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블러프, 마리아 코니코바 저

by 석아산 2022. 5. 11.
반응형

 

생전 안해본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지금껏 관심 갖지 않은 분야가 무엇이던가, 계속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경제' 분야, 그 중에서도 '재테크'였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골수 인문학자들이었고, 그래서 '돈'이란 걸 의도적으로 경멸하는 경향이 있으셨다.

 

자연히 나도 '돈'은 더러운 것, 돈을 추구하는 것은 경멸스러운 일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렇게 빈털터리가 된 지금, 

그 원인은 내가 돈을 사랑하지 않아서라는 사실을 뼛속깊이 깨달았다.

 

내가 돈을 사랑하지 않는데, 돈이 어떻게 나를 사랑하겠는가.

 

자, 그래서 나는 '주린이' 관련 책부터 시작해서 '코린이' 책도 뒤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투자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었다.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차트보는 법부터 시작하여, 거시 경제의 흐름, 그리고 금리니 환율이니 하는,

나에게는 낯선 세계의 용어들을 섭렵해 나가야만 했다.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책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투자는 '심리게임' 이라는 사실이다.

 

확신이 서는 '패'가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과감히 투자하고, 그것의 전망을 '확신'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여야만 돈을 잃지 않고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겁이 나서 금방 수익을 실현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의 손해에 벌벌 떠는 일이 없는

심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듯 주식을 비롯한 투자는 대부분 돈의 흐름 그 자체보다, 그 흐름에 대한 심리적 태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주식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경제 관련 책뿐만 아니라 행동경제학 등 심리학과 관련된 책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심리학에 관한 여러 책을 전전하다, 

 

'블러프'라는 책을 만났다.

 

도박의 심리에 관한 책이 주식 투자랑 무슨 상관 있냐고? 

 

잠깐 들어보시라.

 

작가는 러시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이다.

 

그녀는 미국 유수 대학의 심리학과 출신으로, 뉴요커에서 기자로서 경력을 쌓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돌연 포커라는 도박판으로 뛰어든다.

그는 에릭이라는 포커 고수를 스승으로 삼아, 포커판에서의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작가는 점점 성장하여 미국 최고의 포커 대회에서 상금을 따기에 이른다.

 

그녀가 익힌 것은 '텍사스 홀덤'이라는 장르의 포커로서,

운9기1 정도의 '화투'와는 다른 운3기7 정도로 기술이 중요한 포커 방식이다.

따라서 이 장르는 운과 더불어 인간의 기술이 중요하다.

작가는 이 텍사스 홀덤이 인생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 노오오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운 역시도 얼마나 중요한가.

운이 우리의 삶에 싸대기를 날리는 광경을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그러니 작가가 소재를 선택하는 혜안이 뛰어남은 분명한 듯하다.

 

어쨌든 작가는 이 포커판에서 인간 군상의 심리를 파악하는 법을 배운다.

 

사람들은 막대한 돈이 걸려 있는 이 '도박판'이라는 스토리 안에서,

 

온갖 결정을 내린다. 

 

어떤 결정은 그 자신을 파멸로 이끌기도 하고, 어떤 결정은 막대한 부를 부른다.

 

이곳에서는 한 번의 심리적 동요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카드 하나 하나가 플레이어들에게 뿌려질 때마다, 

카드 하나 하나가 테이블 위에서 뒤집어질 때마다,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때 통계적 계산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 판단은 기본이고,

상대방의 심리를 정확하게 읽는 기술이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면한 상황에 대한 플레이어의 심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많은 위대한 포커 플레이어들이 포커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내가 투자와 관련해서 이 책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비롯한 위대한 투자가 역시 '투자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상승장에서 절대 흥분하지 않고, 하락장에서 공포에 질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에 근거해서 '좋은 패'가 손에 들어왔을 때,

과감하게 베팅한다.

 

반면 나쁜 패가 들어와 손해를 본다면,

그것을 철저히 복기하고 미래를 기약한다.

그리고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이것이 둘의 비슷한 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포커에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심리적 오류를 지적한다.

어떤 것들은 나도 듬뿍 저지르고 있는 오류라서, 참 아프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승리를 위한 적절한 심리적 태도를 갖추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자신이 승리한 배경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투자에 있어서도 참고할 사항들이

많은 책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구체적인 포커 게임 현장과 맞물려 묘사되어 있어,

참으로 재밌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도박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맞닥뜨리는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강추하는 책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