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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리뷰] 헤르타 뮐러, 숨그네

by 석아산 2022.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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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헤르타 뮐러]

 

그는 동성애자였다.

또한 그는 소련 지배 치하의 루마니아인이었다.

결국 그는 소련 지배 치하의 루마니아인 동성애자일 뿐이었다.

 

한마디로, 주인공은 시대에 버림받은, 일종의 잉여물과 같은 존재였다.

소련 당국은 동성애자를,

공산당을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불순분자로

낙인 찍었다. 그들은 청소되어야 할 존재였다.

마치 나치가 유대인에게 그랬듯, 소련의 무지막지함도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고향을 떠나

저 멀리 바짝 얼어 있는 시베리아의 굴라크(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이곳,

인간성이 말살되어 버린 극한의 장소에서 살아남은 한 시인의 이야기가 바로

숨그네이다.

 

이런 수용소를 다룬 이야기들은 참 많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회고이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철저히 관찰한

일종의 심리학서이다.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는 소련의 엄혹한 체제에 대한 날선 고발이다.

 

그러나 이 숨그네

인간의 고통에 대한 한 편의 시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이것은 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시적 언어로 충만하다.

 

지극한 고통,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아름다운 시어로 재가공되어 펼쳐진다.

 

고통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니.

 

작가는, 아예 고통을 신조어로 만들어 실체화 시킨다.

 

이런 식이다.

 

이 책의 제목인 숨그네(Atemschaukel)’,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가혹한 노동으로 인해 입천장에서 숨들이 널을 뛰는 광경을 규정하는 단어이다.

 

하조베(Hasoweh)’토끼 얼굴을 한 향수이라는 신조어인데,

독일어 토끼(hase)와 향수(Heinweh)를 결합하여 만든 단어이다.

 

사람들이 수용소 생활에 지쳐가 점차 비굴한 토끼 얼굴로 변해가는 것을 묘사한 단어이다.

 

작가는 이러한 신조어를 사용하여 비참한 수용소 생활을

역설적이게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렇듯 이 작품은 인간의 고통을

새로운 차원에서 묘사하는 위업을 이루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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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제 유튜브에 올린 '숨그네'의 줄거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9XR1aE9N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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