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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이야기

기억에 감정 입혀지는 원리 밝혀지다

by 석아산 202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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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 특정 기억을 떠올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보통 그 기억이 감정과 결부되어 떠오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한 느낌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 그리고 고통스러운 기억들...

이렇게 기억에는 감정의 색채가 덧붙여집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연구진이 이러한 기억의 감정 덧입힘 현상의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그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라이브사이언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솔크연구소 연구팀이 특정 기억과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연결하는 뇌 속 '분자'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는 무려 '네이처'지에 게재되었다고 하네요. 세계 최고의 과학 학회지이지요.

이 연구는 우울, 불안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부정적 감정과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케이 타이 솔크시스템즈 신경생물학연구소 교수 겸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연구원과 팀원들은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쥐가 학습을 할 때 뇌의 기저부 편도체(BLA)에 있는 뉴런 그룹이 특정 경험과 긍정적, 부정적 생각을 연결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편도체는 공포 반응이나 성욕 등 강력한 감정을 관장하는 곳이지요.

 

연구팀은 쥐들에게 음악을 들려줬다고 합니다. 특정 음악을 특정 음악을 들려줄 때는 단맛이 나는 먹거리를, 다른 음악을 들려줄 때는 쓴맛의 먹거리를 줬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쥐가 음악을 들으며 단 음식을 먹을 때, 쓴 음식을 먹을 때 모두 BLA 내의 뉴런이 활성화됨을 파악했습니다. 단 것을 먹을 때는 뉴런이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했고, 쓴 것을 먹을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켰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죠. 그들은 실험 과정에서 발견한 차이가 왜 생기는지 알기 위해 추가실험에 돌입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연구팀은 BLA 뉴런 속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텐신'에 주목했습니다. 뉴로텐신은 13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뇌펩티드입니다. 체온과 식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더 많은 지방을 흡수하게 해 비만을 유발하고 알코올 섭취를 촉진시키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뉴로텐신의 생성을 지원하는 유전자를 제거했습니다. 뉴로텐신이 분비되지 않자 쥐들은 연구팀이 단맛의 먹거리를 주며 들려줬던 음악과 달콤함을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뉴로텐신의 부재가 긍정적 기억과 감정을 망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쥐들은 쓴맛의 먹거리를 접하며 들었던 음악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이전 실험보다 더 센 강도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엔 쥐들의 뉴로텐신 분비 수준을 높였습니다. 그러자 쥐의 보상 학습이 높아진 반면 부정적 감정은 줄어들었습니다. 이로써 연구팀은 뉴로텐신이 특정 경험과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연결짓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정확하게 뉴로텐신을 특정하여 연구한 것이 유효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케이 타이 교수는 "우리는 사람들이 무엇을 좋거나 나쁘게 기억하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생물학적 과정을 파악했다"며 "이 반응이 하나의 분자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진진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공동 저자인 하오 리 박사 후 연구원은 "우리는 이 스위치를 조작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학습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이 신경 경로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 대상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사람의 뇌에서 뉴로텐신 수준을 조절해 불안이나 우울증, PTSD를 치료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뉴로텐신의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뇌의 다른 경로와 분자들이 수행하는 역할도 조사할 생각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현대 뇌과학은 어마어마한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늘 말씀드리는 거지만, 정말 흥분되는 세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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