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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by 석아산 2020.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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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의 이야기를 다룬 문학은 여럿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나, 엘리 위젤의 자전적 소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등은 수용소 문학의 걸작입니다.

 

저는 그 가운데서, 이 프리모 레비라는 이탈리아 작가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이 작가는 감상주의를 배격하고 그의 수용소 생활을 '담담하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수용소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성은 처참히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그곳에서는 문화라는 얇은 껍질 밑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비참한 본능이 음험하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객차 한 가운데서, 다른 사람의 눈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 마지막 성적 욕망에 몰두하는 사람들...빵 하나를 얻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는 비열한 사람들...

 

만약 제가 그러한 인간성이 박탈되는 현장에 있었다면 어떨까요.

저도 마찬가지로 매우 비열하고 비졸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다음입니다.

 

만약 그곳에서 살아남아 귀환한다면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 그것도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저는 그 지옥같은 악몽을 잊어버리려고 발악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프리모 레비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수용소의 기억을 다시 되살려냅니다.

그것도 전혀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고, 아주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말입니다.

 

이러한 담담함,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그의 이 작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합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거기서 우리는 최초의 구타를 당했다. 너무나 생소하고 망연자실한 일이어서, 몸도 마음도 아무런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무척 심오한 경이로움만을 느꼈을 뿐이다. 어떻게 분노하지 않고도 사람을 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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