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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어린이날 신풍속도...자녀 친구들 챙기는 '구디백' 문화

by 석아산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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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세 자녀를 키우는 유모(37)씨가 준비한 구디백의 사진. 독자 제공
만 4세 자녀를 키우는 유모(37)씨가 준비한 구디백의 사진. 독자 제공

아이고... 자녀의 친구들을 챙기는 것은 나쁘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되면서 너도나도 하게 되고... 이에 휩쓸려 만약 아이들의 구디백을 챙겨주지 못해 아이가 반에서 왕따라도 당한다든가 하면 정말 큰 문제일 텐데요.

 

항상 과한 것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소식 보겠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 사이에 고민이 하나 늘었습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구디 백(goody bag)이라고 불리는 선물을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구디백은 파티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꾸러미를 말합니다.

영어단어 'goody'라 맛있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답니다. 미국에서 생일파티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과자 등을 봉투에 담아 주는 풍습에서 유래했다네요.

우리나라에서 떡 돌리는 풍습과 비슷한 셈이지요. 그 문화가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구디백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는 "과거에도 엄마들이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간식을 가방에 넣어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쁘게 꾸민 포장지에 아이 이름을 적어서 생일이나 입학식 등 기념일에 돌리는 엄마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날 앞두고 "구디백 뭐로 준비하나요?"

한 맘카페에 올라온 구디백 관련 게시물. 온라인캡처
한 맘카페에 올라온 구디백 관련 게시물. 온라인캡처

최근에는 구디백 문화가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변했습니다.

만 3세 아들을 둔 박모(39)씨는 "예전에 같은 반 친구의 엄마들이 선물이라면서 과자와 사탕이 담긴 구디백이라는 걸 보내왔다. 처음에는 용어조차 몰라 한참을 검색했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나도 한번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재료를 주문해 어린이날을 위한 구디백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맘카페에선 4월부터 '어린이날 구디백 뭐로 준비하시나요?'라는 제목의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대전광역시에 사는 이모(45)씨가 만 5세 자녀의 같은 반 친구 17명에게 돌리기 위해 준비한 구디백의 사진. 독자 제공
대전광역시에 사는 이모(45)씨가 만 5세 자녀의 같은 반 친구 17명에게 돌리기 위해 준비한 구디백의 사진. 독자 제공

학부모들은 직접 만든 구디백의 사진, 정보 등을 SNS에 올려 공유하기도 합니다.

만 4세 자녀를 키우는 유모(37)씨는 "유치원에서 어린이날을 맞이해 나눔이라는 주제로 반 친구들에게 나눠줄 소소한 선물을 준비해달라는 알림장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예시로는 사탕이 적혀 있었는데, 이왕 내 아이 이름으로 전달되는 선물이면 모두에게 예쁘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구디백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초콜릿과 젤리, 비눗방울을 포장지에 담아 구디백을 만들어 블로그에 올린 유씨는 "2000원 내외로 만든 결과물을 보니 나름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구디백 열풍에 완성품 파는 업체도 등장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구디백’으로 검색되는 제품들. 온라인 캡처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구디백’으로 검색되는 제품들. 온라인 캡처

구디백에 들어가는 구성품도 다양한데요.

각종 과자나 젤리 등 간식이 주로 담깁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의 수요에 맞춰 실용적인 물건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요. 색연필이나 양말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전에 사는 이씨는 구디백에 손수건을 넣었습니다. 

 이씨는 "봄에 아이들이 감기에 많이 걸리기도 해서 스카프 겸 손수건으로 쓸 수 있도록 유용한 선물로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엄마들은 좋아하겠지만, 직접 선물을 받는 아이들은 실망할 수도 있어 젤리와 비타민C도 넣고 귀여운 동물 모양의 봉투로 포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구디백이 인기를 끌며, 완성품을 파는 업체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구디백'으로 검색되는 제품만 5000갠에 이를 정도입니다. 대부분 가격대는 개당 2000원에서 5000원대입니다. 

맘카페에서는 이런 구디백의 구매 후기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네요. 구디백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워킹맘의 하소연에 "쿠팡에 로켓배송 상품이 있다"는 조언이 달리기도 합니다. 수원에서 수제 쿠키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모(39)씨는 "요즘 워낙 엄마들 사이에서 구디백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의 쿠키로 구디백을 만들어서 올해부터 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해야 하나?" 위화감 조성 우려도

이런 상황인데요. 구디백을 아이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유치원, 어린이집은 적잖은 고민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구디백이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고, 아이들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한 공립유치원 12년 차 교사 김모씨는 "어린이날을 함께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들 준비하니 나도 해야만 하는 선물이거나 보여주기식 선물로 점점 변화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습니다.

 

이어 "포장은 너무나도 예쁘지만, 구성물은 유아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간식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 김씨는 "과자 섭취에 민감한 엄마들도 많기 때문에 나눠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될 때가 많다"며 "가급적 이런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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