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라운 세상

20대 약 30%, "한국인인 게 싫다"

by 석아산 2023. 5. 13.
반응형

한국인으로서의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
한국인으로서의 인식에 대한 설문 조사

20대 젊은 층의 약 30% 정도가 자신이 한국인인 게 싫다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그 원인은 한국이 아주 '경쟁적' 사회라는 건데요.

 

저는 이 말에 아주 강하게 동감합니다. 경쟁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우위에 있는 자리를 점하기 위해서 서로 싸우는 행위입니다.

바로 한정된 자원을 둔 싸움,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기분이 너무 비참하니까, '경쟁'이라는 좀더 점잖은 단어를 쓰는 것이겠죠.

 

어쨌든, 우리나라 사회가 아주 '경쟁에 친화적'인 곳임은 분명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입시 경쟁, 사회에 나가면 직장에서는 더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한 경쟁, 대학에서는 업적 경쟁, 대통령실에서는 충성 경쟁... 

 

이런 경쟁 사회는 항상 사람을 긴장시키고, 불안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야를 빼앗아 가기 때문에, 점점 고립되고, 이기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남을 챙길 시간에 자기 경쟁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죠. 

 

아마 요새 젊은 세대에서 많은 극단 선택이 일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없어서, 경쟁에서 조금 미끄러지기만 해도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것이죠. 

게임에서 자꾸 지는 사람이, 아예 게임기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의 개인은, 예전부터 사회라는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서 매끄럽게 돌아가는 한 '톱니'의 역할을 할 것을 강요받아 왔습니다. 회사에서도 창의적인 인간을 선호한다고 엄청나게 선전을 해대지만, 사실은 창의적인 사람보다,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그런데 창의력 있는 사람치고 반항 정신이 없는 사람이 있던가요? 창의력은, 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것을 지향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게 당연한데요. 회사의 관리자들은 이런 사람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독립적인 활동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애플이 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창의적 인물들을 잘 활용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리자들은, 이런 창의적인 사람을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냥 배척해 버리고 맙니다.

 

아마 젊은 세대는 이런 점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회사나 주변 사람이 바로 인식해 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서로가 사회의 부속품으로서 기계의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한 순간 방심하면 그 기계로부터 튕겨나오기 때문입니다.

다시 들어가려고 하면, 자기가 튕겨나온 자리에 금방 새로운 톱니바퀴가 들어가 있어 자신은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한 번만 잘못하면...

한 번만 잘못하면...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그 생각. 그 생각이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넣습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젊은 세대들이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싫다고 답변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인이라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70%나 존재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긍정적 답변을 할 사람 70%가 한국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긍심, 그 근거로 꼽은 것이 K컬쳐, 즉 BTS나 한국 화장품의 유행 등, 주로 외부적이라는 점이 저는 탐탁치가 않습니다.

 

물론 대단한 아이돌 그룹, 대단한 영화나 드라마, 뛰어난 상품 등은 그 자체로 문화 유산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외부적인 것을 자긍심으로 삼는 것은 나중에 문제를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봅시다. 그렇다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버릴 것인가... 하는 문제이죠. 따라서 외부적인 근거를 자긍심의 본질로 삼는 건 일시적인 '방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느냐...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이 계실 텐데요 ㅋㅋㅋ 그렇다고 제가 이런 외부적인 것을 자신의 자긍심에 발판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 '다소 불편하다' 정도랄까요.

 

그렇다면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긍심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재적'인 자신의 가치를 한국적 상황에서 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독특성이 있습니다. 여러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주체적인 자신의 문화를 만들어낸, 엄청나게 강단이 있는 민족입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자기 자신이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내재적 가치를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 여기서 제 논리의 모순점을 눈치채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아니, 대체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한국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바로 그 말씀이 맞습니다. 자, 여기서 반전인데요. 저 설문조사,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것은?'에 대한 대답에 긍정적으로 답변하려면, 먼저 '인간 그 자체'로서의 내재적 가치, 자신의 '대체 불가능성'을 자각하는지 여부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그저 사회의 부속품이라고 느낀다면, 그 사람은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한국인이든 말레이시아인이든 일본인이든 긍정적 감정을 느낄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이라는 질문은 '인간으로서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은?'이라는 질문의 하위 범주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인간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적립해 나가고, 그것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게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말이 너무 길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