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라운 세상

허준이 교수 업적, '조합 대수기하학', '리드 추측', '로타 추측'은 무엇인가

by 석아산 2022. 7. 11.
반응형

이는 허준이 교수 업적의 로드맵입니다. 정말 한 개도 풀기 어려운 난제를 11개나 해결해냈군요. 대단합니다.

그러나 저는 허준이 교수의 업적이 어떻구나, 하는 대략의 내용을 알기보다, 그 속살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자료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1. 조합 대수기하학이란 무엇인가.

이분의 업적을 제대로 알려면, 우선 조합 대수기하학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으로 수학에서도 비교적 낯선 분야라고 합니다. 동시에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왜냐하면, 조합 수학과 대수 기하학에 모두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죠.

 

일단 조합론(Combinatorics)이란 간단히 말해 ‘경우의 수’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학교 때 배우는 '경우의 수'와 같은 맥락에 있다고 합니다. 조합론의 주요 대상은 정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다각형이나 각종 논리연산까지 포함한다고 하네요. 각각의 개체들이 서로 서로 어떠한 연관 관계를 갖는지를 표시하고, 이로써 객체들의  ‘연결의 구조’, 즉 네트워크 구조를 다루는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은 컴퓨터 공학 및 구글 등 인터넷 검색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조합수학을 예를 들어 더 알기 쉽게 알아볼까요.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개의 다리를 모두 건너는데 어떤 다리도 두 번 건너지 않게 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처럼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의 수를 세는 문제를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렇게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들을 선으로, 그리고 각각 건너는 지역을 점으로 추상화하면, 이 문제가 한붓그리기 문제로 바뀌지요. 

 



대수기하학(Algebraic Geometry)은 쉽게 말해 ‘도형’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대수'는 식과 연산을 말하지요. '기하'는 공간의 특성, 도형, 곡선, 곡면 등을 연구합니다. 역으로 도형 및 기하를 통해서 식과 연산을 연구하기도 하고, 또 그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기도 합니다. 

해석기하학의 심화 버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허준이 교수는 이 대수기하학에 대한 강력한 직관을 바탕으로 하여 조합론의 많은 난제들을 해결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분은 수학 분야에 있어 융합 연구를 시도한 셈이지요. 

조합론 하나만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수기하학과의 다리를 놓음으로써 문제 해결을 해냈던 것입니다. 아주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지요.

 

허준이 교수는 이에 대해 “조합된 객체들에서 공간을 상상하고 만들어내면, 기하학적 직관을 이용해서 원래 결합되어 있는 구조에 숨어있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참 대단하지요.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그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 데에 그치지 않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의 길을 제시한 데에 있습니다. 이후 많은 난제들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지요.

따라서 조합론과 대수기하학 두 분야에서 모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2. 채색 다항식과 리드 추측, 로타 추측

이번에는 허준이 교수가 박사 과정에 해결한 '리드 추측'에 대해 알아봅시다. 

‘리드 추측’과 조합 대수기하학은 조합론의 고전적인 문제인 ‘4색 문제’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4색 문제는 특정 여러부분으로 나눈 평면에서, 4가지 색깔을 서로 같은 색깔끼리 닿지 않게 색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처럼, 만약 지도를 나라별로 색칠하려고 할 때, 4가지 색깔로 이웃 나라와 겹치지 않게 색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허준이 교수는 이 문제를 다항식, 또는 함수로 바꾸었는데, 이는 '조합론'에 '대수기하'를 적용한 것입니다. 각 구획의 연결성과 관계성을 수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4색 문제를 일반화한 다항식으로 변환하면, '구획이 총 χ개일 때, 각기 다른 n개의 색깔을 겹치지 않게 색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식'이 되는데, 이를 ‘채색 함수’ 또는 ‘채색 다항식’이라 합니다. 이를 위의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처럼 생각해 볼까요.

 

 

위 그림처럼, 각 나라를 점으로 표현하고, 두 나라가 인접하면 변으로 연결해 지도마다 그래프를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이 4색 문제에 자극을 받아 1932년 조지 벌코프와 해슬러 휘트니는 채색 다항식이라는 함수를 정의했습니다. 채색 다항식이란 어떤 그래프에서 이웃한 꼭짓점은 서로 다른 색이 되도록 꼭짓점을 q개 이하의 색으로 칠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낸 식입니다.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사각형 그래프G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세 가지 색을 써서 칠한다면 꼭짓점 하나의 색을 정하고 나면 인접한 두 꼭짓점의 색이 같은 경우는 3×2×2=12개가 나옵니다. 다른 경우 3×2=9개의 방법이 있으므로 18가지가 됩니다. 이처럼 계속 구해보면 다음과 같은 채색 다항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색이 세 가지일 때를 두 가지 경우로 나눠 구했는데, 이를 일반화하면 ‘제거-압착 공식’을 얻는다고 합니다. 임의의 변 e를 고르고, e의 두 꼭짓점을 v₁, v₂라고 한다. 변 e를 제거한 그래프를 G₁이라 하고, 다시 G₁에서 꼭짓점 v₁과 v2를 겹쳐 얻는 그래프를 G₂라고 합니다. 그러면 구하고자 하는 그래프 G의 채색 다항식은 G₁의 채색 다항식에서 G₂의 채색 다항식을 뺀 값입니다. 왜냐면 G₁의 채색 다항식은 v₁과 v₂가 서로 다른 색일 필요 없이 색칠하는 방법의 수이고, G₂의 채색 다항식은 v₁과 v₂가 같은 색으로 칠해지는 방법의 수이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완전히 마법 같지요?^^ 

그리고 다음처럼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채색 다항식'을 위와 같은 삼각형의 세 구획에 적용해 보지요. 색칠할 수 있는 가짓수를 n개라고 했을 때, 삼각형을 각기 다르게 색칠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G(χ=3) = n(n-1)(n-2) = n³-3n²+2n’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색칠할 수 있는 가짓수가 4개이면, ‘n=4’이므로 총 가짓수는 6가지이다. 비교적 간단해 보이지만, 나눠진 구획이 많아질수록 다항식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허준이 교수는 이 다항식의 성질, 다항식 계수들의 증감 추세에 주목했습니다. 이 계수들의 로그 값 경향을 추론하여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등 여러 난제들을 해결한 것입니다.

 

이렇듯 채색 다항식을 구체적인 그래프에 대해 많이 계산해 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관찰하게 되는데 식을 다음 꼴로 썼을 때 계수들이 증가하다가 감소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런 패턴이 모든 그래프에 대해서 '참'이라는 것이 바로 ' ‘리드(Read)’의 추측입니다. 이는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기한 추측으로, 채색 다항식의 계수를 앞에서부터 차례로 따져봤을 때 증가하다가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저 위 식의 등호의 변화를 보면 증가하다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추측은 1974년 스튜어트 호가의 추측으로 강화됐는데, 계수들의 로그값이 아래로 오목한 ‘로그-오목’이라는 것입니다. 로그-오목이면 항상 증가하다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른 조합수학 문제에서도 이 로그- 오목성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다른 조합수학 문제에서 보이는 로그-오목성을 발견한 것이 바로 '로타의 추측'인데, 이는 너무 어려워서 제가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그냥 여기에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유한 차원 벡터 공간에 포함된 영벡터가 아닌 유한개의 벡터들의 집합 E가 주어지면 원소가 i개인 E의 부분 집합 중 일차독립인 것의 개수를 나타내는 수열 fᵢ(E)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E의 성질을 나타낸 특성다항식을 정의할 수 있는데, ‘메이슨-웰시의 추측’은 특성다항식의 계수들이 즉, 수열 fᵢ(E)가 로그-오목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또 1935년 휘트니는 그래프와 벡터들의 집합의 공통 특성을 추상화해 ‘매트로이드’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유한집합 E에 매트로이드 M이 주어지면 제거-압착 관계식과 초기 조건으로부터 특성다항식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로타의 추측’은 리드-호가의 추측과 메이슨-웰시의 추측을 일반화해 임의의 매트로이드 M에 대해 특성 다항식의 계수들이 로그-오목임을 보이는 문제입니다.

허 교수는 '교차수'의 재밌는 성질인 '호지-리만 관계'를 통해 로타의 추측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여기서 교차수란 공간에서 다양체들이 몇 개의 점에서 만나는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차곡선과 이차곡선은 일반적으로 4개의 점에서 만나는데 이때 두 곡선의 교차수는 4입니다. 

 

이렇듯 자연에서 발견되는 많은 수열들이 로그를 씌웠을 때 특정한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것이 그의 연구가 자연과학 등 곳곳에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지요.

특히 허준이 교수의 연구는 독립성과 연결성을 수학적으로 구조화한 '그래프(graph theorem)’와 ‘매트로이드(matroid)’의 성질에 관한 것인데, 따로따로 떨어진 점(객체)들의 연결을 구조화하고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여러 기술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벌써 인터넷이나 공항, 버스 정류소 같은 것들이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네요.

또한 AI의 연결망도 매우 복잡한데, 이것이 객체인 노드와 선의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기술은 인간이 손으로 선을 그리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허준이 교수의 수식이나 이런 것들이 적용되면 더욱 효율적인 AI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런 수학적 이론이 공학 등에 적용되려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합니다.

 

이상으로, 허준이 교수의 업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