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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이야기

강남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367살 느티나무

by 석아산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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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보호수라는 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지역의 터줏대감으로서, 오랜 시간 동안 인고의 세월을 겪으며 살아남은 수목을 보호하는 것이죠.

 

저는 전남 장흥에 사는데, 곳곳에 보호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근처 강진 청자마을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푸조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남진에도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죠.

이러한 나무들은 오랜 시간동안 굳세게 살아남아, 우리에게 이 나무처럼 굳게 살아가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측면에서, 영적인 가치도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런 나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땅값이 비싼 서초구에도 떡하고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수종은 느티나무인데요. 자세한 내용을 한번 보실까요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267년이고,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현장에 우뚝 서 있습니다. 주변은 온통 아파트 건설 현장이지만, 펜스에 둘러싸인 이 느티나무만큼은 늘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무의 높이, 즉 수고는 23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아파트로 치면 8층 높이이죠.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현재 보호수로 지정된 총 204주 중 하나입니다.

 

이 느티나무는 3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수년 동안 개발 논리에 휩싸여 이전 논란에 처해 있습니다.

 

1982년에 지어진 신반포15차아파트 주민들은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습니다. 아파트 44동과 45동 사이에 느티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는 신반포아파트가 지어지기 전인 1981년 서울시로부터 보호수로 지정 받았습니다. 2017년쯤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재건축조합은 수차례 서초구에 보호수 이식이나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효... 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좀 너무 돈, 돈 거리지좀 맙시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땅을 투자가치로만 생각합니까.

 

이 느티나무를 키워온, 생명의 터전으로서의 땅도 좀 생각해 주면 안 됩니까. 그렇게 여유가 없습니까. 서초구에 살면 돈도 좀 있을 텐데, 그렇게 살고 싶습니까. 아니, 돈 벌면 뭐합니까.

 

하지만 서초구청은 '보호수를 이식할 경우 나무가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재건축 조합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잘 했네요^^ 아니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웬일이랍니까 ㅋㅋㅋ

서초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수령이 오래되고 키가 큰 보호수 이식은 훼손 위험이 커 원칙적으로 이식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며 “당시 구청은 보호수를 잘 보존하며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건축인가를 내줬던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재건축조합은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에 서울시 위임을 받은 서초구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앙행정심판위는 보호수 이식 없이 재건축을 하는 계획안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재건축조합은 바득바득 느티나무를 꼭 옮겨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안을 법원으로 가져갔죠. 재건축조합은 법정에서 이 나무가 역사적 가치가 뚜렷하지 않고 생육상태가 불량하고, 경관을 침해하기 때문에 보호수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정말 비열, 악랄하네요.

 

 

다행히도 서울행정법원은 재건축조합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그 근거로 “오래도록 끈질긴 수명을 통해 보호수 지정 당시는 물론 서울 서초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게 하는 역사성의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또 “새로운 지지대가 필요할 만큼 꾸준한 생장(을 하고 있고)”, “수고가 높고 흉고둘레가 두꺼운 편이어서 이식을 할 때 훼손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보호수의 존재로 아파트 단지 인근에 상당한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갖추어졌기 때문에, 이 사건 구역 주민들의 부담하게 되는 법익의 제한이 그다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서울 서초구 한복판에서 300년 이상 버틴 나무는 앞으로도 그 자리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천만다행이지만, 누군가 이 나무에 해코지를 하려 할까 매우 두렵네요... 하지만 이 나무를 훼손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이 나무가 신령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함부로 하지 못할 거 같기도 합니다. 이런 거 훼손하면 천벌을 받을 테니까요!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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