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옛 유물을 좋아합니다. 2006년에는 일년 내내 용산의 중앙박물관에 가서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니,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이니 하는 걸 마주했더랬습니다.
오묘했습니다. 과거에도 누군가 살았고, 그들도 생생한 감정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기가막혔죠.
그러고 나서는,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고, 바쁘기도 해서 박물관을 찾는 일이 드물었죠. 사실 그 때의 그 흥분을 다시 느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사진으로 이 창령사터의 오백 나한상을 접했을 때, 그때 그 기분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물 같은 것들은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정말 너무 귀엽고 생생하지 않나요? 그냥 우리 주변의 장삼이사들이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합니다. 푸근한 이웃 주민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듯한 모습입니다. 저는 오노레 도미에라는 프랑스 풍자 화가의 캐리커처 조각상을 좋아하는데요, 그 조각상보다 훨씬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한번 비교해 보시죠.
물론 오노레 도미에의 조각상은 19세기의 작품으로 꽤 현대적인 캐리커쳐로, 그만의 매력이 있지만, 우리나라 오백 나한상이 보여주는 간결함, 그리고 더욱 품위있는 모습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분명 오노레 도미에도 우리나라의 이 나한상을 보았으면 감탄을 금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럼 이 나한들이 어떤 경위로 발견되었는지 살펴볼까요!
이 나한들은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에서 한 개인이 암자 건립 공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발견했다고 합니다. 정식 발굴이 진행됐고, 돌조각 나한상 317점을 발굴했는데, 이 가운데 온전한 형태를 유지한 완형은 64점이었습니다. 몸체만 발굴된 것은 135점, 머리만 발견된 것은 118점이었습니다.
이곳에선 ‘창령(蒼嶺)’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기와가 함께 출토되어, 이를 통해 고려 때 창령사라는 절이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창령사가 고려 때 창건돼 조선 전기로 이어진 뒤 임진왜란 직후 폐사(廢寺)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발굴단은 놀랍게도 일부 나한상이 불길에 노출된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나한상들을 모셨던 금당은 화재로 무너진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이를 보면 누군가가 일부러 절과 나한상을 파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설에는 유생들이 몰려가 절을 파괴했다는 것과, 왜놈들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설이 있습니다. 진실요? 글쎄요,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이렇게 조그마한 나한상들 몇이 살아남아, 이렇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나한상을 보면 고려 시대 사람들이 정말로 애정을 가지고 인간을 관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떠신가요? 좋아하는 유물이 있으신가요?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이상입니다. 오늘은 옛 창령사터 오백 나한상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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