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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꿀벌 실종'의 비용이 본격화된다... 벌통에만 100억 쓴 농가들

by 석아산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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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어찌나 어리석은지... 이렇게 무엇인가가 실종되거나 없어지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사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여기서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적 존재'로서의 인간도,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일단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채 2분도 안 되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 산소는 어디서 나옵니까... 광합성을 하는 바다의 시아노 박테리아, 아마존의 활엽수림, 그리고 시베리아의 침엽수림이 대량으로 뿜어냅니다.

그러니, 이런 식물들이 없으면 살 수가 없는 존재죠.

그렇다면, 식량은 어떨까요. 우리는 식물의 잎 부분 보다는, 열매 등을 섭취합니다. 그런데 열매가 열리려면 당연히 꽃가루가 '수분'되어야 하죠.

그러한 수분은, 바로 작은 로봇들이 담당합니다. 바로 우리가 '곤충'이라고 부르는 미니로봇들이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수분매개자로 불리는 '꿀벌'이, 지금 56% 정도나 사라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꿀벌 실종의 비용, 그 청구서가 지금 농가를 비롯하여 전세계 곳곳에 뿌려지고 있는, 너무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아마 이 꿀벌 실종을 막지 못한다면 분명히 어느 순간부터 식량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것도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다가, 갑자기 말이죠. 그래서 이 심각한 소식을,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지난해 15만원 하던 벌통 한 개를 수소문 끝에 30만원이나 주고 샀습니다. 내년에는 얼마까지 오를지 벌써 걱정입니다."

지금 농가에서 들려오는 탄식들입니다.

지난 1일 경북 성주군 성주참외원예농협 공판장에서 농민 김석주(65)씨는 "올해 참외 작황은 좋았는데 참외값이 떨어지고 생산비는 치솟아 크게 손해를 볼 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산비에서 크게 오른 것 중 하나가 바로 벌통 가격입니다. 올해 참외하우스에 수분용으로 벌통을 15개 들여놓았는데 가격이 450만원이라고 합니다. 두 배나 오른 가격입니다.

 

작년 60억마리서 올핸 200억마리 폐사

지난해부터 시작된 꿀벌의 실종사태 여파가 농가를 비롯해 산업계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전국에서 꿀벌이 급감하면서, 양봉 농가에 이어 과수농가와 종묘업계까지 파장이 번지고 있습니다.

꿀벌은 농작물과 식물의 가루받이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매개 곤충입니다.

꿀벌이 꽃을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겨줘야 비로소 열매가 맺히죠.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농가 1만 9천여곳에서 122만 4천개 벌통에서 꿀벌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벌통 1개당 평균 1만 5천~2만마리가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당 1만 7000마리씩만 잡아도 무려 208억 마리가 자취를 감추거나 폐사한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산리 양봉농가에서 이인구(60)씨가 지난 1~2월 꿀벌이 사라진 벌통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강진읍 서산리 양봉농가에서 이인구(60)씨가 지난 1~2월 꿀벌이 사라진 벌통을 바라보고 있다

 전국 꿀벌 56% 증발…"내년 더 큰 피해"

이렇게 올해 양봉 농가에서 키우던 꿀벌 중 무려 56.3%가 사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 39만 517개 벌통에서 60억마리가 없어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양봉업계와 과수농가에서는 "내년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지역별로는 경북지역 벌통 25만7339개를 비롯해 경남(25만4187개), 전남(16만379개)에서 큰 피해를 봤습니다. 경기(13만8780개), 충남(13만7700개), 충북(12만852개) 등에서도 50~75%가량 꿀벌이 사라졌습니다.

양봉업계에서는 피해 금액이 작년의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올해는 수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승표(71) 한국양봉협회 경북도지회 사무국장은 "꿀벌이 계속 폐사하면서 판매용 꿀벌은 물론이고 과수 농과에 빌려줄 임대용 벌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피해 조사에는 올해 봄에 돈을 주고 새로 산 벌통도 포함된 만큼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꿀벌 피해 상황
전국 꿀벌 피해 상황

과수농가,종묘회사까지 '불똥'

이렇게 꿀벌이 폐사하는 것이 과수농가와 산업계까지 번져나가고 있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국내 최대 참외 산지인 성주군에서는 농가들이 벌통을 사기 위해 예년보다 두 배 가량 돈을 더 썼다고 합니다.

현재 성주에 있는 참외 농가 중 80% 정도가 꿀벌을 이용한 수분을 하고 있습니다. 성주군에 따르면, 올해 벌통 가격이 25~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전체 농가를 합치면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참외 가격은 매년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참외 가격은 내려가지만 생산비는 늘면서, 농가는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딸기농가 등 꿀통값 상승에 기형과까지

꿀벌의 품귀 현상은 전남 강진군과 충남 논산군 등의 딸기 농장에도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강진에서는 올해 초 수분용 꿀벌이 없어, 열매가 기형적으로 맺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일부 농가에선 꿀벌 대신 외래종인 호박벌까지 수입해 하우스에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꿀벌의 활동성도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전년도 11월부터 4월까지 활발한 수정 활동을 했던 꿀벌이 지난해부터는 3월까지도 못 버틸 정도로 힘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강진군에서 딸기하우스를 하는 이성수(59)씨는 "딸기는 저온성 작물이어서 3월부터는 상품성이 떨어지고 기형과(果)도 생기는 탓에 올해 초 수분용 꿀벌을 대느라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호박벌은 수분 역할을 해주긴 하지만 하우스에서 자라난 딸기를 파먹곤 해 꿀벌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딸기농가에도 꿀벌 없어서 비상
딸기농가에도 꿀벌 없어서 비상

종묘업계 "종자 생산 줄면 씨앗값도 올라"

꿀벌 개체 수가 급감함으로써, 종묘회사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수정용 벌통값이 두 배 이상 오른 데다가 무나 배추 등 씨앗 생산량이 크게 줄어서입니다.

 

주식회사 아시아종묘 남윤수(61) 기술상무는 "통상 무나 배추 종자는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대부분 생산한다는 점에서 벌이 없으면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당장 수정용 벌통값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꿀벌 급감에 따른 수확이 계속 감소하면 씨앗 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꿀벌이 집단 폐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거시적으로는 지구 온난화와 병해충 피해를 들 수 있습니다. 곤충은 기온 상승에 아주 민감하고, 활동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약제 오용, 봉군 관리기술 부족 등도 원인이 됩니다. 이 모든 원인들이 두루 맞물려 저렇게 꿀벌 폐사가 일어난 거죠. 그리고 이런 꿀벌 폐사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지금 거의 전지구적인 문젯거리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꿀의 근원이 되는 밀원수를 식재하고, 양봉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조윤상(54) 농림축산검역본부 꿀벌질병관리센터 수의연구관은 "추가적인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선 정부와 양봉 농가가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대대적인 밀원수 식재와 응애 구제를 위한 약재 순환사용, 신약개발, 체계적인 사양꿀 관리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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