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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클래식 HL] 구 소련 KGB의 공포,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8번

by 석아산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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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제가 그림판으로 직접 그린 것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이 현악 4중주 8번은, 구소련 스탈린 시대의 엄혹한 정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탈린은 광적인 의심에 사로잡힙니다. 그는 독일에 끌려갔던 포로들이 스파이라고 의심하여, 막대한 인원을 시베리아의 굴라크(수용소)로 보내버립니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떤 극장 같은 곳으로 끌려가서 자아비판을 해야 했으며, 그렇게 엄청나게 추운 시베리아 벌판의 수용소로 끌려갑니다. 아니, 자아비판을 할 정도면 다행이지요. 그들은 스탈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 좋은 말을 하면, 이웃의 고발만으로도 그냥 시베리아로 직행하곤 했습니다.

 

그건 예술가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작곡가로서, 생애 초반에는 공산주의를 열렬히 찬양하는, 그런 승리의 팡파레가 가득한 곡을 작곡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사회주의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지요.

하지만 쇼스타코비치는 비판 정신도 가지고 있었던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염세적 철학을 드러내는 곡들을 공공연히 작곡해 버립니다. 스탈린이 이것을 마음에 들어할 리 없었지요.

 

스탈린의 눈치를 보았던 당시 즈다노프라는 문화부 장관 정도 되는 사람은, 소위 '즈다노프 비판'이라는 글을 신문에 발표합니다. 스탈린이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불편해 하자, 즈다노프는 소련의 사회주의를 배반한 쇼스타코비치를 열렬히 비판, 아니 비난합니다.

 

그때부터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게 됩니다. 언제 KGB요원들이 들이닥쳐 자신의 문을 두드릴지 알 수 없었죠.

 

이 곡은 그의 그런 불안한 마음, 공포심을 여실히 담고 있는 명곡 중 명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nKJoZY64A 

 

1악장에서는 엄청난 불안과 공포의 심정이 그를 둘러쌉니다. 이 악자에서 제시되는 처음의 네 음표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자신을 나타내는 음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2악장에서는 시베리아 굴라크(수용소)가 묘사됩니다. 그곳에서 탈주병은 광포한 경비견들에게 쫓기고 있지요. 

 

3악장, 그는 끌려오기 전 자신의 상황을 회상합니다. 악마의 왈츠가 펼쳐집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공모하고 그를 고발합니다. 그를 조롱하는 춤들... 수사관들은 포위망을 좁혀 오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합니다. 저 녀석은 공산주의를 배반했다, 그래, 너는...

 

 

4악장, 드디어 KGB가 집문을 두드립니다. 실제로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 첫 세 음표가 KGB가 집문을 두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시베리아로 끌려갑니다. 그곳 감옥 쇠창살을 통해 그는 빛을 봅니다. 높은 첼로 음으로 표현되는 예술이라는 빛... 하지만 다시 KGB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그를 현실로 끌고 내려옵니다.

 

5악장, 그리고 다시 돌아온 절망의 구렁텅이. 이 체제 하에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의 한숨.

 

이 곡은 이렇게 구 스탈린 시대 소련의 엄혹함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체주의의 악몽이지요. 그래서 이렇게 절절하고, 이렇게 추우면서, 이렇게 절망적인 곡입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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