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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그림 그리고 이야기 붙이기

[창작] 기욤 생베르탱 클럽 (Guillaume Saint-Bertin Club)

by 석아산 2022.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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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언어-이미지 변환’ AI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한 그림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에 직접 제가 이야기를 써서 붙인 것입니다. AI는 그림을 그리고, 저는 그것에 이야기를 붙이려는, AI-석아산의 콜라보 기획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폐허가 된 포도원이 하나 있다.

 

그곳 지하 까브(Cave ; 포도주를 저장하는 동굴)를 개조한 식당이 바로 기욤 생베르텡 클럽이다.

 

이곳 주차장에 잘 빠진 롤스로이스 고스트 한 대가 멈춰 섰다. 유령의 베일처럼 은은한 상아빛이 도는 고급 승용차. 그런데 엠블렘이 롤스로이스 고유의 것이 아니었다.

 

그 엠블렘은 짧은 머리에 줄 달린 안경을 쓰고 세련된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한 남자의 동상이었다.

 

차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왔다.

 

그 사람은 엠블렘에 비해 키가 다소 짝달막하고 살이 올라 있었다. 그렇다면 이 엠블렘은 누구를  본따 만든 것일까… 

 

그 남자는 식당에 들어섰다. 

 

이 식당은 마치 미노타우로스의 라뷔린토스(미로), 아니, 개미집에 더욱 가까웠다.

 

소문에 따르면, 이 식당을 자주 찾는 미식가들도 지하 몇 층까지 있는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끝없이 이어져 있는 복도… 석회암을 깎아 만든 그 복도-아니 차라리 동굴이라고 해야 했다-의 천정에는 값비싼 샹들리에가 달려있어, 벽이 마치 상아처럼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다이닝룸 역시 석회암을 파서 만들었는데, 식사 목적에 따라 그 크기와 인테리어 등이 다 달랐다.

 

 

이곳은 미식가들이, 오롯이 자기의 미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오는 곳이었다. 따라서 다이닝룸도 아주 세심하게 최고급 조명을 달았으며, 그 조명의 빛도 이곳 음식에 맞추어 색온도가 세심하게 설정되어 있었다.

 

이 클럽에서 제공하는 식기 역시, 유럽 곳곳의 장인들이 이곳만을 위하여 직접 디자인한 것이었다.

자고새를 맛있게 먹기 위해 특수하게 디자인된 접시,

오르톨랑을 즐기기 위해 고안된 특별한 포크,

그리고 트리케라톱스의 삼각뿔을 자르기 위한, 화려한 장식의 거대한 톱….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트리케라톱스?

 

그렇다. 이곳 식당은, 평범한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셰프인 기욤 생베르탱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만든 다양한 식재와, 그것으로 만든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지하 깊숙한 곳에는, 유전자 편집을 하는 생물학자들의 연구 공간이 있었다. 

 

그들은 적절히 유기체를 배양하여, 한 덩어리의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고, 아예 수정란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그것을 클 때까지 사육하고 도살하여 고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그나마 가장 싼 음식은, 단백질 합성 기술로 간단하게 만들어낸 합성육들이었다.

 

오랑우탄과 고릴라의 가슴살이 들어간 샐러드, 오리너구리 소테 등 희귀 동물 요리를 비롯하여,

모사사우르스의 지느러미 튀김 등 멸종한 동물들의 요리도 합성육 형태로 제공되었다.

 

최하급 요리의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더 높은 단계로 갈수록 식재의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그에 따른 요리 수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이곳의 메뉴는 12만 2천여 종이 넘었다. 그들의 요리를 모두 써놓은 메뉴는, 아예 사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메뉴를 미리 정하고 왔다. 그리고 이 식당은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었다. 전 세계 0.01%에 속하는 상류층만이 올 수 있는 곳이었고, 완벽한 비밀이 유지되는 곳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식사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거나 하면, 평생 다시는 출입할 수 없었다.

 

지금, 롤스로이스를 타고 이 식당에 막 도착한 신사 이쿠리우스 폰 아우젠베르크(Hikurius von Ausenberg)도 무려, 노벨문학상을 거절한 유명 작가였다.

 

그가 노벨 재단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글쎄, 노벨상이라는 것은 체호프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지, 저에게는 아닙니다. 저는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아우젠베르크는 체호프처럼, 단편소설과 엽편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였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체호프, ‘이 체호프의 글에 비한다면 나는 정말 얼마나 천박하고 재미없는 글을 쓰는 작가인가!’ 

그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노벨 재단이 인정하는 수준에 올라와 있는데도, 그는 늘 자신의 글을 비하하는 지경에 처해 있었다. 그는, 체호프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우젠베르크가 식당 로비에 들어서자, 지배인이자 셰프인 기욤이 그를 손수 맞이했다.

 

“폰 아우젠베르크 남작님! 어서 오시지요. 드디어, 드디어 오늘이군요!”

 

아우젠베르크도 우아한 손길로 자신의 코트를 벗어 웨이터에게 벗어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드디어 그날이네요. 음… 어떻게, 식사 준비는 잘 되었습니까.”

 

셰프 기욤은 아주 세련된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정말 귀족적인 인물이었다. 

 

“네, 식재가 아주 싱싱합니다. 그럼 다이닝룸으로 모시지요. 이번 다이닝룸은 식재가 식재니 만큼, 지하 깊은 곳에 있습니다. 일단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지하 84층까지 내려가시고, 그곳에서 카트로 한 3킬로미터를 더 모시겠습니다. 저 아래쪽은 지열 때문에 금방 식재가 부패하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냉방을 아주 세게 틀어 놓았답니다. 그러니 방한복이 필요합니다. 외투는 불편하니, 가벼운 바람막이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자, 웨이터, 폰 아우젠베르크 남작님께 바람막이를 하나 가져다 드리게.”

 

이렇게 아우젠베르크는 가볍고 따뜻한 섬유로 만든 바람막이를 하나 다시 껴입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들은 한참을 이동하여, 드디어 다이닝 룸 앞에 도착하였다.

 

이 다이닝룸의 출입문은 보르네오의 최고급 목재인 티크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문에는 정교한 소용돌이 문양이 조각되어 있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당초 무늬들… 

마치 우리 인간 뇌의 주름을 표현한 듯, 정교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는 최고급 샤투시 울로 된 핏빛 테이블보가 깔려 있었다. 

식탁의 저쪽 건너편에 빈 의자가 하나 있었다.

 

웨이터가 들어왔다. 상냥한 눈빛을 하고 있는, 중년의 백인 남성이었다.

구스타브, 그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이런 폰 아우젠베르크 같은, 최고의 인사를 서빙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기에, 베테랑인 그가 이번에 또 이 룸에 배정되었던 것이다. 

 

“폰 아우젠베르크 남작님, 이제 식재를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구스타브.”

 

폰 아우젠부르크는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휠체어? 거대한 기계장치, 바퀴가 달린, 노란색, 초록색의 유액이 가득차 있는 가는 관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박스였다.

 

사각형 박스의 위쪽에, 보온용 천이 얹혀져 있었다. 식재는 이곳에 놓여 있는 것인가.

 

그러나 폰 아우젠부르크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폰 아우젠부르크가 눈짓을 하자, 구스타브가 보온용 천을 걷어 올렸다. 

 

그곳에는!

 

흐물흐물하고, 약간 핑크빛이 도는 갈색의 물질이 놓여 있었다.

 

뇌였다. 액체가 들어 있는 가는 관들이 이 뇌를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이 사각형의 거대한 박스의 전면에는 커다란 렌즈 두 개가 마치 눈처럼 박혀 있었고, 양 옆으로 스피커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폰 아우젠부르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 들리시오, 체호프?”

 

치치치칙… 스피커는 한동안 잡음을 내다가, 유창한 프랑스어를 쏟아냈다.

 

“아니, 당신은 누구시오?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요? 치치치칙….아니, 세상에! 지금 나는 분명히 러시아어로 생각하고, 러시아어로 말하고 있건만, 어떻게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나가는 거지? 치치칙….”

 

“음, 체호프, 마치 당신의 단편 ‘제 6호 병동’과 같은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지 않소?”

 

“치치칙… 아니, 어떻게 내 작품을 아는 거지? 당신은 대체 누구요? 그리고 여긴 어디요?….”

 

구스타브는 큰 기계장치의 이곳저곳을 만졌다. 점점 스피커의 소음이 줄어들고, 기계에서 나오는 음성이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폰 아우젠부르크는 아주 흥미롭다는 듯 씨익 웃음을 지었다.

 

“체호프님, 저는 당신의 열렬한 팬이오. 물론 당신 사후 반 세기 뒤에 태어난 인물이지만 말이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나저나, 나의 몸, 나의 몸은 도대체 어디 간 거요? 소리가 들리고 당신 모습은 보이지만,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아니, 내 손, 내 몸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요? 난 대체 어디에 있는 거죠?”

 

폰 아우젠부르크는 구스타브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구스타보는 또 기계의 어떤 버튼을 눌렀다.

 

“음…. 이건 또 뭐죠… 나에게 술을 먹이는 건가요? 무슨 몰핀을 놓는 건가? 기분이 좋아지는군…”

 

폰 아우젠부르크는 구스타브에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했다.

 

“자, 이제 좀 릴랙스해지나 보군요. 그건 사실 자백용 약물인데… 뭐 당신 시대에는 없었던 약물이죠. 릴랙스한 상태에서, 이제부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죠.”

 

“음… 으음…”

 

기계의 목소리가 점점 나긋나긋해지는 게 느껴졌다.

폰 아우젠베르크는 몸을 조금 앞으로 숙였다.

 

“여기는 기욤 생-베르탱이라는 식당이요. 우리는, 당신의 뇌를 배양해 냈소. 물론 당신 시대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지. 자, 나는 당신을 배양하기 위해서, 당신이 죽었을 때 부인이 챙겼던 머리카락 한 움큼을 경매에서 아주 비싼 가격으로 샀소. 그 머리카락에는, DNA라는, -물론 당신은 알 턱이 없겠지만- 유전물질이 들어있죠.”

 

치치치칙…. 갑자기 스피커에서 동요하듯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구스타보는 황급히 버튼을 눌렀다.

 

“으윽… 욕지기가 치밀어 올라오려고 그러오… 그런데 내 위장, 내 뱃속은 어디 간 거지? 이렇게 헛헛한 느낌은 처음이요. 구토를 하고 싶지만, 뱃속에서 뭔가가 올라오지는 않는 듯한 이런 모순적인 느낌은 처음이오… 도대체 내 내장들은 다 어디갔소?”

 

폰 아우젠베르크는 구스타보가 기계 장치를 만지는 것을 가만히 기다렸다.

자백제와 함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첨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좀 진정이 되시나요. 당신은 역시 문학가이기 때문에,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실제 고통처럼 느끼는군요.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제 자백제겸 진통제 용량을 높였으니, 더 편해질 겁니다. 제 말을 마저 들어주십시오.”

 

폰 아우젠베르크는 목이 타는 듯, 물 한잔을 들이켰다.

 

“음,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어쨌든 우리는 당신의 그 유전물질을 배양시켜서, 당신의 뇌를 조직해 내었소. 하지만 그건 아직은 당신의 뇌라고는 할 수 없었지. 그것은 그냥 흐물흐물한, 빈 서판과 같은 상태의 뇌였소. 그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야, 그것이 바로 진짜 개성을 지닌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한 마디로 당신의 뇌를 유전적으로 만들어내었다고 하더라도, 그 하얀 뇌에 신경세포를 잘 직조해 넣어야 당신이라는 인간의 지성, 감정, 이성, 경험 등 그 모든 개성을 똑같이 부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당신의 뇌를, 당신의 전성기 때와 똑같이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지금 시대에는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과학이 발달했지요. 신피질을 만들어내는 TKTL1 유전자를 적절히 뇌에 주입하여, 우리는 그 신경세포를 당신의 전성기 때와 비슷하게 직조해낼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과학을 이용하여 당신을 바로 지금 이 현대에 되살려낸 것이죠! 그 위대한 체호프, 당신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라는 단편을 쓰고 난 바로 그 때 그 상태 그대로 말이에요!”

 

스피커가 동요하듯 떨렸다. 아니, 음파가 나와서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스피커 자체가, 물리적으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렌즈도 이리저리 방향을 잃고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구스타브는, 이러다가는 기계 전체가 망가지고 말 거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는 폰 아우젠베르크의 물음에, 구스타브는 잠깐 기계를 쉬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폰 아우젠베르크는 동의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구스타브가 기계를 만지고 있는 동안, 시중을 들러온 젊은 웨이트리스에게, 폰 아우젠베르크는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웨이트리스는 코카콜라를 가져왔다.

폰 아우젠베르크는 코카콜라를 단숨에 마시고 나비넥타이를 느슨하게 끌렀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당뇨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호프 뇌 기계’가 충분히 방열을 마치고, 다시 가동되었다. 폰 아우젠베르크는 다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이제 좀 진정이 되시나요. 당신과 많은 말을 나누고 싶었는데… 이 현실을 견디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체호프 기계가 대답했다.

 

“그렇소… 음… 그런데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 거요? 이렇게, 기계 속에 갇혀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느냔 말이오. 당신은 내게 그럴 권한이 없소.”

 

폰 아우젠베르크는, 구스타브에게 손짓을 했다. 구스타브는 조용히 폰 아우젠베르크에게 다가갔고, 둘은 귓속말을 나눴다. 구스타브는 폰 아우젠베르크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나직이 속삭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단 5분 만입니다.”

 

구스타브는,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고양이처럼 아무 소리 없이 조용히 룸을 나갔다.

이제는 방에 폰 아우젠베르크와 기계, 아니 체호프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폰 아우젠베르크는 이제 해방이 되었다는 듯, 허리를 쭉 펴며 말을 했다.

 

“체호프, 내가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할 권한이 없다고? 당신이라는 존재를, 나는 저주하오! 나는 글을 시작할 때마다, 당신이 쓴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소. 하지만… 내가 어떠한 글을 쓰든, 그 글은 결국 허점투성이였지.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작품은, 그래, 늘… 완벽했소! 흥, 그렇소, 난 당신을 저주하고, 당신을 질투하는, 보잘것 없는 작가에 불과하오. 그래서 난 당신을 이렇게 도로 살려내었지.”

 

폰 아우젠베르크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광기의 눈빛이었다.

다시 스피커가 떨리기 시작하였고, 그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그런 글을 썼다고 해봅시다. 그렇다고, 이렇게 나를 취급할 필요는 없지 않소… 음, 그럼 지금 당신이 사는 시대에는 내 몸도 만들어줄 수 있겠죠? 그렇게 나를 되살려주시면 되잖소. 그러면 내가 당신을 위해 글을 써드릴 수도 있소…”

 

폰 아우젠베르크의 입술이 교묘하게 일그러졌다.

 

“흐흐흐… 체호프, 그 위대한 체호프 씨가, 나와 타협을 하려고 하다니! 당신 정말 대단하군요. 역시 이렇게 대면하고 이야기를 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단 말이지. 하하하하, 이것 참… 이런 건 예상을 못했는데! 유쾌하구먼! 체호프 씨의 비굴한 모습이라니! 그러나 난 당신의 몸까지 되살리는 데에는 관심이 없소”

 

폰 아우젠베르크는 흥분한 데다가, 당이 떨어지고 있는지, 다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는 흐느끼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실로 비참한 목소리였다.

 

“제발… 그럼 날 어쩔 생각이란 말이오!”

 

폰 아우젠베르크는 코카콜라를 또 하나 땄다. 그리고 말했다.

 

“난 당신을 먹을 것이오. 당신의 지금 그 뇌를 빈초탄에 구울 것이오. 마치 일본의 최고급 시라코(복어의 정소) 스미비야키(숯불구이)처럼 말이지. 탱탱한 뇌를 한 입 베어물면, 크리미한 뇌수가 흘러나올 것이오. 이건 은유가 아니오. 난 당신을 먹을 것이오!!”

 

그때 구스타브가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다.

 

 

——-

 

기욤 생-베르탱은 폰 아우젠베르크에게 외투를 건네주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폰 아우젠베르크는 외투를 받아들었다. 저 멀리 어디에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음, 최고였소... 그런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기욤의 미소, 그 미끄러지는 미소.

 

“네, 한 고객이 오늘 베토벤을 드실 거거든요.”

 

폰 아우젠베르크의 마이바흐가 도착했다. 그 엠블렘은, 체호프를 닮아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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