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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마음에 와 닿는 허준이 교수의 졸업 축사

by 석아산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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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교수, 정말 존경하는 분입니다. 특이한 분이기도 하지요.

이 분께서 이번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고 합니다.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 많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립니다.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그가 서울대 학위 수여식에서 후배들에게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의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 팔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자, 이 말이 무슨 뜻일까요.

일단 첫째는, 평범함을 거부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우리는 늘 인간이 밟아야 하는 어떤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 문화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유교 문화의 영향 때문일 수 있습니다. 

유교는 관혼상제의 통과 의례를 중요시하고, 사회적 위계를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걸어야 할 본질적인 어떤 '길'이 있으며, 이 순리를 따라 차근차근 인생의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과연 인간이 걸어야 할 길, 이것을 누군가가 규정할 수 있을까요? 만약 누구나 걸어야 할 길이 있다고 설정하면, 그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이단으로 취급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문의 영역을 비롯하여 예술의 영역... 심지어 과학기술의 영역까지,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하지 않고 인류 문명의 발전이 가능할까요? 허준이 교수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길을 걷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 저는 그의 말을 이렇게 읽습니다.

 

둘째는, '안이함'을 거부하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편한 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르면, 모험을 포기하고 안주하여 버립니다. 이러한 안이함은, 위에서 시키는 일만 주구장창 열심히 수행하는, 수동적인 인간에게는 미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려는 인간에게는, 안이함은 악덕입니다.

이쯤이면 됐겠지... 하는 바로 그 지점에, 커다란 벽이 존재합니다. 이 커다란 벽을, 해머로 깨어 부수든지, 만약 연장이 없다면 머리로라도 깨어 부수어야 합니다. 이렇게 진정한 가치는 그 벽 너머에 존재함을 알게 되는 것이죠.

 

셋째는, 바로 '돈만을 추구하지 말아라'입니다.

그가 말한 '어디 그럴 듯한 1인 병실'이라는 것은, 부자에게 주어진 특권일 것입니다. 1인 병실은 비싸니까요. 그렇게 안온하게 살다가 생애 마지막에 비싼 고급 병실에서 사는 걸 꿈으로 품지 말라는 뜻입니다.

돈은 생활에 충분할 정도만 벌면 됩니다. 물론 지금은 그것도 힘든 게 큰 문제이지만요. 어쨌든 최소한의 돈이 벌리면, 그것을 통해 자신의 꿈을 안착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꿈을 아는 것부터가 큰 문제입니다. 아무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처음에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의 꿈을 발견하게 되면, 그 꿈을 위해 돈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합니다.

돈을 위해 꿈을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그것을 팽개쳐서는 안 되지요. 허준이 교수의 말씀은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그가 건네는 당부는, 모험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모험심... 수학이라는 아주 첨예한 학문 분야에서, 허준이 교수는 그야말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아주 훌륭한 축사라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축사의 다른 내용도 살펴 볼까요.


허 교수는  “제 대학 생활은 포장해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다”며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며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허 교수는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마시길,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시길 (빈다)”며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반갑게 맞이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허 교수의 당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비록 서울대학교 연단에서 말씀한 것이지만, 전 국민, 그리고 자신이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께 커다란 용기를 주는 연설이었습니다.

 

이상 석아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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