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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이야기

냄새 나는데 왜 심을까? 은행나무에 대해서

by 석아산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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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옛날에 안성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집앞에 은행나무가 엄청 많았고, 가을이면 은행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냄새가 별로 그렇게 역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주민들은 난리더라고요~ 냄새난다고... 

은행나무는 제가 알고 있기로 중국의 한 사찰에 남아 있던 몇 그루의 나무가 전세계로 퍼진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 이 은행나무가 언제, 왜 가로수로 이렇게 많이 심어지게 되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저 위의 사진을 보십시오. 은행열매가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쏟아지자, 지자체 등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은행 나무 열매를 조기 채취하고 있는 광경입니다. 

 

서울시는 최근 25개 자치구에 '은행열매 처리 방법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현재 구마다 기동반을 편성해 은행을 집중 채취하고 있다네요. 민원이 접수되면 24시간 이내에 은행을 수거하는 신속 서비스도 시행 중입니다. 대구, 광주, 목포 등 각 지방에도 쾌적한 거리 조성을 위해서 조기 채취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은행나무 열매 민원이 월 평균 40건 이상, 많을 때는 하루 30건이나 들어온다는데요, 이처럼 냄새 고약한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시내 가로수는 총 30만 5086그루, 이 중 은행나무가 35%인 10만 6205그루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뒤를 이어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왕벚나무 순이라고 합니다.

은행 열매의 악취는 겉껍질 속 점액에 있는 '비오볼'이라는 성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곤충으로부터 속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열매는 '암나무'에서만 열립니다. 은행나무는 암수 딴그루라,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습니다. 서울 은행나무 가로수 가운데 25.4%가 암나무라고 합니다.

 

열매가 사람들의 외면을 받자, 서울 강북구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국립산림과학원이 '은행나무 조기 암수 감별'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전에는 최소 15년 이상 성장해야 암수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아예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제일 인기였습니다. 당시 은행나무는 플라타너스와 수양버들에 밀려 3위였습니다.

 

1990년까지는 플라타너스가 가로수로 많이 쓰였지만, 2000년 이후 물러났습니다. 빌딩이나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에서였죠. 플라타너스는 아시다시피 아주 크게 자라니까요.

버드나무는 홀씨를 날려서 시민들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퇴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은행나무가 이런 틈을 비집고 가로수 1위가 된 것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공해에 강합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공기 정화 효과'까지 있지요.

둘째는 껍질이 두꺼워 화재와 병충해에 강합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은행나무는 방화 식재로 좋다고 합니다. 불이 잘 옮겨붙지 않는 것이죠. 또 나무 자체에 플라보노이드라는 살균 살충 성분이 있어 기생하는 벌레나 바이러스를 억제합니다.

 

이렇게 은행나무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은행잎을 계속 즐기면서도, 냄새는 나지 않는, 그런 날이 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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