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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그림 그리고 이야기 붙이기

[창작] 키리코풍의 오색 넥타이

by 석아산 2022.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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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언어-이미지 변환’ AI 프로그램을 통해 생성한 그림을 바탕으로 하여, 그것에 직접 제가 이야기를 써서 붙인 것입니다. AI는 그림을 그리고, 저는 그것에 이야기를 붙이려는, AI-석아산의 콜라보 기획입니다.-

 

 

 

1심이다.

 

글쎄, 반기철은 큰 잘못을 했다.

그건 분명하다.

 

그는 아내를 때렸고, 아내에게 폭언을 했다.

 

진짜, 그래,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기징역이라니. 무기징역이라니…

 

게다가 그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판사는 대뜸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반기철씨, 당신은, 그래, 그 관상이 무기징역을 받을 상입니다. 당신의 얼굴에 모든 것이 쓰여 있습니다. 당신은 영원히 이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합니다. 이상 무기징역을 선고합니다.”

 

피고 반기철은 무엇부터 항의를 해야할 지 몰랐다.  변호사라는 녀석은 그냥 눈만 뻐끔뻐끔하면서, 오히려 판사에게 동조하는 눈치였다.

 

그는 다급해졌다.

 

“이 재판에 무효를 신청합니다! 내가 아내를 때린 건 사실이요! 하지만, 그녀도 잘못을 했단 말입니다! 내 체신머리를 깎았고, 그전에!! 아내는 나와의 신의를 저버리고, 그래, 차마 말할 수 없는 짓을 했단 말이에요! 다 알면서, 아니, 그것보다, 신성한 재판에 무슨 놈의 관상이란 말이요!”

 

반기철은 경비원들의 손에 이끌려 법정에서 쫓겨났다.

 

이 재판은 이상해도 너무나 이상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은, 그는 바로 지금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음에도, 구속되지 않고 풀려 났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경찰 경비원들에게 두 손을 내밀 정도였다.

 

“어서 수갑을 채우시오.”

 

그러나 경비원들은 코웃음을 쳤다.

 

“가시오. 어차피 당신은 2심을 청구했잖소. 당신은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풀어줘도 괜찮다는 판사의 판단이오. 어서 가시오. 공무 집행 방해죄로 처넣기 전에.”

 

그는 법원을 나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온장고에 들어 있는 유자벌꿀차를 샀다.

 

따뜻하고 달달한 음료를 마시니, 뭔가를 할 생각이 났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다시 곰곰이 되짚었다.

 

분명 그는 자신의 아내를 때렸다.

 

그러나 그건 다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기철과 그의 아내는 대학 때 동아리에서 만났다. 그녀는 가벼운 장애가 있었고, 반기철은 학교 방침에 따라 장학금을 받고 그녀의 도우미가 되었다. 

 

장학금을 받는 대가로, 그녀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휠체어를 밀어주고, 강의실에서 함께 강의를 듣고, 집에 가는 장애인 전용 차량까지 데려다 주는, 그런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정이 들어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고…

 

반기철의 배우자는 복지사 자격증을 땄고,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그와 아내의 관계가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반기철도, 한두 번의 바람을 피었으니까.

하지만… 그 부인이라고 그를 의리 있게 대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녀도 사실 장애인 단체의 어떤 남성과 외도를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로가 서로의 외도를 알고 있었지만, 서로의 앞에서는 어느 정도 이를 모른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의 부인이…

그의 부인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집들마다 찾아가서는 유사 성행위를 하고 돈을 받는다는 걸 알았을 때,

반기철은 그녀의 뺨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돈을 받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 그는 아내를 때렸다.

 

 

그 다음날 그는 회사에서 상사에게 불려갔다.

 

그의 부인이 회사 게시판에 반기철이 자기를 때렸고, 폭언을 했다는 것을 써 올렸기 때문이다.

 

반기철은 어찌저찌 변명을 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미칠 지경이었다.

 

왜 사적인 이야기를 이렇게 엉뚱한 곳에 공개해서 망신을 준다는 말인가.

 

반기철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프라이버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아는 아내가, 그가 가장 아파하는 방식으로 해코지한 것이었다.

 

그래, 그는 집에 들어가서, 다시 아내에게 폭언을 하고, 이혼을 종용하였다.

 

그리고 영악한 배우자는 그것을 녹취하여 그를 고소한 것이었다.

 

반기철은 벌꿀유자차를 다 마시고, 변호사와 약속이 되어 있는 카페로 향했다.

이 변호사는 미리 커피를 시켜 놓고 있었다.

 

이 밉살스런 녀석, 포마드 기름을 하도 발라서 머리가 번들거리는 변호사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기만 할 뿐이었다.

 

“이 판사는 원래 그렇습니다. 관상을 가장 중요시하죠.”

 

반기철은 변호사가 커피를 스틱으로 의미없이 휘휘젓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말이 됩니까? 얼굴 생김으로 사람의 죄를 재단한다니요! 그리고 내 입장은 하나도 안 받아들이고 말이요. 나는 분명 아내에게 배신감을 느낄 만한 ‘이유들’이 있었단 말이요!”

 

변호사는 반기철이 그 “이유들”을 강조하는 것에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이 재수없는 녀석은 또 그 스틱으로 커피를 쪼르르… 빨아마시고 있었다. 마치 반기철의 인내심을 빨아먹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의뢰인께서 잘 모르시나 본데, 일단 장애인을 폭행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범죄입니다. 어떤 ‘이유들’도 소용이 없죠. 그리고 그것이 요새 법정의 트렌드란 말입니다!”

 

반기철은 인내심을 잃고 테이블을 치고 말았다.

 

“이때껏 내가 설명했잖소. 그럴 이유가 있었다고! 변호사라면, 이런 것들을 잘 따져서 변론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오! 그리고 무슨 놈의 트렌드! 한 인간의 미래를, 그깟 유행 따위로 결정한단 말이요?”

 

이 볼쌍사나운 녀석은, 자기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 참!, 의뢰인 반기철씨! 저는 당신의 그런 파렴치한 범죄를 변호하려고 그렇게 노력하고 있건만, 전혀 판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만 하고 있잖습니까. 당신, 2심에서도 어차피 무기징역을 받을 거 같아서 진지하게 당신에게 조언을 하고, 저는 이 건에서 손을 떼려고 했단 말입니다. 이젠 그 조언조차 당신이 누릴 자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두시요, 갈랍니다!”

 

반기철은 변호사가 다음 판결에 도움이 될 정보를 주려한다는 말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흥분하지 마시고, 앉으시지요. 제 입장이 되보시면 아실 겁니다.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변호사의 얼굴에는 아직도 붉으락푸르락, 열기가 떠 있었다.

 

 

“어쨌든 제가 당신께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일단 그 촌스러운 넥타이 좀 바꾸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조언하는데, 법원은 일종의 계시를 믿는 단체입니다. 그 계시의 성격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당신은 승소할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자, 저는 당신의 변호인이지만, 솔직히 이제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이 도움을 구할 곳은 오히려, 이 변호사와 법무사 사무실 골목이 아니라, 그 안쪽 뒷골목에 있습니다.”

 

 

변호사는, 계산도 하지 않고 카페를 나섰다.

 

 

‘젠장, 이 넥타이 그래도 명품숍에서 산 건데... 모르겠다, 이제는 나도...’

 

 

기철은 변호사의 말대로, 법무사, 변호사 사무실이 가득한 골목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간판이 기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철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무슨 사리보살이니, 정의장군이니, 천몽(天) 스승이니 하는 간판들 천지였다. 점집 거리였다.

 

 

기철은, 이곳에서 도대체 기대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변호사의 한마디 단어가 계속 뇌에서 맴돎을 느꼈다.

“계시...”

 

 

그래서 그는 여기저기 골목을 기웃거리며 고민하다가, 결국 ‘애기장군’이라는 점집을 택해, 그곳으로 들어갔다. 가게 앞 입간판에는 ‘애기장군의 말대로만 해유. 승소 100퍼센트!’라는 유치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오색 찬란한 발을 거두고 들어가자, 머리를 바짝 올려 틀어 비녀를 꽂고, 원색의 반짝반짝거리는 색동옷을 입고, 화장을 짙게 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마치 램수면에 빠진 것처럼 눈꺼풀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기철은 생각했다.

 

 

‘접신 중인가? 애기 장군이라더니, 쳇,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람, 그냥 나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파가 냅다 그의 넥타이를 잡아끌었다. 애기 목소리였다. 진짜 접신했나보군, 하고 기철은 생각했다.

 

 

“야, 이눔아, 이 신성한 곳에 이런 잡스럽고 사악한 기운이 가득한 넥타이를 매고 오다니! 자, 이거부터 매라, 이 녀석아!”

 

 

그러면서 오색 찬연한, 도저히 이 인간 세상에서 매고 다닐 수는 없는 넥타이를 하나 건네는 것이었다.

 

 

“오백 만원이다, 이 녀석아, 이거 매면, 넌 이겨. 이번 재판에서! 이눔아, 어쩌자고 병신 여편네를 때렸나 그래?”

 

 

기철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사건 내용을 아는 거지? 이거 혹시, 진짜 아닌가? 싶은, 혹하는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애기 장군, 입이 거칠군 그래. 지금 시대에 어떻게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지. 저런 사람한테 상담을 받는 나는 또 뭐고... 아이고.,.뭐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하나...’

 

 

기철이 이런 상념에 잠겨 있자, 애기장군은 곰방대로 기철의 머리를 때렸다.

 

 

“야! 이 눔아, 고민할 시간이 어딨어? 자, 그냥 이것도 가져 가고, 삼 백만 원만 내고 얼른 나가거라! 네 녀석이 딱 보니 돈이 없는 놈팽이라, 내가 깎아주는 거야!”

기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카드도 되나요?”

 

 

기철은 결국 카드로 결제하고, 애기장군집을 나섰다. 기철은 애기장군에게 넥타이를 받았고, 또한 두툼한 공책을 하나 받았다.

 

 

그 공책은 깍두기 공책이었는데, ‘가나다라마바사’를 비롯해, ‘철수는 학교에 갔습니다’ 등 각종 음절과 문장이 들어 있는, 글씨 쓰기 노트였다.

기철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지금 이 시점에 글씨쓰기 연습이나 할 때란 말인가!

기철은, 이 부끄러운 색깔의 넥타이를 매고 나가는 것도 혹시나 법정 모독에 걸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 아깝게 글씨쓰기 연습이라니...

그는 공책을 자기 책상 위에 그대로 던져 놓았고, 몇 시간도 안 되어 공책의 존재를 깡그리 잊어먹고 말았다.

 

 

 

제 2심 날, 기철은 그 오색 넥타이를 매고 나갔다. 그런데 2심 판사의 말투가 매우 부드러운 것이 아닌가.

 

 

“아니, 피고, 그런 멋진 넥타이는 어디서 난 거요? 당신, 오늘 아주 인상이 좋구려. 자, 변호사도 없고, 오늘은 당신이 스스로 변론을 한다고 했다면서요.”

 

 

기철은 다소 누그러진 법원 판사의 태도에 안도가 되었다. 그는 긴장을 덜 수 있었다. 그 탓인지, 기철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계시를 내려준 것처럼, 술술 자기 변론을 잘해나갈 수 있었다. 판사도 만족한 눈치였다.

 

 

“좋소, 변론을 아주 잘 들었습니다.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기철은 자신의 변론에 아주 만족하였다. 변론 도중 재판장과 눈이 자주 마주쳤으며, 또한 어떤 부분에서는 판사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아주 기대되었다.

판사가 다시 들어왔다. 전원 기립하였다.

 

 

“피고 반기철 씨는, 장애인인 배우자 이 모씨를 잔인하게 구타하였습니다. 이에, 반기철 씨의 원심인 무기징역을 확정하는 바입니다. 이상!”

 

 

판사의 망치 소리는, 반기철의 영혼에 강한 타격을 입혔다. 그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판사의 판결 보론(補論)이 들려왔다.

 

 

“그러나 오늘 아주 굉장한 넥타이를 매고 와서, 이 법정에 대한 존중을 보인 면에서 반기철 피고는 3심을 신청할 수 있는 특별 권한을 드립니다. 그리고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는 권한도요. 게다가 3심은 시민 참여 재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기철 씨는 도주 우려가 없으므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으로 재판을 마칩니다.”

 

 

반기철은 가까스로 법정을, 거의 기다시피 해서 빠져 나왔다. 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데, 또 풀려 나오다니...

 

 

이제 그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3심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는 집에 돌아와, 넥타이를 끌렀다. 이 오색 넥타이는, 그래, 제법 효과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래, 맞아! 공책이 있었지!’

 

 

그때서야 반기철은 뭔가가 생각난 듯 책상 위를 뒤졌다. 두꺼운 공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공책의 글씨를 하나하나 써나가기 시작했다.

반기철은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탄원서도 자필로 써서 제출했다.

 

 

그는 공책의 글씨를 쓰고, 쓰고, 또 썼다. 하지만 공책이 너무나도 두꺼워서, 도무지 공책의 깍두기들이 채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반기철은 글씨를 썼다.

그는 쓰고, 쓰고, 또 썼다.

 

 

한 달 만에 공책 반을, 겨우 채울 수 있었다.

 

 

그는 쓰고, 쓰고, 또 썼다.

 

 

글씨가 반듯해지고, 자신의 마음도 반듯해지는 듯했다. 그는 기분이 좋았다. 그는 이번 3심은 분명히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시민 참여 재판을 신청했다.

 

 

3심 날이 다가왔다. 반기철은 공책을 다 채우지 못했다. 공책이 너무나 두꺼워서, 혼자서 다 쓰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양이었다.

 

 

하지만 반기철은 이 공책을 쓰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이렇게 글씨를 쓰면서, 그는 뭔가에 집중한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글씨를 쓴다는 것은, 마음 닦음에 다름 아니었다. 이것은 도(道)이자 선(禪)의 세계였다.

반기철은, 이렇게 글씨를 씀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는 3심에 매우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3심.

 

 

반기철은 시민 참여 재판을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심원들은, 한결같이 반기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었다. 게다가 더 반가운 일은, 반기철의 아내가, 피고에게 심한 형벌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서까지 제출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물론 이제 이혼 수속을 밟아 전 아내가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웠다.

 

 

모든 것이 좋았다.

 

 

판사는 반기철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 탄원서는 먼저 배심원들에게만 공개되어 있었다. 판사는 이번 법정에서 탄원서를 처음으로 보았고, 이것을 낭송해 나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판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반기철씨, 도대체 글씨가 이게 뭡니까! 너무 악필이군요! 그 사람의 서체는,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의 대통령님의 필체를 한번 보십시오. 얼마나 배려와 공감 능력이 뛰어난지 알 수 있지요. 그건 대통령의 멘토 신평 변호사도 인정한 바요. 그런데 당신은…당신의 이 악필, 진짜,  지금 법정을 모독하는 겁니까! 네?”

 

 

판사의 지적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필체는 하나의 과학이다, 필체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이며, 판사 자신은 몇십 년 동안 그것을 연구해 왔다, 반기철, 당신 같은 인간의 필체를 보건대, 당신은 교정할 수 없는 악인이다... 이런 말들이 반기철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반기철은 이미 방전 상태였다. 판사의 이런 험한 말들은 그의 뇌를 스치지도 않았으며, 그저 그의 귀를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반기철의 머리는 그저 이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다.

‘글씨 연습을 마친 다음, 탄원서를 낼 걸 그랬어...’

 

 

반기철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판사의 선고가 내려졌다.

 

 

“사형! 하지만 도주의 우려는 없으므로, 사형일까지 구금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반기철은 방으로 돌아와, 공책의 쓰던 부분을 도로 펼쳤다. 그는 글씨쓰기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문장인 줄도 모르고 막 쓰고 있었다. 그는 이제야 자신이 문장을 쓰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위에서부터 글자를 읽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오

 

다”

 

 

반기철은, 의자에 올라, 문설주에 넥타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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