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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외로울 땐 이 클래식...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제 2악장

by 석아산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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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jDrw7Ea73mI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

베토벤의 위대한 업적은, 바로 음악이 '개인성'을 띄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베토벤 이전의 음악들은, 외부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형식, 겉치레가 음악의 내용을 결정지었지요.

하지만 베토벤 이후, 비로소 음악은 내적인 감정의 발로가 됩니다.

 

아주 친숙한,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음악의 이런 내밀한 요소...

밥 딜런부터 존 콜트레인의 발라드, 심지어 K-pop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내면의 호소는 베토벤이 없었으면, 한참 늦어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호소력이 있습니다.

그 호소력은, 자신이 느끼는 가장 내밀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려는 욕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전통, 음악의  외적 기술적 장치들은 방해물에 가깝게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베토벤도 인간일 터, 처음부터 이 방해 요소를 무너뜨리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음악적 방해물, 일종의 해자를 건너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그는 자기가 무너뜨리려는 그 성과 자신 사이에 놓여 있는 해자, 그 해자를, 아직은 메울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별 수 있나요. 그래서 베토벤은 그 경계, 그 해자에 자신의 배를 띄웁니다. 그 경계에서 물놀이를 하는 경지에까지 가는 것이지요.

(결국 그는 만년에 그 해자를 건너 그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고전주의라는 성채를 공격하기 전, 경계에서 자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하는 것이죠. 해자 위의 배에서, 농성을 하는 겁니다.

성채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가 간다, 기다려라, 이렇게 포효하는 것이지요.

바로 그러한 베토벤 중기 시대의 걸작이 바로 이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2악장은, 자신의 내밀한 감정을 청중에게 직접 호소하려고 하는 노력 중 하나입니다.

음악적 형식의 겉치레를 입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려는 미친 노력의 발로입니다. 그는 직접 우리에게 호소하려 합니다. 누구나 이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을 들으면, 베토벤이 우리 옆에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베토벤은 의자를 바싹 우리 옆으로 당겨, 우리의 귀에 속삭이려고 하지요. 자신의 감정, 자신의 희구를 우리가 알아주기 바라면서요.

그 개인성, 베토벤의 내밀한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250년을 지난 우리의 감정과 일치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느낌은 시대를 초월하여 있는 본능입니다. 그래서 이 2악장을 들으면 자연적으로 '전율'이 흐르게 됩니다. 모근이 바짝 곤두서게 되는 것이지요.

정말 이렇듯... 형식성의 외피를 걸치고 있지만, 대단히 개인적인 곡입니다.

 

저는 클라우디오 아라우라고 하는 거장의 이 연주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는 조성진처럼 세련되지도 않고 기교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저 굵은 선의 멜로디, 베토벤이 그랬듯이,

자신도 청중에게 의자를 바짝 당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던 연주자입니다^^

 

21분 20초부터 2악장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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