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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 리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석아산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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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삼촌 이야기로 이 책 이야기를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외삼촌, 죄송합니다 ㅠㅠ)

 

외삼촌은 일본 사람입니다. 외가 모두 일본 사람이지요. 

그 외삼촌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유일한 아들이었습니다. 잘 사는 상인 가문의 막내아들이니, 뭐 얼마나 제멋대로 자랐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외삼촌 집에는, 지금도 거대한 방 하나가 모두 '울트라맨' 피규어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울트라맨 수집가인 우리 외삼촌은, 정말 돈을 엄청나게 들여서 이 광적인 콜렉션을 완성했습니다.

일본 전역의 조그만 문방구점을 돌아다니면서, 희귀한 피규어들을 수집하였죠. 그리고 모든 피규어를 수집하자, 이제 어쩌다가 잘못 제작된 불량품 울트라맨을 사모았습니다.

 

그렇게 외삼촌은 거의 모든 피규어를 모았죠. 그리고는 도쿄에 지진이 일어나기를 기도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면, 이 수많은 피규어들을 다시 처음부터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정말 엄청난 집념입니다. 언젠가 삼촌은 저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수집이란, 처음에는 무엇인가를 쌓아 나가는 일이지. 하지만, 콜렉션이 갖추어지기 시작하면, 빈 칸을 채워넣는 일이 되어 버려. 자, 이쯤 되면, 주머니는 이미 텅 비어 있지."

 

자, 이것은 수집에 대한 강박 심리를 잘 드러내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이책의 작가 역시 거대한 혼돈에 부딪혀, 그것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이가 바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이었던 생물학자입니다. 이 생물학자는, 엄청난 어류 수집가였고, 화재와 지진 등 자연재해를 겪어 자신의 연구가 모두 소실되었을 때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다시 그 작업을 해나가는, '낙관주의의 화신'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 조던이라는 인물이 어렸을 때부터 열정적인 자연 애호가라는 사실에 호감을 느끼고, 그에 대해 조사해 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는 혼돈스러운 자연에서, 질서를 발견하려는, 의지의 화신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던의 행보는 후에 '우생학'이라는 것으로 변질되어 버립니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라는 관념에 지나치게 탐닉한 나머지, 생명체에는 뚜렷한 위계가 있다고 공공연히 선언해 버립니다. 이러한 그의 이론은 인간에게까지 적용됩니다. 그는 어떤 섬에 갇혀 있는 기형의 인간들을 보고, 이것이 뚜렷한 쇠퇴의 징후이며, 이렇게 되기 전에 이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그의 이론을 받드는 사람들이 실제로 가난하고 소외 받은 이들에게 불임수술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이러한 조던의 행보에 엄청난 환멸을 느끼게 됩니다. 조던은 이 혼돈의 세계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대신, 그것에 자신의 질서를 세우려고 했던 '본질주의자'였던 것이죠.

즉 자연 앞에서 겸허하지 못하고, 그 자연을 함부로 조작하려고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마치, 일부 어른들이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으니까, 젊은이들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함부로 규정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런 조던과 같은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조던은 80세까지 편하게 살다가 각종 영예에 둘러싸인 채 평온히 눈을 감았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반전을 준비합니다. 그는 캐럴 계숙 윤 등, 분기학자들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사실 '어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소, 폐어, 연어 중 가까운 것을 묶으라고 하면, 우리는 당연히 '폐어'와 '연어'를 묶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분기학자들은, 폐로 호흡하는 폐어와 소가 해부학적으로 더 가까운 종임을 밝힙니다. 우리의 직관이 여지없이 패배하는 순간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직관을 배반하는 사실에 대하여 겸허해지는 것.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실들에 대해 함부로 위계질서를 부여하지 않는 것. 그것이 혼돈에 대해 더욱 양심적으로 대처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조던이라는 한 인간의 생애를 중심으로, 우리가 '언어화', '범주화' 시키는 것들의 오류를 자세하게 논파해주는 책이 바로 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입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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