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 신라 월성은 어떤 모습이었나... 곰뼈까지?놀랍도록 풍요롭네요!

2019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월성의 여름날'

 

경주에는 신라 천년의 왕궁인 월성 유적이 있습니다. 해자로 둘러싸인 이 월성.

바로 성 주변에 물을 채워넣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은 이 해자 유적을 연구하면서, 막대한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밖에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것이 식물의 꽃가루와 씨앗입니다.

 

현재는 해자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그 당시에는 저 위의 그림처럼, 연꽃과 나무, 풀들이 무성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알아냈냐고요? 바로 뛰어난 발굴 기술 덕분이지요.

 

 

 

경주 월성의 유적지 가운데 특히 궁을 둘러싼 해자의 퇴적토에서 씨앗과 꽃가루가 잘 보존된 채 발견돼 정밀 복원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약 1천600년 전의 씨앗이 지금까지 비교적 잘 보존된 채 썩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연못 바닥 퇴적층 속에 묻힌 채 외부로부터 보호받았기 때문입니다.

 

유적지의 흙에서 옛 식물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성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흙덩어리를 물에 푼 다음 작은 크기의 씨까지 수습될 수 있도록 눈금이 가는 체를 이용하여 선별 작업을 하고, 퇴적물 중의 꽃가루 추출은 알칼리·산성 시약 등을 이용해 꽃가루 이외의 유기물과 무기물을 녹여내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분석 결과, 경주 월성의 신라 궁궐터를 둘러싼 해자에선 가시연꽃과 쌀, 보리, 밀, 콩 등의 곡류, 그리고 복숭아, 자두와 같은 과실류 등 무려 70여 종의 식물 씨앗들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시연꽃은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니까 해자가 단순히 외부인을 막는 기능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가시연꽃으로 가득하여 심미적으로도 대단히 아름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라인은 자주색을 매우 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이나 고위층도 자주색 관복을 입거나 했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자주색 가시연꽃이 많이 심어져 있었던 이유도, 자주색을 귀하게 여겨서가 아닐까 하는 학설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땐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네요^^

 

또한 가시연꽃의 씨앗은 왕실 제사에 쓰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시연꽃은 영글면 수없이 많은 씨앗이 쏟아져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손의 번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당시 해자 주변에는 느티나무가 주로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변 산지에선 소나무와 참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많이 볼 수 있는 나무이죠.

특히 참나무는 신라인들이 사용하기 좋아하는 나무였는데, 출토된 목제 구조물 200여 점을 분석한 결과 참나무가 58% 정도로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당시 굴피나무, 밤나무 등이 자란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신라인들이 식물의 껍질 등을 꿰어 장식으로 활용했던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해자 퇴적층에서는 구멍이 뚫려 같이 꿰어서 쓴 것으로 보이는 잣 껍데기들이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해자에서는 놀랍게도 신라 시절 퇴적된 꽃가루도 발견됐다.

꽃가루를 정밀 분석을 해보니 이 연못 주변에는 느티나무가 가장 많았고, 또 그 주변엔 소나무, 참나무, 굴피나무, 물푸레나무, 느릅나무 등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단하네요. 그리고 끝으로, 제일 놀랄 만한 것은 바로 곰의 뼈인데요.

 

이 해자의 유적에서는 놀랍게도 곰의 뼈가 15점 이상 나왔는데요. 그렇다면 신라인은 곰을 먹은 것일까요?

그렇진 않고요. 아마 <삼국사기> ‘잡지·무관조’에 등장하는 곰 관련 기사를 주목했는데, “제감화(弟監花)는 곰의 빰가죽, 군사감화(軍師監花)는 곰의 가슴가죽,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는 곰의 팔가죽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갑옷 등을 이 곰가죽으로 만들고, 뼈는 버린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경주 월성에서 발견된 유물들에 대해 간략히 전해드렸는데요.

정말 신기합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그 시대를 상상하노면, 매우 풍요로운 느낌이 드네요^^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