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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이야기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스반테 페보의 연구 소개

by 석아산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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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발표된 노벨생리의학상은 '고유전체'를 연구하는 스웨덴의 스반테 페보 박사에게 돌아갔습니다.

그의 업적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동아 사이언스에 좋은 요약 기사가 있어서 같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반테 페보 교수는 지난 10년간 고유전체학(Paleogenomics)의 연구로 유명합니다. 

이 고유전체학은, 준화석 상태의 뼈와 같은 오래된 조직에서 유전물질인 DNA를 추출하고 그 염기서열을 해독한 후, 이를 진화 이론을 통해 해석함으로써 인류 집단의 역사와, 또 다른 인류 친척 집단 사이의 관계를 추론하는 학문입니다.

 

페보 박사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고유전체 연구를 우리 인류가 속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과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분석의 틀로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해부학적으로 현대인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우며 상당 기간 지구상에 공존했던 대표적인 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해독이 그의 핵심 연구 업적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유전적 관계는 그간 현대인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이 분야에서 페보 박사와 고유전체학이 가져온 충격은 인류의 유전적 과거를 통계적 방법이 아니라 실험 관찰의 대상으로 바꾸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연구를 시도하였는데, 2006년 핵유전체 일부 해독, 2008년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완전 해독, 2010년 유전체 초안 해독이라는 경이로운 연구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서,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과는 약 55만 년 전에 갈라진 별개의 집단이고 현대인은 약 20만 년 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임을 확고히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한 현대인의 조상이 약 6만 년 전 중동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혼합되었음을 밝힌 것입니다. 그러니까 6만 년 전 우리 조상은 네안데르탈인과 섹스를 하여 이종교배를 이룬 것이죠!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와 같은 유라시아 사람들은 유전체의 약 2퍼센트 정도를 네안데르탈인 조상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페보 박사의 고인류 유전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시베라이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손가락뼈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데니소바인이라는 새로운 고인류 집단을 찾아낸 것이죠.

 

데니소바인은 유라시아 동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자매 집단이라고 합니다. 이들 역시 현대의 뉴기니와 호주 원주민의 조상과 혼합되었고, 티베트인의 조상과도 혼합되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티베트인들에게 고지대 적응 유전자인 EPAS1 유전자를 물려주었습니다.

 

고인류 유전체 연구는 우리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유전학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질병 감수성, 약과 치료에 대한 반응 등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유전적 차이는 상당 부분 고인류에서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그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중증화 가능성을 낮추는 12번 염색체 상의 변이가 네안데르탈인 조상에게서 유래했다는 페보 박사의 최근 연구가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이 페보 박사가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참으로 가슴 뛰는, 이런 연구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 게 참 행복하네요. 누구처럼 논문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누구처럼 논문을 표절하는 사람들이 떵떵거리는 '극히 일부의' 한국 대학 사람들이 보고 좀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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