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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해열제 대란... 배후에 인도가 있었다

by 석아산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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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제약 '챔프시럽'. 사진 약학정보원
동아제약 '챔프시럽'. 사진 약학정보원

얼마 전부터 국민 해열제로 불리던 약들에서 문제가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럽형 해열제에서 갈변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이게 다 인도산 첨가제였다는 겁니다.

 

인도는 복제약 시장이 아주 발달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렇게 국제적으로 여러 약품에 인도산의 약품이나 첨가제가 들어가 있어서, 세계 각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런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1. 죽음의 약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유아 감기약의 대세, '챔프시럽'과 콜대원키즈펜시럽이 지난 4~5월 각각 제조 판매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부모들을 걱정하게 만든 이 국민 어린이 해열제 대란이 벌어진 것은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그 배후는 인도라고 합니다.

동아제약은 지난 5월 식약처에, "챔프시럽의 갈변현상 원인은 인도산 D-소르비톨 첨가제"라고 보고했습니다.

 

이 D-소르비톨이란 것은 단맛을 내기 위해 쓰는 첨가제입니다.

코로나19로 감기약 수요가 급증했지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내산 대신 인도산을 추가로 썼는데 여기에 철 성분이 갈변 현상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요. 

그런데 지금 전 세계엔 인도산 약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인도 감기약은 '죽음의 약'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7월부터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 5개월~5세 어린이들이 급성 신장질환으로 연달아 목숨을 잃으며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 현지 당국에 의해 회수된 감기약 시럽 제품들. [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 현지 당국에 의해 회수된 감기약 시럽 제품들. [AFP=연합뉴스]

 

감비아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숨진 아이들은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든 기침, 감기 시럽을 복용했습니다.

그런데 3~5일 내로 신장에 이상 증세가 생겨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 제약사 메이든이 제조한 네 종류의 감기 시럽이 이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디에틸렌글리콜과 에틸렌글리콜이라는 성분이 허용 수치 이상으로 들어 있었던 것이죠.

DEG와 EG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동액과 브레이크 오일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입니다. 인도의 제약회사들은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시럽형 감기약에 이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왔던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한 약사가 어린이 집단사망과 연관된 의혹이 있는 감기약을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한 약사가 어린이 집단사망과 연관된 의혹이 있는 감기약을 보여주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도 지난해 10월 급성 신장질환으로 지금까지 200여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부분 5세 이하인데요.

감기 시럽을 먹고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들이 먹은 인도네시아산 감기시럽 8개 제품에서도 DEG와 EG가 검출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인도 메이든 제약사의 제품이 인도네시아에 수입된 기록은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의약품 대부분을 인도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지난해 12월 인도 제약사 마리온 바이오테크의 감기, 독감 치료제 '도크-1 맥스' 시럽을 복용한 어린이 19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시럽에서도 EG가 검출되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지난 2월 인도 제약회사 글로벌파마의 인공눈ㅁㄹ '에즈리케어'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이 약품을 쓴 사람들이 '녹농균 감염'으로 숨지거나 실명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에즈리케어 사용으로 인해 총 81명의 녹농균 감염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4명이 숨지고 14명이 시력을 잃었습니다.

 

2. 도대체 왜?

그렇다면 인도산 약은 왜 '죽음의 약'이라는 비판을 듣게 되었을까요.

이는 인도 당국이 약에 대한 안전 검증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정부가 2007~2020년까지 인도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무작위로 수거해 분석한 결과 최소 7500개 제품이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도 회사들이 국제 의약품 제조, 관리 기준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도 정부는 6월부터 제약업체가 시럽 등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사전에 의무적으로 정부에 샘플을 보내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신뢰도는 크게 떨어진 상태입니다.

 

의약품 사고가 나면 대책을 마련해도 언제나 말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BBC는 "인도 정부는 의약품에 문제가 발견되면 전량 리콜(회수)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는 인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인도가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생산을 주도하면서 '세계의 약국'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인도의 전 세계 복제약 공급 비중은 무려 20%에 달합니다. 이는 연간 생산량 기준 세계 3위입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유통 복제약의 각각 40, 20%가 인도산입니다.

 

세계적으로 의약품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인건비와 임대료가 낮은 인도로 의약품 생산이 위탁되고 있습니다. 현재 3000개가 넘는 글로벌 의약품 기업이 인도에 약 1만 개의 제약 생산 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루스 폴라드 블룸버그통신 오피니언 에디터는 "의약품 안전에 대한 글로벌 체계가 부재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또 "FDA의 해외 의약품 검증, WHO의 의약품 사전 인증 프로그램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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