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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별세

by 작가석아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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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별세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별세

일본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께서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저도 부끄럽지만 작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 오에 겐자부로 작가의 별세는 마치 한 시대가 저문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20대 후반부터 이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세계에 푹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 체험'이나 '히로시마 노트' 등, 그의 자전적 소회가 들어있는 작품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그는 시코쿠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일본의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결국 노벨상을 받는 대단히 화려한 경력을 쌓아나간 사람이지만, 인생은 아주 파란만장했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의 일본 제국주의를 젊은 시절에 감내해야만 했고, 그래서 평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을 수호하는 노력에 앞장섰고, 이로 인해 일본 극우단체의 핍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의 이런 평화 지상주의는 '히로시마 노트'에 잘 나타나 있는데,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의 의미, 그리고 세계 평화에 일본이 어떻게 기여해야 할지 끊임없이 반성하는, 한 마디로 '개념있는 일본인' 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또한 사생활에서도 큰 고난을 맞이합니다. 첫번째 아들 히카리의 뇌가 비정상적 발달을 하고 있었고, 아이를 낳으면 지적 장애인으로 클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아들 히카리를 끔찍히 사랑했고,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아이가 잘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에게 꼭 마지막으로 모포를 덮어주고, 아들이 잠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 아들 히카리는 뛰어난 작곡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습니다. 독재정권 시절 시인 김지하가 투옥되어 있을 때, 가장 먼저 나서서 김지하 석방을 위한 단식투쟁을 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세계인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작품도 평화, 역사, 인류에 대한 열정적이고 진지한 성찰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엄청난 독서량, 그리고 독서력으로 인해 그가 자신의 동료, 또한 인류 문화에 대한 뛰어난 비평들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특히 그의 후기 작품은  '텍스트에 대하 언급하는 텍스트'에 가깝습니다. 그의 후기 작품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책들을 바탕으로 인물들이 얽혀들어갑니다.

 

저는 그의 후기 작품을 통해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이라는 소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악령'이라는 작품은 제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저를 인도해 주었지요.

 

저는 오에 겐자부로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아직도 오에 겐자부로를 제 스승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염없이 눈물이 나네요. 왜 그런지 저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눈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거인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일까요.

 

각자도생의 시대, 미국은 미국만의 정의를 외치고, 일본은 과거사도 반성하지 않고 이제 다시 군비 증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항상 이런 일본의 근시안적 태도를 매섭게 비판해온 양심적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일본인들이 또한 그를 열렬히 증오하고 있지요.

 

용감했던 그가 돌아가신 지금, 저는 깊은 절망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분이 다시 나타나게 될 것인가, 하고요.

 

존 던의 유명한 시가 있죠. 헤밍웨이 소설의 제목으로 인용되기도 했던, '누구를 위하여 조종은 울리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오에 겐자부로께서 영면에 듦으로서, 우리 인류는 또 하나의 위대한 조각을 잃어버린 것이며,

우리 인류, 그리고 저도 저의 일부가 소천에 응하는 걸 들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저를 위해 울리는 조종의 소리를 다시 한번 듣습니다.

 

소중했던 나의 일부, 인류의 한 조각이었던, 오에 겐자부로 선생님!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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