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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by 석아산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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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하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이,

죄와 벌카라마조프가의 형제일 것입니다.

 

이 알려진 두 작품보다, 저는 악령이라는 소설을 더 좋아합니다.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 그 귀재(鬼才)의 신들린 인물 묘사가 이 작품을 아주 그로테스크하게 물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리석고 추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솜씨는 죄와 벌카라마조프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갑니다.

카라마조프는 알료샤의 희망에 찬 독백으로 끝이 납니다. 다소 싱겁게 말이지요. 이는 이 작품이 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한편 이 악령, 시종일관 경악할 만한 사건이 이어지고, 추악하고 어리석은 인간군상의 절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전매특허인, 밑바닥 인생의 철저하게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지금의 조커라는 빌런보다 훨씬 혼돈에 차 있고 매력적인 스따브로긴이라는 주인공.

새로운 시대를 견디지 못하는 스쩨판 뜨로모비치.

사람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뾰트르,

자신의 자유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자살하는 끼릴로프...

 

이 작품을 강추합니다.

 

작품의 플롯이 아주 복잡하지만 그 미로를 찬찬히 걸어 빠져나온다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통찰력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될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구절

 

「그건 비열한 겁니다. 전부 기만입니다!」 그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삶은 고통입니다, 삶은 공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고통과 공포입니다. 지금 인간은 삶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고통과 공포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삶은 현재 고통과 공포를 대가로 주어진 것이며, 이것이 바로 기만이라는 겁니다. 현재의 인간은 아직 진정한 인간이 아닙니다. 행복하고 당당한 새로운 인간이 나타날 것입니다. 살아 있건, 살아 있지 않건 상관없는 인간, 그들이 새로운 인간이 될 것입니다.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내는 인간, 그가 스스로 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신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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