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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좋은 대학에 가려고 논문 대필을 의뢰한다고? 미쳤나?

by 석아산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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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조금 흥분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대학에 있었기 때문에, 표절과 대필 등의 행위에 대해 매우 큰 경계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에서 본 바로는, 논문 대필,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논문 대필이라는 건,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이 써주는 것이 아니더라도, 소위 논문 공동 게재 등의 형태로도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니까 대학원생 같은 사람이 논문을 다 쓰고, 그것에 교수가 살포시 자기 이름을 '얹어' 놓는 것이죠. 이때 교수는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 용어로 '업힌다'라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학에서는 요새, 교수 임용이나 재임용 등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 일률적으로 외국 학회에 논문을 등재하기를 요구합니다. 가장 높은 곳에 SCI급에 속하는 학회지가 있지요. 하지만 거기에 논문을 싣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꼼수를 씁니다.

 

무슨 말레이시아니 가나니, 그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듣보잡 학회에, 돈을 내고 논문을 싣는 것이지요. 그럼 그 학회에서는 심사를 '대충~'하고 논문을 실어줍니다. 그 사이비 학회는 돈을 받고, 교수는 해외 논문을 하나 얻게 되지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공공연하게 이루어집니다. 저도 대학에 몸담고 있었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썩어 있는 곳이 바로 대학입니다. 

그뿐입니까. 요새 정치인들이니 뭐니, 아무렇지도 않게 표절을 하고 있죠. 이렇게 지적 재산권을 훔치는 것은 엄청난 범죄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런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 다소 너그럽습니다. 예를 들어 치정 살인 등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흥분하지만, 그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표절 사건에는 너그러운 겁니다.

   

어쨌든 이러한 사회 분위기이다 보니, 논문을 대필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도 없는 것이지요. 

자, 서론이 길었고, 이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소위 컨설턴트라는 사람들을 써서 하는 편법 논문 작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지난 2일,  <한겨레>는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Fiverr)에서 만난 케냐인 ㄱ씨를 취재했습니다.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소개한 그는 ‘학술적 글쓰기’(academic writing)를 부업으로 합니다. 3월3일~411일 한달 동안에만 5명 이상의 한국인을 위해 23건의 대필 작업을 했고 이 중 13건은 고등학생, 9건은 대학생, 1건은 직장인의 의뢰였다고 합니다. 전자책, 논문, 에세이, 리포트 등 유형은 다양했습니다. ㄱ씨는 “대필의 목적을 먼저 물어본 적은 없지만, 일부 학생은 미국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장관도 자기 딸의 논문을 이렇게 대필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어떤 입시용 논문 대필 등은 공공연한 사실이 된 모양입니다.

이렇게 '스펙'을 위해 영어로 글을 쓰는 '해외 업자'들, 그리고 그것과 연결해 주는 컨설턴트들의 시장 규모는 1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음 한겨레에서 가져온 사진을 봅시다. 많은 대필작가들이 외국에서, 우리나라 입시생을 위해 대필을 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글, 나아가 양심을 파는 소위 '사이비 작가'들과 그 양심을 사들이는 막대한 수요가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 걸까요? 그것은 우리나라가 유독 어떤 사람의 '업적'과 '결과'를 강조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먼저 썩어빠진 대학의 결과주의가 먼저 그 배경에 있습니다.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대학에서 정년을 보장하는 이유는, 교수를 보호하며, 그 교수가 어떤 가치있는 주제에 대해 깊이 천착하라고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10년을 공부해도 논문 한 편 내기 어려운 공부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것들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것에는 각종 일간지에서 시도하는 '대학 순위평가'의 악영향도 있습니다. 대학을 줄지어 세워놓아야 기어코 직성이 풀리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순위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의 연구 업적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발표된 논문의 편수로만 측정이 되죠. 그러니 자기표절과 대필로 점철된 논문이 양산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그런 범죄 행위가 양산되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 일에 분노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대학의 풍조가, 그러한 대학에 들어가려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지요. 이렇게 어려서부터 대필로 대학에 들어가면, 그 사람들이 나중에 뭔가 요직에 진출한다고 해서 바른 양심을 가진 사람이 될까요?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입니다.

젊은이들은 기계적인 서로의 평등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좀 이런 범죄에 반기를 들고 자체 정화하고 서로 고발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고발정신 아니겠습니까. 

 

이상 석아산의 생각이었습니다.

대필이 확인된 사람들은 모두 소급해서 입학을 취소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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