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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리스트 (F. Liszt)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by 석아산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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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F. Liszt)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어제는 미니멀리즘 Minimalism 음악... 즉 최소주의 음악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오히려 Maximulism음악이랄까... (그런 단어가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 단조입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이 글에 소개된 곡에 대해 호기심이 동해서 한번쯤 들어보시길 원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여러분께서 이 낯선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질까... 많은 고민을 하는데요...

 

이 리스트의 음악을 쉽게 비유하자면,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같은 거대한 성당을 떠올리면 이 음악이 가진 특성에 대충 들어맞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마디로 리스트라는 사람이 자신의 최전성기에, 선배 세대의 음악을 모조리 흡수한 다음, 그것을 자기 나름의 언어로 재구축해 낸 것이죠.

 

그래서 매우 복잡하고 거대한 단일 악장의 기다란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리스트 이전의 소나타라는 것은 보통 3악장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껏해야 20분을 넘지 않았지요. 모차르트까지는 이 전통이 잘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베토벤이라는 상또라이가 등장합니다(베토벤님 죄송해유 ㅠㅠ) 여기서 또라이라는 건 나쁜 표현이 아니라, 그만큼 파격적인 실력자라는 뜻입니다.

 

베토벤은 일생 동안 32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썼는데, 베토벤에게 이 피아노 소나타라는 장르는 그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또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샌드 박스와 같은 장르였습니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라는 장르를 늘이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꼬기도 하고 굽고 삶고, 푸가를 집어넣는 등 양념을 치기도 하고, 악장을 붙이기도 하고, 2악장으로 줄이기도 하는 등 아주 이 장르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습니다.

 

 

한마디로 실험이란 실험은 모두 시도해 본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 가지고 논 작품들이 그냥 유희에 그친 가벼운 것이냐... 허나 그런 건 아닙니다. 가지고 논다는 것은 하나의 측면일 뿐, 그 안에서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혁신성, 그리고 학구적인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죠.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라는 장르, 그전에는 아름다운 유희에 불과했던 이 장르를 혁신적 실험의 장으로 변모시킵니다.

 

그러니...

 

베토벤 후대의 내로라 하는 작곡가들이 얼마나 심적 부담을 느꼈을지 익히 알 수 있습니다.

 

베토벤이 이미 각종 실험을,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수준으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시켜둔 터였기에, 후대 작곡가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베토벤은 지금 보아도 대단한데, 당시 리스트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 베토벤의 후배이지만 자존심은 엄청 강한  신진 작곡가들은 아마 절망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무엇을 작곡해도 베토벤보다 혁신적인 곡을 낳을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 그 자존심의 스크래치...

 

그래서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이상하게도 피아노 소나타를 그렇게 많이 남기지 않습니다. 베토벤이 32개의 소나타를 남겼지만, 쇼팽은 3곡,브람스 3곡, 멘델스존도 몇 곡 안 되고, 슈만도 5곡이 채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정식으로 소나타 이름이 붙은 곡은 이 b단조가 유일합니다. 물론 단테 소나타라는 곡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번외편과 같은 것이니 논외로 합시다.

 

리스트는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시도를 교묘하게 확장합니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를 많이 작곡했지만, 그래도 악장 간의 구분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이러한 최종의 룰마저 깨버립니다. 그냥 모든 악장을 합쳐버린 것이죠.

 

그래서 한 곡이 30분 동안 끊이지 않고 연주되는, 정말로 거대한 성당과 같은 곡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30분이 매우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곡을 이루는 주제들이 너무나 교묘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또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을 쫓고 있다 보면 어느새 곡이 끝나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 단일한 곡으로서 이렇게 긴 곡은 없을 것입니다. 한 곡이 30분이라니...

그런데 다른 낭만주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보면, 다악장이고 이 리스트의 곡보다 짧은데도 지루해서 하품이 나오는 곡이 정말 많습니다.

 

그러니 이 곡은 음악적 아이디어와 노련한 작곡 기법, 화려한 연주 기술이 마블링된... 

중후하고 거대한 성당에서 맛보는 최고급 스테이크 같은 느낌? ㅋㅋㅋㅋㅋ 

 

정말 끝내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각각의 멜로디 단편들이 서로 구분되면서도, 유기적으로 얽히는 것도 표현해야 합니다.

투명한 터치와 압도적인 테크닉의 짐머만 연주가 이 곡의 개성을 가장 잘 살렸다고 생각해서 소개해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KMMDxrs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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