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앞 최애 사진 놓고 다소곳이... '예절샷'이란 무엇인가

직장인 A씨가 카페에서 커피, 케이크를 앞에 두고 찍은 ‘예절샷’. 포토카드에는 A씨가 좋아하는 배우 김강민의 어린시절 모습이 담겨있다. A씨 제공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든 따라잡고 싶어서 안달인, 작가 석아산입니다 ㅋㅋㅋ

여러분 "예절샷"이라는 말 들어봤나요?

 

저는 오늘 처음 들어봤는데요. 이거 또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소개해 드릴게요^^

요새의 소위 '덕후'들은 한 자리에 모일 때 반드시 치르는 의식이 있다고 합니다.

가방에 소중히 보관해 둔 '최애(가장 좋아하는 스타)'의 '포카(포토 카드)'를 꺼내놓고 한데 모은 뒤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이들이 사진을 찍는 때와 장소는 다양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뒀을 때, 풍경이 아름다운 여행지일 때에도 이렇게 포카와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ㅋㅋㅋ 아아... 저한테는 생경하기 그지없습니다 ㅋㅋㅋ

어쨌든 이들 덕후는 이렇게 찍은 사진을 각자의 SNS에 업로드합니다.

 

이것을 일명 '예절샷'이라 부른답니다. 이 의식은 덕후 세계의 놀이 문화 중 하나라고 하네요.

최근 1~2년 사이 K팝 덕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예절샷이라는 단어가 언제,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덕후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예절, 이런 뜻에 사진을 의미하는 '샷'을 붙인 게 아닌가 추측할 뿐입니다.

 

예절샷을 찍을 때에는 몇 가지의 소소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별다른 장치 없이 포카만 놓고 찍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예쁘게 '탑꾸'된 포카를 내고 싶은 것이 덕후의 마음입니다.

여기서 또 신용어가 나왔습니다. '탑꾸'.... 이 탑꾸란 단어는 탑로더 꾸미기의 줄임말이랍니다.

탑로더는 포카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를 말합니다. 탑꾸에는 덕후의 개성이 반영됩니다. 간단하게는 탑꾸용으로 판매되는 탑로더를 사거나 스티커와 파츠를 붙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부 솜씨 좋은 덕후들은 LED를 사용해 포카가 번쩍번쩍 빛을 내게 만들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탑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K팝 덕후들이 정성껏 꾸민 탑꾸 영상들이 나옵니다. 이들 덕후는 포토 카드를 예쁘게 꾸미는 방법을 공유하는 데 적극적입니다.

 

유튜브 갈무리 덕후들은 그렇다면 왜 예절샷을 찍을까요.

지난 20년간 아이돌 그룹과 래퍼, 밴드 등 여러 스타들을 두루 덕질한 직장인 A씨도 요새 예절샷 찍는 재미에 빠졌다는데요.

현재 배우 김강민을 최애로 꼽은 그는 예절샷을 찍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포카를 너무 좋아해요. 강민이를 좋아하니까 갖고 다니면서 보고 싶거든요. 들여다볼 때마다 왠지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고요. 사진을 찍는 건 재미있기 때문인데요.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갔을 때 '우리 애기도 같이 왔다' 이런 느낌으로요.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어디 올리기 부담스러운데, 최애 사진을 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해요."

팬들 사이에서 예절샷이 유행하자 이에 응답하듯 K팝 그룹 멤버들이 스스로 '셀프 예절샷'을 찍어 올리기도 한답니다. 에스파, 소녀시대, 레드벨벳, 엔믹스 등 그룹의 멤버들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포카로 직접 사진을 찍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은 최근 자체 콘텐츠를 통해 직접 예쁘게 꾸민 포카로 예절샷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스타가 찍은 예절샷이 '머글 같다'고 해도, 즉 어설프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덕후들에게는 덕질의 심장에 불을 지르는 연료가 되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