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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3억 킬로미터 거리, 화성에서 본 지구와 달의 모습

by 석아산 2023.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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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2023년 6월2일 3억km 거리에서 찍은 지구와 달.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의 화성 궤도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2023년 6월2일 3억km 거리에서 찍은 지구와 달. 유럽우주국 제공

3억 킬로미터의 거리.

 

그곳에서 보면 지구도 하나의 반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구라는 환경. 그 안에서 진화한 생명체, 그리고 인간은...

 

솔직히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200만년 동안, 솔직히 아무도 우리 지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는 없었지요.

모두 지구 안에서, 제약된 환경 속에서 진화한 생명체로서, 그저 주관적으로 이 지구를 바라볼 뿐이었습니요.

 

한때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고, 지금은 지구가 구, 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솔직히 지구 밖에서 우리 지구를 온전히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20세기부터 과학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아폴로 계획 등을 통해 비로소 '구'로서의 지구를 오롯이 관조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는 혁명적인 일입니다. 지구, 나아가 인간이라는 것이 별볼일 없는, 그저 우주 한 구석의 일부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그런데 달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은 '파랬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구의 '물', 그러니까 바다가 산란시킨 파란 빛을 온전히 포착하였던 것이죠. 1960년대 당시 원형의 파란 지구는 생경한 것이기는 했지만, 분명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이미지였습니다. 한마디로, 충분히 가까운 곳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위의 사진을 보십시오. 무려 3억 킬로미터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그냥 무의미한 하나의 '반점'이라는 사실....

 

그것을 바로 위의 사진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우주, 지구는 정말 그저 하나의 반점일 뿐입니다. 그것은(그곳은) 우연히 탄생했습니다.

우리 생명체도 우연히 탄생했지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우주, 창조주도 뭣도 없는 그저 우연한 우주의 한 점, 한 얼룩,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곳...

 

하지만 우연의 주름이 너무나도 많이 겹친 곳... 바로 그것입니다. 우연을 충분히 적분하면 필연이 됩니다.

그러나 필연은... 아무리 미분하여도 우연이 되지는 않지요. 그런 강력한 불가역적 모순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더더욱 필연적으로 느끼게 되는 착각을 낳습니다.

 

...어쨌든... 저는 저 위의 사진을 보면 경이로워지고,  두려워지며, 겸허해집니다.

 

지구, 생명, 그리고 지성을 지닌 인간은... 늘 착각을 합니다.

 

마치 우주가 우리를 위해서 '준비된' 것처럼 느끼지요.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그저 그렇게 이 지구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하였으니, 이 지구 환경의 필연성이 마치 '목적론적'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인간이 지성을 가지기 위해 온 우주가 이렇게 조직되었다고 느끼는 착각. 그리고 그 착각의 꼭짓점에 '신'을 무리하게 위치시키는 기만.

 

그러나 저는 저 위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유혹이 말끔히 세정되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우주.

 

저는 이런 무목적성의 우주가 못견디게 위대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이곳은 인간을 위해 '짜맞추어진 우주'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처럼 '인간은 에너지를 마구 써도 돼.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그 자원도 오로지 인간만의 것이야.'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우주는 정말 가혹한 철퇴를 내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은 우주적 관점의, 흐름입니다. 그 흐름이 우리를 어디로 내몰지... 그것이 전 인류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제가 볼 때 인류는 가망이 없습니다. 50억년 뒤 태양이 내부의 핵융합 연료를 모두 태우고 나면 태양은 적색거성이 되면서 지구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그런데 50억년요?

 

인류가 1만년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아니, 100년을 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선 어떤 관점이 필요할까요?

 

혹여 3억 킬로미터 밖에서 보는 관점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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