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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신기수와 조선통신사의 시대

by 석아산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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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요즘입니다.

우리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날이 서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무관심하거나요.

한일 관계는 늘 안 좋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과 조선의 선린우호 관계의 역사도 생각보다 뿌리가 깊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에는 도쿠가와 막부가 우리 조선의 통신사를 극진히 대접했습니다.

통신사가 가는 곳마다 그곳의 영주는 조선인이 좋아하는 소 내장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통신사의 행렬을 쫓아가며, 붓글씨 하나라도 받으려고 아우성하는 일본인들의 모습, 이런 현장이 당대의 회화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이런 한일 선린우호 관계의 상징,

조선통신사에 대한 깊은 천착을 통해 방대한 '조선통신사 대계' 11권을 펴낸 신기수 선생, 그야말로 현대의 한일 선린우호의 상징과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신기수는 재일동포입니다.

그 자신 '자이니치'라는 신분의 한계에 얼마나 고통을 많이 받았겠습니까.

재일교포는 지금도 일본에서는 차별의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신기수씨는 그러한 차별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용력을 가지고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는 한일 교류의 증거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일본 곳곳에 있는 조선 문화의 흔적을 연구, 정리하여 대작을 출판합니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일본 각지의 그림 자료들을, 그는 거의 전부 모았습니다. 

 

어떤 일본인이 등에 두루마리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말에 탄, 갓을 쓴 조선인 통신사가,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듯 일필휘지로 글을 써 줍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조선통신사의 서예 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대 지배층의 커다란 갈망이었음을 알 수 있지요.

또한 우시마도라는 곳에 전해지는 '가라코 오도리'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쓴 조선인 통신사의 모습을 그대로 빼박았습니다. 신기수는 이런 가라코오도리를 처음 보는 순간 조선인 통신사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기수 씨는 이런 방대한 자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이 평화적인 교류를 했던 때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역사도 사랑했지만, 일본의 역사도 사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 손을 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게 될지...

이런 평화의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신기수, 우리는 그를 위대한 우리 동포로 기억해야 합니다.

 

사족, 그러면 일본은 지금 어떤가.

 제가 볼 때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천황제를 폐지하고,

세계보편주의의 방향, 평화를 지향하는 자세를 견지하지 않는 이상 한일 관계의 선린우호는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즉 평화의 매듭을 먼저 풀어야 하는 것은 일본이라는 말입니다. 

 

자, 그 다음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을까요?

조선통신사의 주체가 누구입니까? 일본입니까, 한국입니까?

그런데 아직도 조선통신사를 제대로 연구하는 한국인이 있습니까?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알까요? 일본인 중에서, 한국인을 비롯하여 세계 평화를 주창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은 있을까요?

제가 볼 때는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한일관계의 또다른 측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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