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있는 곳은 전라남도 장흥입니다.
항상 봄은 일찍 오고, 겨울은 더디 오는 곳입니다.
장흥은 동국여지승람에는 '낙토(樂土)'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굳이 직역하자면 '즐거운 곳'이겠고, 결국 편한 곳,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뒷산에선 지금 찔레꽃이 저물어 가고 있고, 멀구슬꽃과 인동덩굴꽃, 그리고 으아리 등이 펴 있습니다.
산책을 나서면... 산길로 향기 입자들이 동글동글~ 굴러 옵니다. 정말 기가 막힌 향기입니다.
뭐라고 묘사하기가 힘드네요. 확실한 것은, 인공적인 향수처럼 되바라진 향기가 아닌, 정말로 품위있는 향기라는 점입니다.
보리는 이제 황금빛으로 익어 넘실댑니다.
산책을 나서면 저 멀리 고금도와 약산도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다도해의 절경입니다. 저 위 사진의 갯벌이 보이시죠?
그리고 그 안쪽으로는 논이 펼쳐져 있는데요. 이는 다 간척지입니다. 그러니 옛날에는 저 바로 축사있는 곳까지 바투 바다가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지금은 간척되어 농사일을 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사실은 어촌에 더 가까운 지역이었던 것을 알 수 있죠.
그 말인 즉슨... 이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우리집은 바로 잠길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ㅠㅠ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는 뒷산에 오르는 길입니다. 매일 저희집 반려견 몽금이와 동금이를 데리고 오르내리는 길입니다. 석양무렵입니다.
바다가 좋아서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큰 결단이 필요했고... 모든 인간 관계 인프라를 끊어야 했습니다만...
지금은 제 결정이 너무나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합니다!
인간의 여정은 누구도 예상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인천에서 20년,
서울에서 10년, 경기도에서 10년을 살았는데요. 이렇게 우리나라 남쪽 끝까지 흘러들어올 줄은 저도.. 제 주변의 누구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기에 있네요^^
그런 만큼, 제 인생을 제가 잘 모른 만큼, 제가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살 것이라는 보장은 못하겠습니다만...
분명히, 제가 어디에 있든 이곳을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곳에 있으면서도 이곳이 그립습니다.
그냥 이곳이 애틋합니다.
분명 죽을 때, 눈을 감을 때 이곳의 풍경이 제 뇌리 속에서 주마등처럼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죽는 순간 외롭지 않을 거 같습니다. 저는 이미 천국을 경험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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