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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 리뷰] 지상의 양식 - 석아산의 인생책

by 석아산 2022.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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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제목만 보고 지루하시다고요?

 

저는 이 책의 내용이 어떻고, 그저그런 내용을 끄적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이 책이, 저를 어떻게 살렸는지를 서술하는 것으로, 오늘은 포스팅을 마칠 것입니다.

만약 저와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이 있고, 단 한 분이라도 그런 분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다면, 제 포스팅의 목적은 달성됩니다.

 

, 여러분,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

진정한 자기가 되고 싶으십니까?

 

부끄럽지만 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일본 사람이고, 어렸을 때는 아이들로부터 참 따돌림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어떤 친구는 나더러 쪽바리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 선생님들은 너무나 폭력적이었습니다.

정말 엄청 맞고 학교 다녔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자기반 반장을 시켜, 목공소로부터 노를 깎아오도록 시켰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겁니다. 진짜, 노였습니다. 배 젓는 그 노 말이지요.

그걸로 학생 엉덩이를 때렸습니다. 다 사랑하니까 때리는 거다, 이런 말이 무색한 무지막지한 매였습니다. 그 선생님이 때릴 때마다 즐거워하는, 사디스트였다는 것은 모든 학생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군대에 위생병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는, 하루 16시간 일을 시켰습니다. 여러분, 간호사를 왜 3D 업종이라 부르는지 아십니까? 너무나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루 16시간 일을 하다가, 심한 위궤양을 얻었습니다. 저는 그때, 선임에게, 16시간 일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선임은, 나의 선임의 선임의 선임도 했고, 나의 선임의 선임도 했고, 자기도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도 그냥 일했고, 결국 위에 구멍이 나 쓰러져 입원까지 하였습니다.

 

전역하자, 이제 내 세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학부와 같은 대학원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 대학원에는 큰 교수, 작은 교수, 선배들이 드글드글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이제는 큰 꼰대, 작은 꼰대, 젊은 꼰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대학원은 군대보다 엄격한 위계사회였습니다.

 

선배들은 정치질하느라 바빴습니다. 어떤 교수 밑의 어떤 라인을 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습니다. 서로 질시하고, 때로는 서로 증오하였습니다.

저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적응자였습니다.

저는 선배들에게 꽉 잡혀 있었습니다. 일은 일 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얻어먹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공포’, 학창 시절부터 맞고, 군대 시절 억압 당하고, 이제 대학에서도 억눌리는, 완전히 위축된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 이런 정신적 긴장감으로부터의 온전한 탈출구는 오로지 술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알코올 중독에 빠졌습니다.

처음엔 하루 소주 한 병, 그리고 두 병, 세 병, 마시고 블랙 아웃을 당하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와인으로 갈아탔습니다. 와인은 문화적인 것이니까, 알코올이 들어 있어도 그건 술이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그렇게 하루에 한 병, 두 병... 그리고 블랙 아웃.

 

매일 술을 마셨지만, 술 마시는 시간 이외에는 집중하였고, 의외로 공부는 열심히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학회에 몇 편의 논문도 냈습니다. 선배들이 너는 술만 마시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런 데다 논문을 싣냐고 부러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저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수가 되었는데, , 좋은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교수직이 땡보직에 철가방이라 생각하시죠? 그건 옛날 이야기입니다. 1년에 몇 편의 논문을 써야 하며, 심지어 SCI라는 해외 논문까지 써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냉혹하게 잘라 버립니다.

 

저는 논문을 빨리 쓰지도 못하고, 요령이 없어서 해외에 논문을 싣지도 못했습니다. (저의 전공은 국어국문학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논문을 해외에 내라니, 참 이상도 하지요?)

 

전 언제 잘릴지 몰라 항상 공포에 떨었습니다.

, 이렇게 또 술...

그리고 이어지는 공포, 공포, 공포...

 

그러다가 픽 쓰러지고 말았지요. 중증 우울증이었습니다. 저는 학교도 나갈 수 없었고, 글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냥 멍하니 천장만 보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 제 탓이지요. 그것이 더욱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폐인처럼 지내고 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프기 전,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인데, 그냥 끌렸죠.

 

참으로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읽고, 두 페이지... 결국 다 읽고 말았습니다.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돌았습니다.

 

지상의 양식, 청교도 윤리에 짓눌려 있던 한 지식인이 대체할 수 없는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처럼, 나도 지금까지의 삶의 범주를 완전히 떠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드처럼, 저도 저만의 지중해와, 저만의 북아프리카와, 저만의 사막을 찾아 떠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천상의 윤리,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이상(理想), 우리 집단 무의식이 개인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들.

예를 들어, 직업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모름지기 도시에 살아야 한다,

끝없이 윤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유교적 도덕, 삼강오륜은 지상의 가치다,

이러한 모든 천상의 이데아적 강령들,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상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제가 늘 가고 싶었던 남쪽 다도해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바닷내음을 한껏 마시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내 자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곳 장흥에 정착했지요.

 

그 후 직업도 가지지 않고, 소비를 줄여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업적 때문에 억지로 썼던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제 상상이 펼쳐지는 길을 따라 붓을 옮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못난이 자식들인, 저의 짧은 소설같은 것들이 태어나게 되었죠.

너무나 못생겼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에게 그러듯,

저도 제 글을 이제는 함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저를 짓눌렀던 수십 년의 공포로부터 날아오를 수 있었습니다.

 

, 지상의 양식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은 일부러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는 여러분이 발견해야 할 것이니까요.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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