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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답사

유홍준 선생님 강의 "한국 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

by 작가석아산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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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
한국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

유홍준 선생님 강의 "한국 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

어제는 장흥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유홍준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한국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을 주제로 한 강연이었는데요.

 

저는 인천 사람이고, 서울에서도 살았던 도시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시는 늘 저한테는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일단 별로 아름답지가 않았습니다. 볼썽사나운 건물들, 그리고 매일매일 타야 하는 지옥철, 수많은 사람들은 나를 질리게 했죠.

 

저는 아주 조용한 곳에서, 늘 내면을 바라다보며 살고 싶었습니다. 시야가 넓은 곳, 그리고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돈을 한 푼도 못 벌더라도, 그냥 시골에서 살다가 조용히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요. 이왕이면 바닷가에서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찌저찌 기회가 되어 이곳 장흥에 집을 사게 되었고, 지금 5년째 여기서 살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장흥군이라는 곳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우울증으로 인해서 죽을 거 같아, 빨리 이사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죠.

 

하지만 장흥군은 너무나 아름답고,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매우 풍성한 곳이었습니다.

 

장흥의 진면목

일단 근처의 방촌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조선시대 실학자인 존재 위백규 선생의 고택이 있고, 또 방촌을 비롯하여 수많은 곳에 고인돌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가지산의 보림사라는 곳은 그야말로 중요한 한국의 선종 사찰입니다.

 

또 장흥 회진에는 현대 문학가인 이청준 선생과, 또 소설가 한강 작가의 부친이시자 위대한 작가인 한승원 선생님 생가도 있는 곳이죠.

 

천관산은 우리나라 불교의 천관 보살 신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곳이고요. 또 회진의 회령진성은 이순신 장군께서 12척의 배를 수습하여 다시 전장에 나가기 위해 힘을 비축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장흥은 곳곳에 한국 문화사의 위대한 족적이 남아 있었던 곳입니다.

유홍준 선생님
유홍준 선생님

 

한국 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

유홍준 선생님께서도 그런 면을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제가 새로 배운 점은, 이 장흥이 신라 중대와 하대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것입니다.

 

신라 중대는 불교는 교종 중심으로, 중앙귀족이 지배하던 사회였습니다. 찬란한 궁중 문화가 꽃피웠던 시기이죠.

 

하지만 점점 지방에서 호족들이 발호하기 시작합니다. 지방호족들은 자신들의 힘을 자각하고, 자신도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자긍심을 기르게 됩니다.

 

이때 중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승려들이 '선종'이라는 아주 진보적인 불교 사상을 도입하게 됩니다.

 

선종은, 자신의 본래 청정한 마음을 깨달으면 바로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매우 평등하며 진보적인 사상입니다. 교종이 위계질서를 강조하여 중앙 귀족의 구미에 맞았다면, 이 선종은 새롭게 부흥하는 지방 호족에게 아주 안성맞춤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방 호족들이 전국 곳곳에 이 선종 사찰을 세우게 되는데, 그 1호 사찰이 바로 장흥 가지산의 보림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보림사에는 아주 색다르게, 청동이나 황동으로 된 불상이 아닌 '철불'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 철불은 아주 강건하고 남성적인, 당찬 모습을 하고 있어, 당시 힘을 기르던 호족들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장흥 보림사는 당시로서는 가장 진보적인 문화의 중심이었던 겁니다.

 

이러한 신라 하대 지방 호족의 자신감은, 장보고로 이어지는데요.

 

장보고 역시 당나라에서 관직을 할 만큼 능력있는 사람으로, 바로 이 장흥이나 완도, 해남 등이 주된 활동지 중 하나였습니다. 완도에는 청해진이라고, 장보고가 왜적을 막기 위해 지은 진지가 있는데요. 저도 가봤습니다만, 장보고라는 사람이 이곳 해안 지형을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장보고가 이렇게 중앙 권력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참고로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는 청태전이라는 유명한 차가 있습니다. 그러한 차의 도입 역시 우리나라 최초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장보고가 여러 문물을 중국으로부터 가져왔는데, 차나무 역시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옵니다.

 

이렇듯 유홍준 선생님께서는 한국문화사에서 장흥의 위상에 대하여 아주 의미 있는 강연을 해주셨고, 저는 제가 사는 곳에 더욱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길이 길이 흥하는 곳, 바로 장흥입니다.

유홍준 선생님 사진
유홍준 선생님 사진
유홍준 선생님 단체 사진
유홍준 선생님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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