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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에어컨 안 켜도 시원하다... 온도와 습도의 상관관계

by 석아산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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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휴마스터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저 위에 보이는 분은 이대영 휴마스터 대표이신데요. 습도를 잡아서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내는 기기를 발명하고 상업화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온도와 습도 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이대영 대표께서 개발한 저 상품의 효과에 대해서도 알아보죠^^

 

찜통더위, 가마솥더위... 모두 습도가 높은 여름 날씨를 대표하는 단어들이죠.

 

특히 찜통더위는 습도와 온도가 함께 높아서 마치 찜통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을 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7월, 이제 장마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연일 습도가 70~80%에 달하고 있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요.

 

이럴 때 진짜 찜통더위라는 말이 딱 어울리죠. 진짜 푹푹 찝니다.

 

그런데 지중해를 낀 아테네는 우리나라와는 아주 다릅니다.

북위 37~38도, 같은 위도이긴 한데요. 그리고 여름 평균 기온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습도가 정반대입니다.

 

서울은 여름이 시작하는 6월에 70%의 습도로 시작해 한여름 80%를 넘었다가 9월에 들어서야 70% 초반으로 돌아옵니다. 

반면 아네테는 6월에도 60% 미만이지만, 7, 8월에는 40%로 떨어집니다. 지중해변 도시들이 서울과 같은 높은 여름 기온에도 훨씬 쾌적한 이유입니다. 한여름 바람 부는 오두막 그늘이 상쾌한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서울과 아테네의 여름 기온, 습도 변화
서울과 아테네의 여름 기온, 습도 변화

KIST 연구가 창업으로 이어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원 창업기업 휴마스터는 이런 '더위와 습도의 상관 관계'에 주목한 벤처 기업입니다.

온도는 놔두고, 습도만 낮추는 것이 휴마스터 제습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회사이름 휴마스터도 '‘습도'(humidity)와 '장인'(master) 두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주력 제품의 이름은 '휴미컨', '습도를 조절한다'(humidity conditioning)는 의미입니다.

 

기존 에어컨도 제습 기능이 있지만, 원리가 다릅니다. 

에어컨의 제습은 공기 중 수분이 냉매가 지나가는 차가운 데에 닿아 응결되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에어컨은 실외기를 통해 물을 떨어뜨리는 것이죠.

 

시중에 나와 있는 제습기 역시 에어컨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런데 휴마스터의 제습은 냉매 없이, 특수 고분자 제습 소재를 필터로 이용해 수분을 잡습니다.

식품 포장재 속 수분 흡수제 실리카겔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나 실리카겔보다 5배 이상의 세계 최고 수준 흡습력을 가졌다네요.

 

게다가 기존 에어컨에 쓰는 압축기와 응축기가 없기 때문에 전기도 40%나 적게 듭니다.

냉매와 결로 방식이 아니어서 기존 에어컨의 골칫거리인 곰팡이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이대영(58) 휴마스터 대표는 KIST 연구원 출신입니다.

그가 평생 해오던 연구가 창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온도와 습도의 상관관계
온도와 습도의 상관관계

이대영 대표는 온도와 습도의 상관관계를 보여줬습니다. 가로축의 온도가 같더라도, 습도 차이에 따라 체감온도의 차이가 크게 발생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에어컨은 온도와 습도를 같이 낮추느라 실내 온도를 지나치게 떨어뜨리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냉방병에 시달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습도만 떨어뜨리면 에어컨을 끄거나 약하게 작동해도 훨씬 적은 에너지로 더 쾌적하고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나 동남아, 미국 동부 등 습도가 높은 한여름을 가진 지역이 휴마스터의 주 타깃이라고 합니다. 

 

서울시 테스트베드 실증사업 통과

휴마스터는 공공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 받았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기술인증(2017년)과 신제품 인증(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우수성능인증(2020년), 환경부의 녹색기술 인증(2017년)이 그것입니다. 지난해엔 조달청으로부터 '대한민국 정부 우수조달물품' 지정까지 받았습니다.

 

우수제품 지정을 받으면 경쟁입찰이 없어도 계약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됩니다. 성능 검증을 위한 서울시 테스트베드 실증사업도 통과했다네요.

2020년 12월부터 1년간 고척 스카이돔 운영실과 서울에너지공사 사무실 등 20곳에 휴미컨을 설치해 테스트한 결과 냉방 에너지 절감에 최대 60%, 실내 미세먼지 개선에 50% 이상의 효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밀폐된 채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하 공간, 습기가 성에로 변해 얼어붙는 냉동창고 등은 기존의 에어컨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술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의정부지방검찰청 수장고 등 지금까지 500여곳에서 휴미컨을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휴마스터의 제습이 세상에서 유일한 방식은 아닙니다.

최근 급성장하는 2차전지 생산공장도 같은 원리의 제습기를 이용합니다. 습도가 높으면 배터리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기존 에어컨과 제습 시스템으로는 축구장 규모보다 더 넓은 면적의 실내 습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습도를 낮추려면 온도까지 같이 낮아져야 하는데, 광대한 공장 내부를 이렇게 유지하는 것은 지난한 일입니다.

이 때문에 휴마스터처럼 흡습제를 이용합니다. 

 

 이 대표는 "배터리 공장에서 흡습제 방식의 제습을 하려면 에너지가 에어컨 방식보다 4~5배 더 들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휴마스터가 개발한 방식은 에어컨보다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습니다.

 

휴마스터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높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에 이미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추가 비용을 들여 휴미컨을 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존 에어컨 제조 대기업들의 견제도 극복해야 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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