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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PC방에서 살다가 죽어가는 사람들... 도대체 왜?

by 석아산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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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니까 이런 소식들이 자주 들려오는군요...

 

요즘에는 노숙인들이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는 그 안에서 숨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두운 한 단면인데요. 지금 어떠한 상황인지 한번 보도록 하지요.

지난달 2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에서 노숙인 김모씨(53)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서울시 복지망에 처음 포착된 건 2007년이었습니다. 노숙인이 많은 서울 영등포역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보현의집을 찾아와 도움을 구했습니다.

 

7년 뒤 그는 '노숙인 입원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오랜 거리 생활로 결핵을 앓고 있었지요.

2019년에도 서울 용산구의 노숙인 시설인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를 찾아 의료 서비스를 요청했습니다.

 

PC방 서버에 남아있는 기록을 토대로 볼 때 김씨가 영등포역 근처의 한 PC방에서 생활을 시작한 건 지난해 8월 15일부터로 추정됩니다.

저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462일 중 김씨가 해당 PC 방에서 잔 건 무려 117일, 시스템에 기록된 이용시간은 1261시간입니다.

PC방에 묵지 않을 때 김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활비를 번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씨의 주식은 4000원 '라면/공기밥 세트'였습니다.

소지품이라 할 것 없이 잠바 주머니에 지갑과 휴대폰만 가지고 다녔답니다. 칫솔, 치약 등 최소한의 생활도구도 없었습니다.

김씨가 떠나면 컴퓨터 앞에 흰 각질이 남아 아르바이트생들은 청소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게임을 할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컴퓨터를 틀어만 놓고 의자에 누워 잠을 잤습니다.

지난달, 8박 9일을 묵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9일째가 된 지난달 20일 오전 9시 12분 김씨는 충전해 놓은 PC방 시간이 소진되자 5000원을 내고 5시간을 충전했습니다.

자리에 돌아왔지만 컴퓨터를 켜지는 않았습니다.

 

PC방 사장은 밤 10시쯤 김시가 10시간 넘게 미동 없이 누운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고 김씨를 흔들었습니다.

코 아래 손을 대보고 김씨 숨이 멎은 것을 알게 되자 김씨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김씨가 수 시간 전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날 김씨에게 사망할 기미는 안 보였다고 합니다. 1미터쯤 떨어진 자리에 있던 PC방 이용자는 지병 때문인지 김씨가 날이 갈수록 말랐다고는 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인은 공개할 수 없다"며 "부검했지만 타살 혐의점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에게는 형제 2명이 있다고 합니다.

영등포구는 김씨의 시신 인수 의사를 묻기 위해 이들에게 전화하고 문자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등기 우편을 수령했지만 시신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도 딱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김씨 장례는 따라서 무연고 공영 장례로 치러집니다.

 

김씨가 PC방에서 먹고 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등포역 일대 모텔의 하루 숙박비는 평균 4~5만원이고, 캡슐 호텔도 2만 5천원 수준입니다.

PC방은 1만원에 11시간을 머물 수 있습니다.

 

 

고시원도 일용직 일감을 찾는 노숙인에게는 매력적인 주거지가 아닙니다. 일감에 따라 불규칙하게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한달 단위로 내야하는 고시원 숙박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영등포역 일대에는 PC방에서 숙박하는 노숙인들이 많습니다. 어떤 노숙인은 PC 방에서 3만 1546시간이나 보냈습니다.

 

그는 고독사가 무섭다고 합니다. 고시원에서 자다가 세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합니다. 2017년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뒤 겪는 허리 통증과 당뇨, 고혈압 등으로 매번 약을 8개씩 먹습니다.

박씨는 "죽을 때 죽더라도 누군가 주변에 발견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도 했습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김씨처럼 안정적 주거지 없이 PC방 등에 사는 사람을 '준노숙인'으로 부릅니다.

서울시에서는 노숙인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준노숙인이 신청만 하면 최장 9개월, 최대 32만 7천원 한도 고시원 형태 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숙박비를 당분간 아끼면서 주거비를 모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또 고독사를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요양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안심종합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준노숙인이 이런 지원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복지 지원을 신청하라고 하면 자기는 "내가 왜 노숙인이냐"라고 말하며 거부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준노숙인이 많아지는 것 또한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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