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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법구경

by 석아산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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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전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바로 '이 세상과 삶은 고통이다'라는 전제입니다.

 

아주 부정적인 세계관이죠. 쇼펜하우어가 이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게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에 대한 진단을 하지만, 처방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의사로 치자면, "음, 당신은 암에 걸렸소. 죽은 목숨이요. 그럼 이만!"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종교적 가르침은 그래서는 안 되겠죠.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고통이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의 처방도 제시합니다.

 

다행히도, "이 세상 모든 것이 고통이니, 그냥 세상을 떠나라."라고, 그런 허무자의자의 처방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고통이고, 인생은 무상하고, 모든 것에 '자아'란 없다.

그것을 깨닫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없애려고 노력하라. 마음을 닦고, 집착을 버려라... 이 간단한 메시지, 그러나 실로 강력한 치료법입니다.

 

 

저는 어느 때부터인가 불교의 이러한 메시지가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겠죠.

 

적극적으로 쾌락을 챙기는 데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기는 지난 것입니다.

 

고통이 없는 아주 조용한 상태. 모든 정념이 사라지고, 집중하는 가운데 고요한 삼매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

 

명상을 하면서 깊은 적멸에 들어가는 상태. 촛불이 꺼지듯, 나의 자아를 모두 후후~ 불어 꺼버리고, 이 우주 안에서 잠깐 응집된 물질과 에너지로서의 나, 잠깐 존재하는 이 형태의 기적을 조용히 관조하는 것... 그것이 매우 기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러 경전도 접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아직 부족해서인지, 마치 말러의 교향곡처럼 여러 악기가 화려한 조화를 뽐내는 '묘법연화경'과 같은 대승 경전은 아직 가닿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초기경전이라고 하는, 숫따니파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로 유명하죠)나 아함경 등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소박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다스리는 것을 강조하는 경전들...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제법 훤해지고 

기뻤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접한 이 법구경이 조용한 기쁨을 불러 일으키네요^^

마음, 그렇습니다. 이 법구경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마음을 흐리지 않을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박한 경전입니다.

 

하나하나의 말이 매우 평범하게 보이지만, 곱씹을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옵니다.

 

온갓 삿된 마음 때문에 괜한 고통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경전을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시원한 샘물을 손에 떠 마시는 느낌, 그것입니다.

 

이 몸이 물거품과 같다고 보고 모든 일은 아지랑이 같다고 보는 자는 악마의 꽃피움을 꺾어버리고 죽음의 왕을 만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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