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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재즈 이야기

임윤찬이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한 곡들 소개

by 석아산 202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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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보다, 이 임윤찬의 연주를 들었을 때 더욱 큰 충격을 느꼈습니다.

 

선이 굵은 연주, 벌써 거장의 느낌이 물씬 나는...그런 연주...

 

거장의 느낌이란 무엇이냐... 이렇게 물으신다면, 일단 완벽한 테크닉은 기본이고,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

그 위에 덧붙는 자기만의 개성 있는 해석.... 정말 거장이 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아직 임윤찬은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사실 예술가는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정말로 바늘 끝에서 춤추는 인생입니다.

그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호로비츠도, 마우리치오 폴리니도, 미켈란젤리도 모두 슬럼프로 큰 고생을 하기도 했죠.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는 우울증에 걸려 작곡을 하지 못해서 다알 박사에게 최면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다알 박사의 치료로 재기에 멋지게 성공하는데, 그때 작곡한 곡이 바로 그의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다알 박사에게 헌정했죠.

 

앗,,, 너무 옆길로 샜네요.

 

어쨌든 이렇게 어려운 것이 예술가의 길이지만, 저는 임윤찬의 앞날에 대해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 그는 정말로 스토익한, 구도자적인 음악가이기 때문이죠.

 

그의 인터뷰를 보면,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으로 유세를 떨거나 하는 것을 꺼리는 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콩쿠르는 하나의 과정일 뿐, 그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위해 끊임없이 매진할 것을 선언하고 있지요. 어리지만 뚝심이 있고, 음악 앞에 겸손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그의 구도자적인 태도는, 콘서트의 선곡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오후 그의 연주회는, 참으로 신선한 선곡이었습니다. 

일단, 그는 자신이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을 한 곡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배짱이죠.

자신에게 익숙한 곡들, 수없이 연주하여 손에 익은 곡들 대신,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곡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지향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는 아니었을까요.

 

우선 그가 친 첫 번째 곡은 17세기 영국 작곡가 올랜도 기번스의 '솔즈베리 경의 파반과 갈리아드'라는 매우 낯선 곡입니다.

이 곡은 '천재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아주 좋아했던 작곡가였습니다. 한번 굴드의 연주로 들어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ZKebG4VjuNU 

 

이 곡은 기교적인 화려함이 돋보이는 곡이 아닙니다.

아주 내성적이고, 자기 성찰적인 곡이지요. 이어 연주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 역시, 전혀 기교적인 곡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곡은, 바흐가 자기 아들의 피아노 교습을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여러분 피아노 학원에서 초기 단계에 반드시 배우는 그 인벤션과 신포니아인 것입니다.

임윤찬은 왜 이 곡을 택했을까요. 그리고 왜 원래 곡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굴드가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선보인 배치대로 연주했을까요.

 

일단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이 곡이 그야말로 건반음악의 '기초 중 기초', 즉 펀더멘털이기 때문입니다.

 

임윤찬은 자신의 콩쿠르 후 첫 독주회를 이렇듯 기초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이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쌓을 거대한 음악의 탑, 그 주춧돌로서 이만한 곡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곡의 원래 배열이 아니라 굴드의 것을 따른 이유는, 자기만의 개성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굴드는, 엄청나게 특이했던 연주가입니다. 

그의 음악은 평범한 음악가들의 상궤를 뛰어넘는, 너무나도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것이었습니다. 

자기만의 해석... 그것을 강조했고, 또한 바흐를 너무나도 사랑했죠.

 

임윤찬 역시 다성음악인 바흐의 곡을 사랑한다고 합니다. 벌써 그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이렇게 임윤찬은 이번 연주를 통해 '기초'와 '개성'이라는 두 가지, 일견 상반되어 보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것임을 선언한 셈입니다.

이 임윤찬의 연주는 이러한 상징적 의미 때문에라도, 아마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대곡으로서, 연주의 내구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리스트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내야 하는 초난곡입니다.

이런 곡의 선정에서도 임윤찬의 넘치는 배짱을 알 수 있네요.

 

자, 그렇다면 3성 신포니아의 굴드 버전을 들려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ogedtm_9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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