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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세상

사우디가 엑스포를 유치한 이유는 오일머니 때문은 아니다

by 석아산 2023.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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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엑스포를 유치한 이유는 오일머니 때문은 아니다
사우디가 엑스포를 유치한 이유는 오일머니 때문은 아니다

 

요새 이런 내용으로 분석 기사가 꽤 올라오네요.

그래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긴... 패배한 우리 입장에서는 돈 때문에 졌다고 생각하고 싶겠으나...

사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돌아보고 다음에는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K-스타들만 동원해서 겉보기에만 번지르르~ 하게 해서는 안 되죠!

자, 그럼 소식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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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가 엑스포를 유치한 이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이탈리아 로마와 한국의 부산을 제치고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점을 일제히 부각시켰습니다.

정말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지금보다 훨씬 경제력이 약했던 시절에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한 한국이었는데 말입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듣고, 엑스포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해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엑스포 유치는 “국제사회가 사우디에 보여준 신뢰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비전 2030’ 등등 탈석유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사우디의 야심찬 비전이 호소력을 얻은 것은 분명합니다.

사우디의 캠페인을 분석한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에 ‘투자 기회’를 제시한 것을 득표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탈리아는 사우디가 투표를 대가로 각국에 경제적 제안을 했다며 툴툴거렸습니다.

그런데 사우디가 표방한 것은 “세계를 위해 세계가 건설하는 엑스포”입니다.

석유 팔아 번 돈으로 당근을 주겠다고 한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투자하라, 돈 벌 기회를 주겠다’는 제안으로 세계를 움직였습니다.

 

‘오일머니에 밀렸다’고 하기엔 멋쩍은 것이, 경제 규모도 재정도 한국이 사우디보다 우위입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전망을 보면 사우디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조2500억달러, 한국은 3조1천억달러로 추산됩니다.

올해 한국의 예산은 640조원인데 사우디는 380조원입니다. 사우디는 생각보다 돈이 없습니다.

재정은 늘 적자입니다. 지난해 7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 덕이 컸습니다.

올해는 기름값이 떨어졌고 산유량을 줄여야 했습니다.

 

지출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때문에 줄이기 힘든 형편이라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재정 적자를 지디피의 2%로 추정했습니다.

 

방만한 왕실, 부패와 관료주의, 낮은 기술 수준에 꽉 막힌 사회 등등 사우디의 문제로 지적되는 것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럼에도 변화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며, 그 변화를 모티브로 사우디는 위상을 높였습니다.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권자로 득세한 이후의 변화는 눈이 핑 돌 정도입니다.

 

일례로, 5년 전까지 외국 관광객들은 들어갈 수 없었고 여성은 운전조차 할 수 없던 나라가 지금은 자동차 산업을 키우려 합니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은 규모가 7천억달러에 이릅니다. 하지만 오일머니를 펑펑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대자동차와 함께 공장을 짓는데, 합작회사의 지분 70%를 사우디 국부펀드가, 현대차가 30%를 갖기로 했습니다.

공장 짓는 돈은 누가 낼까. 국부펀드가 ‘한국 돈을 빌려서’ 낸다. 국부펀드는 지난 28일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지원하는 금융 신디케이트로부터 최대 50억달러의 텀론(분할상환 대출)을 받기로 했습니다.

 

사우디가 각국에 내미는 ‘투자 제안’은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알아서 돈을 들고 와서 공장을 짓고 이윤을 내라는 것입니다. 

 

 

 경제 다각화하는 사우디

 

사우디는 1970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 경제 다각화를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 30년 동안 뚜렷한 성과가 없었습니다. 2000년대에 이르러 외부에서 경제 동력이 등장했는데, 이라크 전쟁 후의 고유가와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가 성장의 기둥이 되었습니다. 

 

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사우디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기 시작했고, 외국인 투자 환경이 개선되었으며, 인프라와 금융시스템도 개선되었습니다.

2016년부터는 탈석유 프로젝트를 본격화하여, 2017년 이후 국내총생산에서 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중반 40%대에서 20%대로 감소했습니다.

 

외부에서의 시선도 변했습니다. 무함마드 왕세자님께서는 사우디가 엑스포를 비롯한 주요 국제행사를 개최하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했습니다.

 

작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서방 미디어는 노동 문제 등을 제기했지만, 카타르는 세계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이벤트를 선보였습니다. 두바이는 2021년 엑스포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개최했습니다. 사우디는 리야드에서 엑스포를 열고 4천만 명의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34년 월드컵 개최와 올림픽 유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의 엑스포 외교전은 사우디의 커진 역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우디가 인권 문제로 비판받던 시절, 유럽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우디 지지 선언이 결정적인 반전을 가져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자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에 힘썼고, 양국 지도자 간의 친밀한 행보가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기업들도 사우디 시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무함마드 왕세자님의 파리 방문 때 에어버스는 리야드항공과의 대규모 계약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 구매를 고려하며 독일을 설득하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38세의 왕세자님은 엑스포 외교를 통해 몸값을 높이셨습니다.

 

부산은 캠페인 자체에서 사우디에 밀렸습니다. 6월 프랑스 방문 때 무함마드 왕세자는 대규모 수행단과 함께 에펠탑 옆 전시장을 방문하셨고, 국제박람회기구(BIE) 인사들과 각국 대표들과 2시간 동안 만났습니다.

프랑스 외교장관과 자크 아탈리 등과의 대화를 통해 지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선보였습니다.

프랑스 홍보회사의 조언에 따라 큰 파티를 열고, 디디에 드로그바를 초대해 아프리카 대사들을 즐겁게 하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가 이전에는 관계가 없던 나라들과 투자를 논의하고 외교관계를 맺은 것에 주목했습니다. 사우디 대표단은 올해 5월 콜롬비아를 방문해 대사관 개설을 약속했고, 콜롬비아는 리야드의 엑스포 유치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달에는 사우디와 카리브해 국가들 간의 첫 정상회의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캠페인에 대해서는 외국 언론의 보도가 많지 않았습니다. 폴리티코는 “케이팝 스타 싸이와 방탄소년단이 부산을 홍보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과 LG 등 대기업 경영진의 호위 속에 파리를 방문했다”고만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오징어 게임’ 스타 이정재와 방탄소년단을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고 소개했습니다.

 

홍보 영상에서 사우디는 네옴시티 등 미래형 메가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사우디는 “진보와 지속가능성의 등대”로 묘사되었는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은 실소를 자아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검투사 차림을 한 배우 러셀 크로, 싸이와 방탄소년단을 계속 불러낸 부산보다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K-컬처’가 세계를 휩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에서 사우디에 밀린 것은 기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국가의 비전의 유무에 따른 근본적인 문제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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