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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그 기저엔 뇌출혈 수술 꺼리는 현실이...

by 석아산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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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힘들고 고된 일을 꺼리는 경향이 있죠. 그것은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러나 의학 분야에서, 어떤 수술을 기피한다고 한다면, 어떤 이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우려가 되는 현상입니다.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의 기저에 이런 뇌출혈 수술 기피 현상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러분께 정리하여 알려드립니다.

 

서울아산병원의 30대 후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의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끝내 숨진 사건과 관련하여 그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에서도 보건복지부에 진상 요구가 있었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왔을 당시, 머리를 여는 수술, 즉 개두술을 할 의사가 휴가 등으로 부재한 상황이었고, 뇌출혈에 대한 중재적 시술(코일 색전술)을 시행했지만 출혈이 워낙 커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응급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네요 ㅠㅠ

간호사 단체와 시민단체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였고, 의사 수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 의사 증원 대책을 촉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보다 더욱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망한 간호사의 사인이 뇌출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현재 국내 뇌출혈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뇌출혈이라고 하면 뇌에서 출혈이 일어나는구나, 이렇게 단순히 생각하지만, 사실 발생 기전이나 위치에 따라서 종류가 다르다고 합니다. 뇌출혈은 크게 외상성과 비외상성으로 나뉘고, 외상성은 경막하출혈이나 뇌내출혈, 지주막하 출혈 등 다친 위치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는 이런 외상성이 아니라 비외상성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뇌출혈은 자발성 뇌출혈과 뇌지주막하출혈이 흔하고, 뇌지주막하출혈의 주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라고 합니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결국에 터지는 응급 질환입니다. 이는 '뇌 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뇌동맥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두통 등 전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따라서 파열 전에 뇌동맥류 진단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두통이 발생하면 뇌동맥류 파열 초기가 많아서 빠른 수술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에 발견되면 중재적 시술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중재적 시술은 ‘코일링(coiling)’이라고 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입니다. 주로 허벅지의 대퇴동맥을 통해서 가느다란 관을 삽입하고 이 관을 뇌로 연결해 뇌동맥류가 있는 공간에 백금으로 된 얇은 철사를 감아 넣은 후 그 부위에 혈전(피떡)이 차게 만들어서 동맥류 파열을 막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굳이 머리를 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신경과나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뇌영상을 보면서 주로 시행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산병원 간호사의 경우, 뇌출혈 범위가 커서 개두술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소위 ‘클리핑(clipping)’이라고 말하는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인데, 부풀어 튀어나온 동맥류 자체를 묶어버리는 방법으로 코일링 시술에 실패한 사람들이 주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경외과 의사라 하더라도 세부 전공이 달라서, 모두 뇌출혈 수술을 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아산병원 같은 초대형 대학병원에서도 이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가 단 2명 뿐이라고 합니다. 국내 5위 안에 드는 큰 병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서, 적게는 1명, 많게는 4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해당 간호사의 뇌출혈 발생 당시 당직 콜이 가능했던 의료진은 코일 색전술을 하는 의사였으며, 클리핑, 즉 개두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둘 다 병원 내에 있지 않았습니다. (1명은 휴가로 지방에 체재, 1명은 해외 연수 중)
 
정말 저 간호사님 운도 정말 없으셨네요 ㅠㅠㅠ 넘 마음이 아픕니다... 수술이 가능한 의사 한 분 정도는 병원 근처에 계시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뭐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참 마음이 복잡하네요ㅠㅠ

병원의사협의회는 이에 대해 “코일링 시술법이 발전되기 전에는 뇌지주막하출혈에 대한 치료 방법이 클리핑밖에 없었고 신경외과 의사들 상당수가 이 수술을 배웠으나 이후 비침습적인 코일링 시술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클리핑 수술에 비해 코일링 시술이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된다”며 “외국의 경우 클리핑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아주 고난이도 수술이라 수가(진료 서비스 대가)가 매우 높은데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술 자체가 어렵고, 환자들의 예후도 좋지 않고, 수가마저 보장되지 않으니 자연히 클리핑 자체를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야기인데요. 참으로 씁쓸합니다.
 


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신경외과 의사는 인구 대비 적은 편이 아니지만 상당수의 신경외과 의사들이 돈 안되고 힘든 뇌출혈을 외면하고 돈 되는 척추나 암(뇌종양)수술 분야로 많이 진출하거나 뇌출혈 분야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클리핑 보다는 중재적 시술인 코일링 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산병원도 이런 최근 추세 때문에  클리핑 수술이 가능한 신경외과 의사를 충분히 두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내 최고 대학병원이 필수의료인 뇌출혈 대응 체계에 있어 대체 수술 자원에 구멍을 드러낸 점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병원 관계자도 “그 점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응급대응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해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병원의사협의회는 나아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는 흉부외과나 외과, 산부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및 의료 인력 부족 문제와 원인 및 해결책이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재도 배출되는 수많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는 이유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필수의료 분야가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저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정말 이럴 때 할 일을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힘들다거나, 수가 때문에 이런 꼭 필요한 수술을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충분히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제발 세금 딴 데다 쓰지 말고 이런 데 쓰면 좋겠습니다.
아산병원 간호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그분께서도 정말 엄청나게 힘든 간호 업무를 성심껏 하셨을 텐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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