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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책리뷰)

[책 리뷰] 한낮의 어둠

by 석아산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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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매트릭스' 영화의 저 장면을 알고 계십니까?

그렇죠.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다 알 것입니다. 모피어스가 저 약을 꺼내면서, 파란약을 먹으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깨어날 것이고, 빨간약을 먹으면 고통스럽지만 진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죠.

여기서 주인공 네오는 저 빨간 약을 먹고 자신이 매트릭스라는 가짜 공간에서 살고 있었단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책 소개를 하면서 웬 매트릭스냐고요?

오늘 소개할 책, '한낮의 어둠'은 '극단주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많은 '극단주의 그룹'에서 이 빨간약을 언급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진실을 가리는 여러 거짓들로 가득차 있고, 자신들은 이 빨간약을 먹고 진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라 자부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극단주의를 다룬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뭐랄까, 저 깊은 곳으로부터 토악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뭐 일베나 메갈 등, 우리 주변에 있는 극단주의 성향의 그룹들이 자연히 연상되기 때문에, 또 마음 속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은 이렇듯, 참 읽기 괴로운 책입니다. 또 작가가 직접 나서서 이들 세계에 잠입하고(여성인데, 정말 놀라운 용기입니다.), 그들의 편벽한 사고와 행동을 묘사하기 때문에, 참으로 생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도 이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극단주의도, 반극단주의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극단주의는, 인간이 가진 오래된 뇌, 그러니까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편도체를 심하게 자극합니다. 그들은 공포를 통해서 자신의 세를 불려갑니다. 외국인에 대한 공포, 다른 종교에 대한 공포, 다른 인종에 대한 공포를 통하여,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그리고 이렇듯 두려움에 세뇌된 사람들을,  여러 가지 날조된 정보를 통해, 더욱 분노하게 만듭니다.

 

 

 

이런 분노는, 안정감을 추구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극단주의자의 SNS로 향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극단주의자들의 커뮤니티에 온 사람들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인간적 따뜻함과 함께, 소속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분노와 좌절을 공유하고, 그것은 전혀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저 외부의 존재들 때문이라고 단정짓습니다.

 

이런 태도는 자연스럽게 폭력을 영웅시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한 이슬람 커뮤니티에서는, SNS로 인도네시아 전국의 테러를 생중계하면서, 그들을 영웅으로 추켜 세웠습니다.

그들 극단주의자의 SNS를 통해 "띠딩!" 하고 메시지가 옵니다. 그 메시지는, 인도네시아의 일가족이 자폭 테러를 하여 기독교인 몇 명을 죽였다는 내용입니다.

참으로 끔찍합니다.

 

 

얼마전 있었던 아베의 총격 사건도, 이런 극단주의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의자 야마가미 테츠야(41)의 어머니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가산을 모두 종교에 탕진하였죠. 이로 인해서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된 용의자는, 이 종교에 앙심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음모론적 사고와 합쳐져서 이상한 망상에 빠지게 되었죠. 바로 아베가 이 종교 단체에 온라인 영상을 보낸 것을 빌미로, 분노의 화살을 이 아베 전 총리로 돌리게 된 것입니다.

이것 역시 하나의 극단주의입니다. 한 마디로, 이 아베 총리 저격 사건이라는 비극은,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어머니로 인해 분노에 찬 아들 극단주의자가 벌인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극단주의는 아주 쉽게 극단적 행동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종교적 극단주의, 민족적 극단주의 말고도, 성적인 극단주의나 음모론 등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있습니다. 요즘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극단주의적 테러나, 총격 사건 등에 극단주의가 엄청나게 많이 연관되어 있는 만큼, 이 책은 꼭 일독해볼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평범한 사람도 극단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짚어내고 있습니다. 극단주의는, 인간의 본성적 측면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실 좌절되어 있고 분노에 찬 사람들을 압박하는 사회적 측면에도 그 탓이 있습니다. 이렇게 좌절된 사람들, 분노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쉽게 극단주의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작가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약해진 시기에는 모두가 극단주의자에게 이용당할 수 있으며 취약함은 상당히 일시적인 개념일 수 있다. 유일하게 효과적인 방패는 바로 정보다

그녀는, 아무리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취약한 시기에 처했을 때면 극단주의에 얼마든지 이용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독일 국민들은, 1차 세계 대전 후에 불어닥친 고난을 스스로 비판하지 못하고, 결국 히틀러라는 희대의 극단주의자에게 정권을 주고 말았죠. 이로서 유럽의 문명은 몇 십년을 퇴보해 버린 것입니다. 아직도 그 상흔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시 태어난 유럽의 극단주의자들이 다시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유대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지요.

 

작가는 이러한 극단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올바른 '정보'를 얻는 것, 팩트 체크를 성실히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극단주의자들의 주된 전략은,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dismiss the opponent , 사실 정보를 왜곡하고distort the facts, 핵심 쟁점에서 주의를 돌리고distract from the central issue,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dismay the audience'입니다. 모두 논리적으로 찬찬히 따져보면 매우 허황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 비판 정신을 기르는 것, 그리고 주어진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팩트 체크를 성실히 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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