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라운 세상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라는 '부켈레'를 따라하는 남미 지도자들

by 석아산 2023. 8. 10.
반응형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70㎞ 떨어진 테콜루카에 새로 지은 ‘테러범 수용센터’에서 지난 3월 갱단 조직원 2000여 명이 윗옷을 벗은 채 무장한 군경의 감시를 받으며 앉아 있다(왼쪽 사진). 이곳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이끈 범죄 소탕 작전으로 교도소 수감자가 폭증해 건립됐다. 오른쪽 사진은 부켈레 대통령이 2019년 2월 당선 직후 연설하는 모습.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70㎞ 떨어진 테콜루카에 새로 지은 ‘테러범 수용센터’에서 지난 3월 갱단 조직원 2000여 명이 윗옷을 벗은 채 무장한 군경의 감시를 받으며 앉아 있다(왼쪽 사진). 이곳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이끈 범죄 소탕 작전으로 교도소 수감자가 폭증해 건립됐다. 오른쪽 사진은 부켈레 대통령이 2019년 2월 당선 직후 연설하는 모습.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국가에서는, 범죄를 때려잡는 지도자가 큰 지지를 얻기 마련입니다.

 

필리핀 두테르테는 "범죄자의 인권 따위 없다"면서 범죄자를 때려잡았죠.

 

지금 엘살바도르의 지도자도 그렇게 범죄와의 전쟁을 실시하여 국민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국의 국민들 뿐만 아니라, 남미 국가 지도자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기도 한데요.

 

그 소식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부켈레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살인율을 기록하던 엘살바도르.

이 국가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초강력 범죄 소탕 작전을 이끌고 있는 부켈레가 중남미의 벼락 스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만성적 치안 불안에 넌더리를 내는 각국 국민들이 그의 불도저식 통치 스타일에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만큼 새로운 독재 체제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취임한 부켈레는 지난달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서 2021년 대통령 중임은 가능하되 연임을 금지한 선거 규정이 대법원과 선관위 결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부켈레는 소셜 미디어 계정에 자신을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로 소개하고 공개적으로 재선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거 자체가... 남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낙후된 국가인지 알게 만드는군요 ㅠㅠ

 

어쨌든 점잖고 그럴싸한 단어로 자신들의 의도를 숨기는 여느 정치인들과 달리 거침없이 권력욕을 드러내는 그의 지지율은 경이적인 수준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93%에 달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공권력을 동원해 갱단 소탕 작전에 나서면서 지지율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마노 두라(철권통치·mano dura)'라고 불린 작전으로 성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약 7만명이 교도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경찰이 갱단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누구든 체포할 수 있도록 했지요.

 

체포된 피의자들을 수용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교도소도 지었습니다. 일단 때려잡고 보는 식의 범죄 소탕 작전에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 역시 비등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도 적지 않았습니다. 당장 살인율이 뚝 떨어졌지요.

2015년 세계 최고 수준인 인구 10만명당 106건에서 2022년에는 8건으로 92% 이상 감소했습니다. 미국이나 멕시코로 망명하는 국민 수도 44% 줄었습니다.

 

부켈레는 여러 면에서 엘살바도르 정가의 이단아입니다.

팔레스타인계 이민자 출신 조부모를 둔 그는 광고회사를 운영한 뒤 2015년부터 4년간 수도 산살바도르 시장을 지내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2019년 서른여덟 나이로 미니 정당 국민통합대연맹(GANA)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지요.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파격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거대 양당 후보를 누르고 깜짝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기반이 없어 임기 내내 기득권층에 휘둘릴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제기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가 가격 폭락으로 재정 위기를 겪는 등의 위기도 찾아왔지요.

 

그러나 범죄와의 전쟁은 그의 지지율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엘살바도르는 20세기 이후 여섯 번 쿠데타를 겪었습니다. 1980년부터는 12년간 좌우 진영의 유혈 내전을 겪었죠.

 

오랜 정정 불안 역사에 만성적 치안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 부켈레는 '악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 이미지로 각인되었습니다.

그가 소셜미디어 등에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 등으로 소개하는 것도 높은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이웃 국가로 확산되는 부켈레 신드롬

부켈레에 대한 열광적 지지는 '부켈리스모(Bukelismo,부켈레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이웃 국가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각국 지도자와 유력 정치인들이 벤치마킹에 나섰습니다.

 

이달 말 대선을 앞둔 에콰도르에서는 부켈레에 대한 호감도(58%)가 이 나라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20~30%)을 압도했습니다. 그러자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얀 토픽은 자신을 '에콰도르 부켈레'로 묘사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턱수염과 가죽 재킷까지 입고 유세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역시 이달 말 대선 결선투표를 치르는 과테말라에서도 1차 투표 1위를 차지한 산드라 토레스 후보가 "엘살바도르를 모델로 부켈레식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픽=박상훈

부켈레 따라하는 중남미 정치인
부켈레 따라하는 중남미 정치인
부켈레 따라하는 중남미 정치인
부켈레 따라하는 중남미 정치인

콜롬비아에서도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 55%가 '부켈레 같은 대통령을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부켈레를 비판해온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의 지지도는 32%에 불과했습니다. 보수 야당 소속 마리아 페르난다 카발 상원의원은 부켈레 방식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수도 보고타 시장 후보 디에고 몰라노 전 국방장관은 초대형 교도소 건설을 공약했습니다.

온두라스에서는 현직 여성 대통령까지 '부켈레 따라 하기'에 나섰다.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은 공식 행사에서 선글라스를 따라 씁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공권력을 앞세운 범죄자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본토에서 200㎞ 떨어진 카리브해 스완 제도에 갱단 간부 2000명을 수용할 교도소 건설을 발표했습니다.

 

페루에서는 우파 진영 차기 대선 주자인 라파엘 로페스 알리아가 리마 시장이 "부켈레는 기적을 이루었다"며 범죄 단속을 약속했습니다. 디에고 우세다 리마 라몰리나 구청장은 부켈레 이름을 딴 공원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대선후보 산티아고 쿠네오가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아르헨티나 부켈레'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부켈레 신드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장은 "부켈레의 인기는 사회 안전 보장을 위해 유권자들이 인권, 시민의 자유, 법치 등에 대한 침해를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