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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참사의 현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메타모르포젠

by 석아산 202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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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wLkK-9lTBg 

 

이태원 참사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이 절망에 잠긴 요즘입니다.

귀하디 귀한 젊은이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진짜, 우리의 미래가 무너져 버린 것이죠.

 

이런 때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위로받을 무엇인가를 찾게 됩니다.

저는 요새 음악에서 많은 위안을 찾고 있습니다. 

위대한 음악가들이,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진 상태에서 그 참담한 심정을 그대로 담은 곡들... 그런 것들을 주로 듣고 있습니다.

 

그런 비참한 심정이 가장 잘 들어간 작품.

그 비참함,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드는 작품이면서도, 따뜻한 위무도 담고 있는 작품은,

바로 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metamorphosen)'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현악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악기의 미묘하고 섬세한, 조직적인 구성이 뛰어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요새 자주 듣는 이유는, 이 작품이 전쟁이라는 참사 속에서 늙은 거장이 자신의 총력을 기울여서 그 절망을 그린 곡이기 때문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드레스덴에서 작곡 활동과 지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 사이, 연합군의 드레스덴 폭격으로 인하여, 뮌헨 오페라극장을 비롯하여 드레스덴 젬퍼오퍼가 무너지고 드레스덴의 모든 건물들이 불타 버립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나의 아름다운 드레스덴, 바이마르, 뮌헨, 모든 것이 끝났다"며 자신의 추억이 서려 있는 도시들이 파괴된 것에 몹시 괴로워하였습니다.  

 

자신이 자라온 거리, 그리고 사랑하던 연인과 걷던 거리가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절망적 상황에서, 노년의 거장은 힘겹게 작곡을 시도합니다.

 

그것이 이 메타모르포젠입니다. 

제목인 metamorphosen은, '변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용... 자기가 살던 거리가 허무한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에 대한 한탄이었을까요.

 

그의 이 곡은 베토벤 '영웅' 교향곡의 3악장 '장송 행진'을 테마로 삼습니다.

현악기의 우울한 선율이 펼쳐지면서... 마치 드레스덴의 폐허와 같은 정경을 묘사하는 듯한 테마가 나타납니다.

 

모든 것이 파괴된 곳에서 힘겹게 건물의 잔해를 뚫고 나오는 패잔병을 연상케 합니다.

 

이런 선율들이 점점 얽히고 설키다가는, 마치 과거를 추억하는 듯한, 자신의 영광의 시대를 다시 게걸스럽게 회상하는, 탐미적인 선율이 나옵니다. 그 선율들은 점점 상승하다가, 다시 끝도 모를 절망 속으로 떨어집니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독일 예술의 화려한 정점을 대변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쓴 수많은 밝고 유머러스한 곡들, 오페라들...

황금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

 

하지만 자기의 고향이 파괴되는 절망의 순간 속에서, 그 내면의 아픔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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