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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Jeroen van Veen의 미니멀리즘 피아노 음악

by 석아산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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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YUfW1A5axc 

 

 

솔직히... 어제 처음 알게 된 작곡가입니다.

 

소위 '미니멀리즘' 음악이라는 건데요. 말 그대로 거추장스러운 요소를 쓱쓱... 다 빼버리고 골격만 남겨놓는 예술 형태를 말합니다.

 

미술에서는 아래, 도널드 저드의 작품이 유명하지요.

 

 

이 미니멀리즘은 가장 중요한 '본질'만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단순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단순화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단조롭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이야 쉽지... 그러니 미니멀리즘 예술가들은 대개 '구도자'와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엄청난 집중력을 통해서, 예술에 있어서 필요 없는 부분은 거두어 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불교의 '선종'과 매우 흡사한 면모가 있습니다. 심지어 어떠한 대상의 본질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을 부정해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도 있지요.

 

 

마치... 

 

조주 선사의 다음 선문답과 비슷합니다.

 

어떤 승려가 조주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이에 조주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없다! [無]"

 

https://www.youtube.com/watch?v=6S2d54-QxA8 

 

위의 곡은, Jeroen이 연주한 필립 글래스라는 작곡가의 미니멀리즘 피아노 음악입니다.

 

 

이 음악들은 단순해 보입니다.

반복되는 패턴들... 그리고 거친 도약이나 드라마틱한 전개력보다는, 미묘하게 변하는 색채를 보는 듯합니다.

 

음악은 해체되고... 소리의 분절들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머리 속에서 다채로운 색채로 구성되는 느낌입니다.

 

음악이 그 자체로, 음향으로서 우뚝 서 있는 느낌입니다. 

 

저 도널드 저드의 굳건한 조각품처럼, 그냥 바위나 사물과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느낌...

그래서 문제는 이제는 바깥의 환경에게로 이전됩니다.

 

도널드 저드의 작품에 부딪혀 부서지는 빛들. 전시관의 조명과 그림자들.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위치, 관객의 기분, 관객의 정념, 관객의 마음들...

 

아주 미묘하지만, 결코 우연에만 기대어 있는 음악은 아닙니다. 아주 주도면밀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오묘합니다... 그윽한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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