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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난징 대학살(구판))', 아이리스 장

by 석아산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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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홀로코스트, 그 그림자에 묻힌 잊혀진 학살의 역사가 또 하나 존재한다.

바로 일본인의 난징 대학살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이 상당히 겁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분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난 분노를 유발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일본인의 만행, 그 묘사는 아주 디테일하다.

일본군이 난징의 일반인을 상대로 장난삼아 살인을 하는 장면, 임산부를 강간하고 배를 갈라 태아를 죽이는 장면 등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일본인들의 만행이 잊혀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맥아더는 전쟁이 끝난 뒤 제1 전범인 일왕을 재판소에 세우기는커녕, 면죄부를 주고 깨끗이 신분을 세탁한 다음 일본 국민 앞에 꼭두각시로서 세워, 재활용한다.

 

미국이 조종하는 대로, 히로히토 일왕은 평범한 중년 남성으로 변장하고 일본 전국에 순회 공연을 다닌다.

 

일본 사람들은 늘 천황이 옳다고 믿고 있었고, 천황이 자신 개인보다 위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일왕이 다시 TV에 나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어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었다.

 

많은 일본인은, 천황이 아무 잘못 없다고, 철석같이 믿게 되었다. 최면에 빠진 것이다.

 

이런 배경 하에, 일본의 고위 공직자들은 난징 대학살에 대해 사죄하기는커녕, 그런 사건은 날조된 것이라는 망언을 일삼게 되었다. 아주 통탄할 만한 일이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난징의 지옥도에서, 인류애를 발휘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욘 라베는 비록 나치주의자였지만 중국인을 하나라도 구출하기 위해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일본군에 대항했다. 외과의였던 로버트 윌슨은 몇날며칠 잠도 자지 않아가면서 강간당해 죽어가는 여성들, 대검에 찔린 중국 군인들을 수술했다. ‘난징의 살아있는 여신이라 칭해지는 미니 보트린은 일본군에게 구타를 당하더라도 중국 여인들을 그들의 손에 넘기지 않았다.

그들은 종전 후 어떻게 되었을까.

영웅에 걸맞은 대접을 받았을까?

 

그렇지 않다. 욘 라베는 양식이 없어 풀을 넣은 밀가루 죽과 굳은 빵으로 연명했으며, 윌슨은 과로의 후유증으로 귀국해서도 한참 동안 요양을 해야 했다. 미니 보트린은 심한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결국 귀국하는 배 안에서 자살하고 만다.

 

이를 보면, 역사란 얼마나 가혹한지 알 수 있다. 왜 선한 이들은 피해를 보고, 악한 이들은 면책을 받는 것인가.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영웅이 있다.

바로 이 글을 쓴 아이리스 장.

 

그녀는 이 책을 쓰고 나서, 일본의 극우 단체에게 협박을 당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차 안에서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그녀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도 명명백백한 역사적 사실을, 그들은 아직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를 인정할 수 있는 양심이 없으니, 진실을 말하는 메신저를 괴롭혀 끝내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일본 극우는 아직도 기회가 될 때마다 그 독이 든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난징 대학살은 아직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구절

 

난징 대학살은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사건이다. 인간이 얼마나 쉽게 십대들이 갖는 천성 중 좋은 부분을 억압하고 그들을 살인병기로 만들 수 있는지 이 사건은 잘 보여준다.

 

역사를 통해 인류가 저지른 대량 학살의 패턴을 연구한 사람이라면 정부의 권력 집중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제재나 견제를 받지 않는 권력은 난징 대학살과 같은 잔인한 사건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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