구조를 이루는데, 세균의 GV 원통을 한 바퀴 감싸는 데는 평균 145개의 Gvp 단백질 단량체(monomer)가 필요합니다.

 

남세균 GV의 경우 이 단백질 227개가 있어야 원통을 한 바퀴 감을 수 있습니다. 

와아... 이렇게 작은 세균 안에 복잡한 구조가 숨어있네요, 정말 '소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이 꼬이고 덮여 구조를 만드는 모습

나선형 단백질

이렇게 수백 바퀴를 뜨개질하듯이 나선형(나사못에 비스듬하게 돌아가며 홈이 파인 형태)으로 단백질이 쌓이면 마침내 GV가 만들어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팀은 "GV는 생체 분자가 큰 구조를 스스로 조립하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라며 "처음에 '조립 핵' 역할을 하는 단백질 분자가 있어서 원뿔 부분부터 GV 구조 조립을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원뿔 꼭지부터 감돌면서 점점 원을 넓혀 나가면서 원뿔을 만들고, 원뿔 지름이 어느 정도 크기에 도달하면 원뿔에서 원통형으로 전환한 다음 계속 원을 그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조립 과정에서는 '핵'이 이중원뿔을 만든 다음, GvpA 단백질 단량체가 계속 비집고 끼어들면서 원통이 길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GvpA 단백질은 횡으로도 연결되지만, 길이 방향으로도 서로 결합하게 됩니다.

원통 내부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이때 위아래 원이 서로 겹치는 두꺼운 부분과 겹치지 않는 얇은 부분이 생기는데, 얇고 성긴 부분의 단백질 틈새로 물과 기체가 드나들게 됩니다.

 

GV 원통 내부에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서도 물과 서로 밀어내는 성질을 지닌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ity) 아미노산이 배열돼 물 분자는 GV 밖으로 밀어냅니다.

덕분에 물은 빠져 나가고 GV 안에는 기체만 모이게 됩니다.

 

원통은 또 두꺼운 부분과 얇은 부분이 겹겹이 반복되면서 파인애플 통조림이나 아코디언 모양의 주름을 갖습니다.

이 주름 덕분에 GV는 압력에 견딜 수 있는 탄력성도 지닙니다.

 

연구팀은 "바실러스 세균이나 남세균 외에 고세균인 할로박테리움(Halobacterium salinarum) 등에서 비슷한 GV가 관찰되는 점에서 이 GV가 생물 진화 과정에서 잘 보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남세균의 경우 여름철 성층화된 호수에서 다른 조류(藻類)를 경쟁에서 밀어내고 짙은 녹조를 일으키는 것도 이 GV 때문입니다.

 

다른 조류는 잔잔한 호수에서 가라앉는 데 비해 남세균은 GV를 이용해 수층을 상하로 오르내리면서 적당한 태양광으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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