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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코로나보다 무서웠다는 40년 전 인플레 되돌아보기

by 석아산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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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요새 정말 힘들지 않으십니까 ㅠㅠ

 

고금리에 고물가 시대... 인플레이션은 서민에게 유독 가혹합니다.

그런데 현시대를 표현할 때를 보면, 꼭 40년 만의 최대 인플레이션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폴 볼커'라는 40년 전 연준의장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도대체 40년 전은 어떠했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40년 전의 인플레이션은 어땠고, 세계 경제는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를 알아야 이번 인플레이션을 잘 넘길 수 있겠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여러분께 이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그럼 고고!!

 

일단 80년대, 인플레가 한창일 때는, 홀수 번호판 차량은 홀수 날짜에, 짝수 번호판은 짝수 날짜에만 기름을 살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 제품마다 라벨이 몇 겹이 붙어 있기도 했죠. 가격이 그만큼 빨리 올랐기 때문입니다.

 

연 14%짜리 국채도 있었습니다. 매년 물가는 10%씩 올랐죠.

 

미국의 지식 공유 플랫폼 쿼라(Quora)에 "인플레가 심했던 1970년대 미국 생활은 어땠는가?"로 검색하면 저런 정보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40년 전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했는지는 이 그래프 하나로 요약됩니다. 한번 볼까요.

이 그래프를 보시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980년대에 마치 에베레스트산처럼 우뚝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에, 무려 13.5%를 기록하고 있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전쟁이 아닌데 이렇게 물가가 치솟은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였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시대였습니다.

 

이때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무려 28.7%였다고 합니다! 하이고... 울 아버지 이때 고생 많으셨겠네요 ㅠㅠㅠㅠ

당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가가 급등한 데다, 흉작까지 겹쳤다고 합니다. 

 

그럼 1970년 후반과 1980년 초반,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왜 그렇게 높았을까요?

 

일단은 베트남 전쟁을 들 수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엄청난 전쟁비용을 지출했습니다.

당시에는 금본위제였기 때문에, '금 1온스=35미국 달러'였습니다. 따라서 미국 연준은 자기네가 보유한 금만큼만 달러를 발행해야 했는데, 돈이 부족하자 그냥 마구 달러를 찍어낸 것이죠.

 

당연히 시장에서는 '정말 미국에 그 정도의 금이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었고요.

각국이 미국에 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니까,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이제 더이상 금본위제를 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해 버립니다. 배째라는 것이죠.

 

당시에 가뜩이나 미국이 유럽, 일본과 수출 경쟁에서 밀리면서 무역적자가 늘어납니다. 이후 미국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죠(지금은 오히려 반대인 킹달러 시대입니다). 약 달러 현상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고, 물가도 자연히 오릅니다.

 

닉슨 대통령은 '달러-금 교환 중단'만 한 것이 아닙니다. 동시에 '가격 통제'를 발표하는데요, 미국 내 모든 임금과 물가를 90일간 동결해 버립니다. 정말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이후에도 정부 위원회가 과격한 가격 통제를 유지하죠.

 

하지만 물가는 잡히기는 커녕, 닉슨 재선 이후 1973년 가격 통제를 풀자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합니다.

소고기값이 무섭게 뛰자 주부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육류 불매운동'을 벌일 정도였습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육류가격 상한제'를 꺼내들지만 이제 목장주들이 도축을 미루면서 마트 선반에서 고기가 사라지게 됩니다. '가격 통제는 물가를 못 잡고 더 뛰게 만든다'는 교훈만 남긴 셈이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공급을 줄이는 오일쇼크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유가는 두달 만에 4배로 뛰며 전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습니다. 이에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주유 홀짝제' 등이 시행됩니다.

 

이 오일쇼크는 모두 전쟁으로 인해서 유가가 뛴 것입니다. 이렇게 전쟁으로 인해 공급 측면에 문제가 생기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다.... 왠지 데자뷰를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네,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한때 갑자기 유가가 치솟고, 식량 가격도 폭등을 했지요. 분명 전쟁은 이렇게 물가에 큰 타격을 입힙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오일쇼크는 지금보다 그 타격이 엄청났습니다. 그때는 엄청나게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시대였으니까요. 지금은 미국보다 유럽이 더욱 위험한 상황이죠. 러시아가 에너지 패권을 쥐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70년대 내내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은 모두가 물가가 뛰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고착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계속 무섭게 뛰면 사람들은 어떤 일을 벌일까요. 일단 당연히,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겠죠. 40년 전 미국이 그랬습니다. 1979년에는 미국 대기업이 노조와 합의한 평균 임금인상률이 10.2%였다고 합니다. 

진짜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르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데요. 어차피 경쟁업체들이 모두 이 정도 수준으로 임금을 높이니, 모든 기업들이 다 이 정도로 임금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인플레이션 자체가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심리적 고착화는 악순환이 되어 아주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를 교정하려면, 이 모든 것을 박살낼 수 있는 충격요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실현시킨 사람이 바로 '폴 볼커'입니다.

 

1979년 물가상승률은 11%가 넘는 수준에 이릅니다.

그해 10월 6일, 취임한 지 두달 된 폴 볼커 미국 연준의장이 이례적으로 토요일 저녁 회견을 엽니다.

기준 금리를, 무려!!! 한꺼번에 4%올린다 (11.5->15.5%)고 발표한 것입니다!

 

엄청나죠... 지금은 0.5% 올리는 데에도 벌벌 떠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 토요일 저녁 회견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불립니다.

 

자, 은행 대출금리가 연 18%로 급등합니다. 그러니 집값이 폭락합니다. 기업이 파산하고 수백만 명이 해고 당합니다.

그러니 이 충격 요법이 얼마나 파장이 크겠습니까... 이로 인해 볼커를 채용한 카터 대통령은 이듬해 재선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이런 충격요법으로도 물가는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자 연준은 주저없이 1981년 6월 기준 금리를 20%까지 다시 올립니다. 정말 지금 봐도 입이 떠억~ 벌어지네요.

 

그러자 난리가 났죠. 1982년 실업률이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합니다.

화가 난 자동차 세일즈맨들은, 볼커에게 당신 때문에 차가 안 팔린다며 차 열쇠를 보내는 시위를 합니다. 열 받은 주택 건설업자들은 목재를 볼커에게 보내고요.

농민들은 트랙터를 타고 수도로 상경해 연준 본부를 둘러쌉니다.

볼커는 살해 위협 때문에 권총을 차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저게 폴 볼커에게 보낸 목재라고 합니다 ㅋㅋㅋ

그런데 폴 볼커가 이것을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그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기침체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업의 파산은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더 큰 문제입니다."

 

혹독한 긴축은 결국에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3년에는 3.2%로 떨어졌습니다. 고질적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잡히고 경제와 증시는 다시 빠르게 살아났습니다.

무엇보다 이후 아주 장기간, 즉 40년 동안 미국 경제는 물가 걱정을 잊고 살게 되었습니다. 

 

요즘 물가가 뛰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자꾸 폴 볼커 이야기를 꺼냅니다. 40년 전과 지금은 같은 점, 예를 들어 공급 측면의 물가 충격, 연준이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있지만, 다른 점, 즉 강달러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다는 점도 있습니다.

 

자, 이렇게 40년 전의 인플레이션과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교훈 하나가 있습니다. 

40년 전에는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나자, S&P 지수가 몇 년 만에 200% 넘게 올랐다는 것입니다.

 

만약 1981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샀다면, 연 무려 15.19%의 수익률을 30년 동안 보장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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