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율 85% 감소’ 도로에 분홍색 칠한 이 남자

‘사고율 85% 감소’ 도로에 분홍색 칠한 이 남자

 

여러분 운전하고 가시다 보면 고속도로 진출로 등에 분홍색 선이 그려져 있는 걸 보신 적이 있으시죠?

 

그런데 이게 그냥 생긴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그것도 처음에는 '불법'이라는 낙인 때문에 핍박을 받기까지 했다는데요.

 

이런 신기한 소식은 또 제가 안 전해드릴 수가 없죠 ㅋㅋㅋ 자, 함께 소식을 봅시다!

 

"분홍색 차선을 따라 운전하세요."

 

언젠가부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량 내비게이션이 색을 말해줍니다. 분홍색 또는 초록색 차선을 따라 가면 목적지로 쉽고 안전하게 빠져 나갈 수 있지요.

누구 처음 도로에 색을 칠할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바로 윤석덕 한국도로공사 안성용인건설사업단의 공사관리팀 2공구 주감독(차장)입니다.

 

노면 색깔 유도선은 분기점 등에서 차로 안내를 위해 노면에 시공하는 유도표시입니다, 2011년 영동고속도로 안산분기점에 처음 생긴 후 해당 구간 사고 발생 건수는 연간 20여 건에서 3건 이하로 줄었습니다.

사고 감소율이 무려 85%입니다. 이 정도면 노벨 평화상은 아니더라도 훈장 하나쯤은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2015년까지 77개 유도선이 설치된 후 분기점에서 22%, 나들목에선 40%의 사고 감소 효과를 보았습니다.

현재 고속도로에만 이런 유도선이 905개 존재합니다. 시내 도로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많습니다.

윤 차장은 영동고속도로의 한 분기점에서 길을 헤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서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전남 목포 방향으로 빠졌다고 하네요.

윤 차장은 이때부터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하던 찰나 2011년 3월 안산 분기점에서 대형 사고가 났습니다. 4중 추돌사고가 나면서 2명이 사망했다네요.

사망사고가 난 그 날, 군포지사장이 윤 차장에게 "대책을 세워보자"고 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8살 딸과 4살 아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답니다. 그는 "그때 생각이 났어요. 도로에 색을 입히면 사람들이 잘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걸요."

 

도로에 분홍색을 칠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위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차로에는 흰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청색만 칠할 수 있었습니다. 윤 차장의 아이디어는 당시에는 '불법'이었습니다.

"경찰에서 입건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그럼에도 그의 아이디어가 안산분기점을 장식했습니다. 성과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2012년 한국도로공사 수도권 본부 도로에 색을 칠하자고 건의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 판교 분기점에 두 번째 유도선이 그려졌습니다. 윤 차장은 "그때에도 여전히 불법이긴 했는데 교통사고를 줄인다는 명분이 있어 규제를 받지 않는 듯하다"라고 회상했습니다.

 

2014년 한국도로공사에서 내부방침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도선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2017년 국토교통부 노면 색깔 설치 관리 매뉴얼 발간에 이서 2021년 4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습니다.

 

그는 유도선을 만들면서 특허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불법'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잡혀가더라도 한번 시도는 해볼 걸이라는 생각도 해요"

또 누군가는 자신이 만든 것을 알아주기를 내심 기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리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옆에 있던 입사 동기가 '이거 누가했는지 아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윤 차장은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어서 위안을 삼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사망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퇴직을 7년 가량 앞둔 윤 차장에게는 블랙아이스(살얼음)사고를 막아보려는 포부가 있습니다.

지금도 전기 열선을 통해 도로를 녹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더 경제적이고 간단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또 어떠한 아이디어로 이 세상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놓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