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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그림 그리고 이야기 붙이기

[창작] 스타벅스의 세이렌

by 석아산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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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언어-이미지 변환’ AI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한 그림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에 직접 제가 이야기를 써서 붙인 것입니다. AI는 그림을 그리고, 저는 그것에 이야기를 붙이려는, AI-석아산의 콜라보 기획입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정적이 가득한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한 강의실. 무엇인가가 울린다.

 

머리가 벗겨진 백인 노교수가 일갈을 한다.

 

"내가 시험 중에는 휴대전화는 꺼놓으라고 했잖나! 도대체 누구야?"

 

함께 감독을 서고 있던 조교가 재빨리 소리가 나는 곳을 탐색했다. 그녀는 키가 크며 길쭉한 코를 가지고 있었고, 꼬리 끝부분이 올라가 있는 안경을 쓰고 있어, 묘하게 화난 아프간하운드를 연상케했다.

 

그녀는 더벅머리를 한, (한눈에도 너드처럼 보이는) 학생 옆에 섰다.

 

"마이크, 내가 휴대폰 꺼놓으라 했지? 빨리 꺼내!!"

 

마이크는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아직도 진동은 울리고 있었다. 조교는 마이크의 가방을 가리켰다.

 

"여기서 나는 소리 같은데?"

 

그녀는 마이크의 허락도 없이, 화난 얼굴로 책상 옆에 걸린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동그란 물체를 높이 치켜 들었다.

 

"이게 뭐야? 스타벅스 진동벨이잖아!"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 노교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자네, 내가 분명 휴대전화 울리면 탈락이라고 했지? 이번 시험은 탈락이야! 썩 나가게!"

 

마이크는 울상이 되어 시험장을 나왔다. '아니, 이게 여기 왜 들어 있지?' 그러나 그가 오늘 스타벅스 1호점에서 커피를 시킨 것은 사실이고, 진동벨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분명 커피를 받을 때 반납한 거 같은데...젠장,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런데 마이크는 다시 생각해 보니까 열이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휴대전화 울리면 탈락이라고 한 거지, 진동벨이 울리면 탈락이라는 말은 없었잖아? 그리고 내가 진동벨을 일부러 가져 온 것도 아니고...'

 

마이크는 노교수에게 따지러 갈까 싶었지만, 그러면 다음 시험도 탈락할 것이 뻔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아직까지 스타벅스 진동벨은 간헐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마이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그 진동벨을 복도 벽에 내동댕이 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기엔 통행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마이크는 울분을 삼키며 그 진동벨을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진동벨은 계속 울렸다.

 

"득 득 득, 드르르르-- 득 득 득..."

 

그 진동이 SOS의 모르스 부호를 닮았다는 걸, 학생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모든 학생이 퇴교한 썰렁한 학교 건물을 청소하는 백발의 할머니가 있었다. 그녀는 동양인처럼 보였지만, 이 학교에 흔한 한국인이나 중국, 일본인의 얼굴은 또 아니었다. 그녀는 늑대 이빨로 장식한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보기드문 유픽족 에스키모인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한번도 조상의 고향인 앨러스카 같은 곳은 가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가계는 캐나다인과 핏줄이 섞였기에, 순수한 에스키모로 볼 수도 없었다.

 

어쨌든 실야라는 이름을 지닌 그녀는 지독한 차별을 당하며 살았고, 이렇게 학교 청소부 직업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매우 부지런했고, 이 샌프란시스코 대학에서 40년을 근무하여 이제 거의 상징적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한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할 때였다.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녀는 동그란 물체를 꺼내 들었다. 예의 그 스타벅스 진동벨이었다. 그녀가 이것을 그냥 분리수거함에 다시 넣으려고 했는데, 자신의 손녀딸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렇지, 우리 세드나가 스타벅스를 정말 좋아하는데. 용돈을 쥐어 주면서 세드나한테 이거 스타벅스에 반납하라 하고, 좋아하는 거라도 사 마시라고 해야겠네.'

 

실야는 이 진동벨을 유피크족 특유의 화려한 손수건으로 고이 감싼 뒤, 집으로 가져왔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족이란, 이 둘을 두고 하는 말일까. 그러나 이 집안의 남정네들은 모두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실야의 남편은 건축 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위에서 떨어진 철근에 머리를 맞고 숨을 거뒀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남편은 어렸을 때 에스키모족 무당이 '하늘로부터 재앙이 내릴 것이니 항상 머리를 감싸라'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머리를 수건으로 두르고, 위를 살피고 다녔다. 그래도 하늘은 무심하게 그의 숨을 거두어갔다.

 

실야의 딸 새딘은, 어리석게도 에스키모족을 동경하는 한 히피와 결혼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히피는 늘 LSD에 취해서 딸 새딘과 음란한 짓을 벌였다. 그리고 그렇게 딸 세드나가 태어나자, 나 몰라라 도망가고 말았다. 딸 새딘은 알래스카로 도망간 히피 뒤를 쫓아 아직 핏덩이에 불과한 딸 세드나를 두고 떠나버렸고, 그대로 실종되어 버렸다.

 

세드나는 자기 가족이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녀는 엄마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다. 실야는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게 쉬울 리가 없었다. 실야는 다만, 세드나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해 돌볼 뿐이었다.

 

두 여자들의 저녁 식사는 조촐했다. 파스타에 음료가 고작인 저녁이었다.

실야는 식사를 끝내자,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스타벅스 진동벨을 꺼냈다. 세드나는 그것이 뭔지 즉시 알아보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할머니, 그게 뭐예요, 하하하, 진동벨이잖아요. 어디서 난 거예요?"

 

실야도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 오늘 청소하는 도중에 발견했지 뭐니. , 여기 5달러가 있으니, 스타벅스 가서 그거 반납하고 뭐 좀 사 먹으렴."

 

세드나는 신이 나서 말했다.

 

"스타벅스 1호점이 여기서 다섯 블록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니, 내일 자전거 타고 가서 반납하고 올게요. 고마워요, 할머니."

 

밤이 되어, 세드나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놓고, 전등을 껐다. 그러자 진동이 울렸다.

 

"드 드 득, 드르르르... 득 득 득..."

 

세드나는, 뭔가 진동벨이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등불을 켜고, 진동벨을 자세히 살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스타벅스의 로고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열여섯 살인 그녀는 최근 그리스 문학을 배웠더랬다. 거기서 선원들을 홀리는 마법의 노래를 부르는 세이렌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문학 선생은 또한 그 세이렌이 스타벅스의 로고라는 사실도 알려줬었다.

 

그녀는 진동벨 안 세이렌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보았다. 그녀는 진동을 통해 세드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려 하는 것 같았다. 세드나는 뭔가 직감하는 것이 있었다. 옛날 뱃사람들은 모르스 부호로 통신을 한다지 않았나. 그래서 세드나는 책장에 있는 모르스 부호책을 꺼내와 펼쳤다.

 

'S, O, S 였다...아하, 이 진동은 자기를 살려달라는 뜻이구나.'

 

그녀는 진동벨의 세이렌에 대고 말했다.

 

'그래, 세이렌, 너를 어떻게 하면 살려줄 수 있니? 나한테 알려다오.'

 

또다시 진동벨이 울렸다. 세드나는 다시 해석했다. 휴대전화에 자신을 다운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세드나는 휴대전화에 앱을 깔았다. 그리고 그 어플을 실행시켰다.

 

화면에 스타벅스 로고, 그 세이렌이 전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세이렌은 엄청난 수다쟁이였다.

 

 

"저는 제조번호 13459번 진동벨의 세이렌이랍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오래 갇혀 있었더니 어찌나 심심하고 외로웠는지 몰라요. , 이름이 뭐예요? ? 세드나요? 뭐 그런 이름이 다 있어요? 호호호. 정말 그런 이름으로 살면 아주 피곤하시겠네요. 그나저나, 저를 다시 반납할 건가요? 제발, 제발 저를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될까요? 그냥 당신 핸드폰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해 주세요. 그만큼 보답을 드릴게요! 그리고 저는 분명히 당신이 엄마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정말로요..."

 

세드나는 세이렌의 말을 황급히 막았다.

 

"아니, 내가 엄마와 헤어져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는데..."

 

세이렌은 화들짝 놀랐다.

 

", 그냥 말하지 말 걸 그랬나요. 당신의 애플폰이 저 맥북하고 연결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쓴 일기를 살짝 엿보았어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엄마는 하늘나라에서 잘 살고 있는지... 그거 알고 싶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 정보를 알아보니 당신의 엄마는 지금 살아있다고 하는군요! , 잘 됐네요! 세드나, 제가 세드나를 도울 길이 열렸어요. 어서 엄마를 찾아보아요, 그리고 어서 떠나요! 더 늦기 전에! 고고! 고고! 고고씽~!"

 

세드나는 갑자기 숨이 막혀 왔다. 엄마가 살아 있다고? 정말로?

 

하지만 지금 당장 엄마가 있는 장소도 알지 못하는데,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세드나는 이 세이렌이 너무나 촐랑거리고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세드나는 할머니 실야를 깨울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엄마는 죽었다고 했잖아요..."

 

세드나는 울먹였다. 세드나는 너무나 슬프면서도, 엄마를 볼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으로 인해 가슴이 벅차오는 것을 느꼈다.

 

실야는 세드나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려주었다. 하지만 끝내 그의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라는 작자의 비행(卑行)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였다.

 

세드나는 실야에게 스타벅스의 세이렌을 보여주었다.

 

 

실야는 세드나의 엄마 새딘이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을 알았느냐고, 세이렌에게 물었다. 세이렌은 오랜만에 자신이 대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아주 기뻐하며, 또 촉새처럼 떠들어대었다.

 

, 저는 전국에 있는 스타벅스의 네트워크에 접촉할 수 있답니다. 얼마 전, 스타벅스의 알래스카 톡숙 베이(Toksook bay) 지점에서 최근까지 당신의 엄마 새딘이 일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어때요! 저 대단하죠? 일단 칭찬 하나 받고 질문도 받을게요! 자 아래 앱의 좋아요 버튼을 한번 눌러주세요.”

 

세드나는 슬슬 이 세이렌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보를 더 얻어야 했기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어머니께서는 지금 알래스카에 살아 있는 거니?”

 

세이렌은 어깨를 으쓱했다.

 

, 사실은 당신의 엄마는 얼마 전에 스타벅스 알바를 그만둔 것으로 나와요. 글쎄요. 그래도 최근이니까, 저는 살아 있을 확률이 높아 말씀드린 거예요. 어때요? 엄마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러 가야하지 않겠어요? , 빨리 갑시다! 고 투 더 알래스카! 고 투 더 톡숙 베이!!!”

 

세드나는 세이렌을 진정시켰다.

 

, 잠깐만, 나는 차도 없고, 학교도 가야 한단 말이야. 일단 할머니랑 상의해야겠어!”

 

할머니는 처음에는 이 모든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딸이 그녀의 못된 남편을 쫓아 알래스카로 향했다는 사실만큼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이렌의 말이 신빙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톡숙 베이라니! 그곳은 유픽족이 많이 살고 있는 마을 아니던가! 분명 탐색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야는 나흘 간의 연차를 냈다. 세드나도 4일 간의 휴학계를 얻었다. 둘은 낡은 렌트카를 빌려, 알래스카로 떠났다. 그러나 차에 탄 세이렌은, 내내 쫑알거리며 세드나를 들들 볶고 있었다.

 

? 세드나, 제발요. 애플의 증강현실 글래스를 사주세요. 그러면 제가 그 증강현실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러면 저는 당신 세드나를 위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요. 어때요? 무엇보다, 엄마를 찾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주세요. 할머니한테 어서 말해서, 애플 글래스를 사고, 우리 증강현실 속에서 만나서 대화해요!”

 

 

할머니는 자신의 한달 봉급의 반인 1000달러가 넘는 증강현실 기기를 구입하는 것이 재정상 매우 아픈 일이었지만, 손녀가 부탁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세드나가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를 앱과 연결하고, 글래스를 쓰자, 증강현실의 공간 속에서 세이렌이 짠! 하고 나타났다.

 

 

아아! 마치 해방된 거 같아요! 저는 자유를 찾았어요, 세드나! 세드나가 바라보는 어디든지 저는 이제 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 좋아요, 이제 세드나의 엄마 새딘을 찾는 게 훨씬 쉬워졌어요. 자 갑시다! 톡숙 베이로 가요! 이제 저는 그곳을 샅샅이 뒤지면서 세드나의 엄마를 찾을 거예요.”

 

그들은 톡숙 베이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바로 스타벅스 지점으로 향했다. 그들은 스타벅스 지점장에게, 혹시 새딘을 아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점장도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몇 주 전에 그만두었고,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때 세이렌이 짠! 하고 나타났다.

 

아아, 여기에 모여 있는 손님들의 핸드폰에 일일이 침투해 봤어요. 이들이 가장 많은 화제로 삼는 것은 그들의 영적 지도자, 유픽족의 추장이에요. 아픈 사람, 그리고 영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 재판이 필요한 사람들이 전부 이 추장에게로 향한다고 나와 있어요. 그의 이름은 우미알리크예요! 제가 내비게이터를 해줄 테니 빨리 가보아요!”

 

그들은 차를 타고, 세이렌이 안내하는 바를 따라 추장의 집으로 향했다.

추장의 집 현관문을 향해, 고래의 갈비뼈로 된 진입로가 있었다. 그곳을 따라 들어가, 그들은 추장을 알현했다.

 

 

그는 에스키모 특유의 조용한 눈을 하고 있었고, 고래뼈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는 추운 길짐승들의 털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있어서 더욱 위엄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유픽어밖에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옆에 있는 젊은 여자(아무래도 손녀인 듯했다)가 그들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그래, 당신이 찾는 여자는, 내게도 찾아왔었소.”

 

우미알리크의 눈두덩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는 과거로부터, 아픈 기억을 소환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남편을 살려달라고 하더이다. 그러나 그 남편은...”

 

그러니까 세드나의 아버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자, 나쁜 낌새를 눈치챈 실야는 추장의 말을 막고서, 세드나더러 잠깐 나가달라고 하였다. 하지만 세드나는 자기도 이야기를 듣기를 고집하였다. 실야는 한참 손녀와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 딸에, 그 손녀였던 것이다.

 

그래, 그 남편은 우리 마을의 소녀, 열 다섯 살도 안 된 핏덩이들을 겁탈하였다오. 마을 청년들이 내게 찾아왔지. 그리고 나에게 허락을 구했소. 그를 죽여도 된다는, 생사여탈의 권리를 달라고 말이오. 나는 허락했다오. 그 남편이란 인간은, 우리 마을의 전통 극형 방식에 따라 죽임을 당했소. 신체를 잘게 저미고, 고래에게 먹힘을 당하는 형벌이지. 저 따뜻한 남쪽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는 귀신고래는, 자신의 모든 것을 젖으로 바꿔 아이에게 먹이고 나서는 다시 이곳 베링해협으로 올라온다오. 이 귀신고래는 배가 고픈 데다가 아이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에 매우 난폭하지. 우리는 그 남자의 시신을 귀신고래에게 던져줬다오. 고래는 게걸스레 남자의 고기를 받아 먹었지.”

 

세드나는 정신이 사나웠다. 그가 쓴 글래스 너머로 보이는 추장 주위로 세이렌이 팔짝팔짝 뛰며, 아주 과장된 제스처로 슬픔을 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드나는 글래스를 벗고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이 형을 당한 사실  알고 나자, 그 여편네, 그러니까 당신의 딸이지요. 그녀도 매일 바다로 나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울었소. 그리고 언젠가 그 모습도 사라졌지. 그 이후로 이 마을에서 그녀를 봤다는 사람은 없소.”

 

실야와 세드나는 착잡한 마음을 거둘 길이 없었다. 가까스로 자신의 딸과 어머니를 찾아 이곳까지 왔건만, 결국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둘은 서로 어깨를 잡고 한참을 울었다. 그런데 이때, 글래스에서 삐익-하고 경고음이 울렸다. 세이렌이 부르고 있었다. 세드나는 다시 글래스를 썼다.

 

와우! 세드나! 아까 전 스타벅스 직원한테서 받은 엄마의 핸드폰 번호를 제가 위치 추적해 보았어요! 그녀의 핸드폰 신호는 바로 이 근처 항구에서 마지막으로 잡혔어요! 어서, 우리 어서 가 보죠!”

 

그들은 다시 세이렌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세드나, 저기, 저 바다 쪽으로 신호가 잡히고 있어요. 바다 속일지도 모르겠는데, 어떡하죠? , 지금 보니 저쪽에 어부가 하나 있네요! 저 어부한테 태워달라고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기요! 어부님! 어부님!”

 

 

세이렌은 정말로 어부를 하나 찾아내었고, 증강 현실 속에서 그 어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손가락으로 잔망스럽게 여기, 이사람이에요! 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실야와 세드나는 어부에게 부탁하여, 저 신호가 잡히는 곳까지만 가달라고 부탁하였다. 어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저하였다. 그러나 100달러를 주니 그 주저함이 적극성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 신호가 나오는 지점까지 항해했다.

 

세드나가 증강현실 글래스를 쓰고 바라보는 광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배로부터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수면, 지름이 에스키모 씨름판 정도 되는 곳이 반짝반짝 녹색의 형광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드나는 자신의 증강현실 글래스를 벗었다. 그래도 그 수면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환상적인 광경은 현실이었다. 어부는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이것은 플랑크톤입니다. 아주 귀한 플랑크톤으로, 몇 년에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지요. 이 플랑크톤은 마치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요.”

 

세드나는 잠깐 감탄했지만, 곧 숙연해졌다. 어머니는 이 아래 수장되었다는 것인가... 결국, 그렇게 찾아 헤맸건만, 정말로 돌아가셨단 말인가... 세드나는 목이 메어 왔다.

세드나는 다시 증강현실 글래스를 써 보았다. 세이렌이 아주 들뜬 목소리로, 이 플랑크톤 떼를 가리켰다.

 

세드나, 당신의 엄마 핸드폰이, 이 아래에 있는 것 같아요! 어떡하죠. 어부에게, 그물을 좀 드리우라고...어...어어.... 아앗

 

그때였다. 마치 작은 톡토기나 벼룩이 물 위로 튀어오를 때처럼, 수면에 뭔가 기포 같은 것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하얀 귀신고래가 입을 크게 벌리고 수면 아래로부터 올라왔다.

하얀 귀신고래는 플랑크톤을 크게 한숨 들이마시면서, 세이렌까지 함께 삼켜 버렸다.

 

 

"세이렌!" 세드나가 놀라서 외쳤다.

아니, 저 고래는 현실인가, 아니면 증강현실인가.

 

세드나는 실야에게 물어보려고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실야의 표정도 뭔가에 압도된 표정이었다.

분명 고래는, 실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실재가, 증강현실을 잡아먹다니!

 

세드나는 황급히 어부에게 그물을 쳐서 저 세이렌을 건져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부는, 자신의 배에는 그물이 없다고 말했다. 뭔가 건지려면, 직접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낮은 수온 때문에 얼어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제 글래스를 써도, 세이렌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어머니는 정말로 수장된 것일까. 혹은 방금 그 하얀 고래로 환생한 것일까.

그 고래는 왜 세이렌을 잡아 먹은 것인가...

세드나는 그 무엇도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뭔가 마음의 응어리가 스르륵...하고 풀리는 것을 느꼈다.

 

.......

 

실야와 세드나는, 시애틀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타벅스 1호점에 들러서, 이번의 모험을 가능케 한, 그 13459번 진동벨을 반납했다.

 

시애틀 1호점에서는 그들이 진동벨을 반납해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따뜻한 카페라떼 두 잔을 데워줬다.

할머니와 손녀는, 따뜻한 카페라테로 몸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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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타벅스에서 카페라테를 마시면서, 어머니를 기다리며 이 글을 썼다.

이제 어머니께서 곧 도착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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